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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태극기, 한글 문신 … 난 코리안 파이터다

중앙일보 2015.09.09 00:56 종합 28면 지면보기
종합격투기 대회 UFC가 오는 11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UFC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이번 대회의 메인 이벤트는 웰터급 벤 헨더슨(32·미국)과 티아고 알베스(32·브라질)의 대전이다.


11월 28일 UFC 서울대회 참가 추성훈과 벤 헨더슨

추성훈(40·아키야마 요시히로)과 알베르토 미나(33·홍콩)의 대결도 관심을 끈다. 재일동포 4세인 추성훈, 그리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벤은 부모의 나라에서 일전을 앞두고 있다. 둘을 8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만났다.



“사랑이 아빠보다 격투기로 이름 알리고 싶어”



마흔 살 추성훈의 무한도전

나이 들며 체력 부담 있지만 몸 못 움직일 때까지 싸울 것




추성훈


-올해로 마흔 살이다.



 “아직 문제없다.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웃음). 격투기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싸우고 싶은 욕심이 든다. 은퇴를 한다는 건 결국 나 자신한테 지는 거다.”



 -아내(야노 시호)는 뭐라고 하나.



 “아내도, 어머니도 내가 하고 싶다면 무조건 지지해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고맙다.”



 -30대를 넘으면 체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실 그런 시기가 왔다 . 그런데 그만큼 경험도 쌓였다.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도 운동 선수의 실력이다.” 



 -TV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운동과 방송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방송 나가서 UFC 홍보도 많이 하고 있다. 힘들기도 하지만 UFC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방송도 열심히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딸(추사랑)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딸도 사랑해줘서 감사드린다. 우리 가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사랑이는 아버지가 격투기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나. 



 “정확히는 모를 테지만 ‘펀치펀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크면서 자연스럽게 알았으면 좋겠다.” 



 -사랑이가 격투기를 하겠다고 하면.



 “운동을 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 여자아이라서 격투기는 좀 그렇다. 그렇다고 아들을 낳기 위해 둘째를 가질 생각은 없다(웃음).”



 -최근 한국에 집을 마련했다던데. 



 “한달간 머물다가 며칠 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는데 사랑이가 ‘가기 싫다’며 울더라. 아내도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 



 -한국에서 세 번째 종합 격투기 경기다. 지난 두번 모두 이겼는데.



 “한국 사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고향에서 하는 경기인만큼 무조건 이기고 싶다.”



 추성훈은 유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1998년 한국에 왔다. 그러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2001년 10월 일본으로 귀화했다. 일본 대표로 참가한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2004년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뒤 2009년부터 미국 UFC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본에선 링 위의 악역을 맡았다. 그런데 한국에선 다정한 아빠다.



 “일본에서도 악역 이미지가 많이 없어졌다(웃음). TV에 나와서 사랑이 아빠라고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됐지만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라는 이름을 더 알리고 싶다.”



 -이번에도 유니폼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붙일 건가.



 “양팔에 태극기와 일장기 문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신에는 하얀색을 쓸 수 없다고 하더라. 유니폼에는 꼭 둘다 붙이고 싶다.”



 -태극기와 일장기를 달고싶은 이유는.



 “한국과 일본을 모두 사랑하기 때문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상대 선수 배려, 어머니의 한국식 교육 덕분”



라이트급 챔프 지낸 헨더슨

미군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 허드렛일 하며 뒷바라지




벤 헨더슨


-한글로 문신을 새긴 이유가 있나. (벤은 몸통에 ‘힘’ ‘명예’ 그리고 양 팔에 ‘전사’ ‘헨더슨’이라고 새겼다.)



 “집에서 한국어를 계속 썼다. 한국어로 문신을 새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머니가 많이 반대하셨는데 고등학교 때 시합에서 이기고 난 뒤 허락하셨다. 물론 어머니는 혼내시겠지만 한국어 문신을 하나 더 새기고 싶다(웃음).”



 -한국어는 어느 정도 하는지.



 “엄마·김치 등 기본적인 말만 할 줄 안다. 음식 주문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 팬들이 ‘김치 파이터’라고 부른다. 



 “난 김치를 사랑한다. 당연히 그 별명도 맘에 든다.” 



 벤은 2009년 UFC 라이트급 5대 챔피언을 차지했고, 3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현재 라이트급 랭킹 6위다. 벤은 주한미군 병사였던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휴일도 없이 허드렛일을 하며 아들을 키웠다.



 -어머니의 고향 한국에서 메인 이벤트를 치르는데.



 “한국 팬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날 응원해주는 것이 좋다.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예의바른 선수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의 교육방식 덕분이다. 상대방을 때려야 하는 경기지만 나는 무례한 사람은 아니다.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어머니가 미국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전형적인 한국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다정하고 강하시다.”



 -격투기 선수가 된 계기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누구나 어려운 순간엔 경찰을 찾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는 성격이 너무 좋아 격투기는 할 수 없을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 격투기 선수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난 승부욕이 강하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질 수 없다.”



 -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상대 선수보다 힘이 달리지만 훨씬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기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겼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난달 아들이 태어났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나.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한국·미국은 물론 라틴·아프리카의 피도 있다. 그 모든 부분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아들이 나중에 커서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앉았다 일어섰다를 연습시키고 있다. 생각해보니 이미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레슬링이나 유도 선수는 몰라도 격투기 선수는 안했으면 좋겠다(웃음).”  



김원 기자, 이성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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