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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산가족 상봉은 평화공존의 첫걸음

중앙일보 2015.09.09 00:36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산가족 상봉이 다음달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게 됐다. 지난달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거둔 ‘8·25 합의’의 첫 단추가 잘 꿰진 데 대해 평가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반 만에 재개되는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 경색 속에 애를 태웠던 남북한 이산가족들에게 더없이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날짜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다음달 10일 이후로 잡힌 게 꺼림칙하다. 북한이 기념일 전후로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할 경우 “단호 대처”를 천명한 우리로서는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실무접촉이 무박2일로 길어진 이유도 다음달 20일 이전은 어렵다는 북측 주장이 완강했던 까닭이라고 한다. 틀리길 바라지만 일부에서 이번 타결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피해 기념일 도발을 하기 위한 북한의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봉 정례화, 화상 상봉, 서신 교환, 교환 방문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 대화를 계속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는 하나 이번 접촉에서 북한이 상봉의 시기·장소·규모 등 세 가지 실무에만 집중하자고 끝까지 주장했던 것도 일회성 행사로 끝내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양측 100명씩 단발성 상봉이라도 이뤄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남쪽에만 6만5907명이나 되는 이산가족이 너무 많고, 70세 이상이 80%가 넘는 현실에서 남은 시간이 너무 없다.



 문제 해결에는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이미 “8·25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자”고 말했다. 도발을 자제하는 것만이 이 말을 증명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도 끊임없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진정성만이 금강산 관광과 5·24조치 해제를 여는 열쇠이며 평화공존의 길을 닦는 불도저라는 사실을 알게 해줘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는 그것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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