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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메르스 주무 국장의 자화자찬

중앙일보 2015.09.09 00:40 종합 33면 지면보기
7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안보구상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연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한국에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유입된 이후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총력 대응을 펼치고 다양한 민간 부문과 신속하게 협력한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했습니다.”



 7일 서울에서 개막한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포럼의 두 번째 연사로 나선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국내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46개국 보건·안보 분야 고위급 인사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전문가, 국내외 언론사의 기자 등 200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권 국장은 5월 말부터 메르스 대응 실무를 맡아온 담당 국장이다.



 그는 “국제 교류가 빈번해져 감염병이 24시간이면 세계 어느 곳에라도 퍼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10분 남짓한 강연 내내 우리 정부가 불가항력적인 해외 유입 감염병을 얼마나 잘 막아냈는지를 역설했다. 예상보다 훨씬 감염력이 높았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수퍼 전파자’가 등장했지만 그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고, 비결은 정부의 기민한 대처라는 게 골자였다.



 “총리실 주재로 범정부 대책팀을 꾸려 주무를 맡은 복지부와 다른 부처가 협업했고, 지방정부는 자가격리자를 엄격하게 관리했습니다. 의심 환자를 추적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의 협조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자 행사장에 앉은 외국인 방청객들이 서로 묘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이어지는 자화자찬에 기자의 낯이 뜨거워졌다. 포럼에 참석했던 한 외신 기자는 “한국 정부가 메르스 위기를 교훈 삼아 뭘 배웠는지 알고 싶었는데 위기를 겪은 적이 없었나 보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한국은 세계 2위의 메르스 발생 국가라는 오명을 얻었다. 야생 낙타가 없는 나라 중엔 세계 최고다. 지난 5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이후 두 달여 동안 186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 그중 36명은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8명의 환자가 병원에 남아 폐 섬유화 등 평생 남을지 모르는 후유증과 싸우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종식 선언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의 무용담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토머스 프리든 센터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늘 완벽할 수는 없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때로 정부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오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CDC가 미국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정부 기관이 된 비결을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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