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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케밥, 우즈벡 양고기 … 경주서 맛보는 실크로드

중앙일보 2015.09.09 00:47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 3일 경북 경주시 천군동 경주엑스포공원.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는 ‘실크로드 경주 2015’가 개막한 지 딱 2주가 되는 날이다. 목요일 주중인 데다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아직 시작되지 않아 행사장이 크게 붐비진 않았다. 공원 가운데 돔 지붕을 한 문화센터 공연장을 찾았다. 무용극 ‘바실라’를 보기 위해서다. 서울 정동극장이 기획했다.


실크로드 축제 가보니
행사장 곳곳 19개 국 전통음식
바자르 거리에선 게릴라 공연
신라 공주 이란 왕자 무언극도 내달 18일까지 엑스포공원서

 바실라-. 공연 제목부터 낯설다. 무슨 뜻일까. 바실라는 페르시아의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에 나오는 지명이다. 쿠쉬나메는 사산조 페르시아 멸망 이후 왕자 아비틴과 그의 아들 페리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실라는 ‘더 좋은 신라’로 해석된다.



 이야기는 이렇다. 아랍 세력의 침공을 받은 페르시아 잠쉬드 왕은 아들 아비틴을 피신시킨다. 그가 긴 항해 끝에 도착한 낯선 땅이 바실라다. 신라 공주는 해변에서 발견한 이방인 아비틴에 호기심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두 나라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다. 실크로드 축제의 소재로 제격이다. 이날 객석은 절반쯤 채워졌다. 공연은 무언극이다. 의상은 화려하고 춤은 경쾌했다. 공연은 90분 동안 이어졌다. 막이 내린 뒤 “처음에는 춤 동작이 볼 만했는데 자막 한 줄 없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랬다. 친숙한 『삼국유사』 이야기가 아니어서 스토리 전달이 쉽진 않았다.



 공연장 문을 나서면 실크로드 그랜드 바자르다. 터키 이스탄불이 입구를 차지하고 케밥을 팔고 있다. “먹을 만하다”며 줄을 서는 코너다. 나라마다 고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란도 케밥이 있고 우즈베키스탄은 지스비스라는 양고기 구이를 냈다. 바자르엔 전통예술도 있다. 이스탄불은 우리의 서예와 흡사한 전통 캘리그라피를 들고 왔다. 그랜드 바자르에 전통음식과 민예품 등을 선보이는 나라만 19개국이다. 바자르 거리에선 실크로드 국가의 대중음악과 인도 마술 등 게릴라 공연도 수시로 펼쳐진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한 경주타워에 오르면 65m 높이의 전시관에 석굴암을 가상체험하는 공간이 있다. 머리에 장비(HMD)를 덮어쓰면 극락 세계로 들어간다. 또 석굴암 안으로 들어가 본존불 뒤편 등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관람객은 엑스포공원 뒤편 언덕을 올라 경주솔거미술관에 들러볼 수 있다. 박대성 화백의 수묵화 대작 ‘솔거의 노래’와 ‘독도 이야기’가 압권이다. 이것만 봐도 엑스포에 온 보람을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경주 예술의전당에서는 행사 기간에 맞춰 김훈·홍철웅 등 북한 공훈 예술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나와 있다.



 동서 문명의 소통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려는 실크로드 축제는 이처럼 체험과 공연·전시 등 행사장 안에만 30여 개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6일 현재 관람객은 25만 명을 넘어섰다. 조직위는 관람객 100만 명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석 연휴엔 실크로드 국가의 전통놀이 등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실크로드 축제는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진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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