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접받는 강남 버스킹, 규제받는 홍대 버스킹

중앙일보 2015.09.09 00:05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강남 대형 몰, 거리 공연 유치 잇따라



토요일인 지난 5일 코엑스몰 라이브플라자에서 인디밴드 ‘잔나비’가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코엑스몰 곳곳에서 하루 7~8회 공연이 열리는 주말엔 매번 300~400명의 관객이 들어찬다. [사진 코엑스몰]




코엑스·롯데월드몰, 인디밴드 섭외

“신선해요” 20~30대 고객 유입 효과

홍대선 소음 민원에 야간 거리공연 제한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지난 1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몰. 매장 앞에 마련된 한 사설 공연장 앞에서 남성 2인조 인디밴드 ‘마더팝콘’이 노래를 불렀다. 근처 쇼핑객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카메라를 꺼내 들었고, 여고생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들은 마더팝콘이 약 30분간 열창한 가요, 팝송 6~7곡을 흥겹게 따라 불렀다. 대학생 조예린(20)씨는 “홍대 앞에서나 보던 인디밴드 공연을 쾌적하고 탁 트인 쇼핑 공간에서 볼 수 있어 신선했다”고 말했다.



 코엑스가 버스킹(거리 공연)을 도입한 건, 매장 리뉴얼을 끝낸 지난해 말부터다. 단발성으로 열었던 인디밴드 공연이 20~30대 고객을 끌면서 공연 횟수가 자연스레 늘었다. 코엑스몰 관계자는 “이름이 알려진 ‘버스커’(거리 공연가)가 나오면 관객 300~400명(주말 기준)이 모여든다”고 설명했다. 쇼핑몰 공연장은 버스커에게도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마더팝콘 보컬 유석진(32)씨는 “쇼핑몰 공연은 실제 콘서트처럼 체계적이다. 음향 사고도 적고, 공연을 관람하는 쇼핑객 연령대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몰인 제2롯데월드(롯데월드몰)도 ‘버스커 섭외’에 열을 올린다. 이달 롯데월드몰은 밴드와 비보이의 공연을 매주 주말 하루 3회씩 총 6회 진행한다. 롯데월드몰 관계자는 “버스킹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을 하루 기준 3200~3500명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야간 소음이 제한된 홍대 앞 걷고싶은거리.
 원래 ‘버스킹 메카’로는 홍대 앞, 대학로가 꼽혔다. 특히 홍대는 서교동 걷고싶은거리, 놀이터 등이 주말이면 몰려드는 20~30대 관객으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였다. 하지만 공연이 열리는 거리가 주택가 근처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7월 마포구청은 “소음 민원이 심하다”며 걷고싶은거리 등의 야간 소음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독립문화예술단체 ‘인디053’의 신동우 기획팀장은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 홍대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녕 동의대 음악학과(작곡) 교수는 “애당초 홍대 앞은 관광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문화 상품으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 실력을 뽐낼 장소가 없었던 뮤지션을 쇼핑몰에서 일부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스킹이란 용어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2009~2010년쯤이다. 노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인디밴드 출신 조문근을 비롯, 거리 공연을 펼치던 인디밴드가 하나둘 등장했다. 버스킹에서 이름을 딴 버스커버스커, 곽진언, 10센치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유명인의 사인회와 기업 행사를 열던 대형 쇼핑몰이 버스킹에 눈을 돌린 것도 이때부터다. 버스커 섭외 전문업체인 버스킹TV의 관계자는 “각 쇼핑몰이 적극적으로 버스커를 섭외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쇼핑몰 무대를 선호하는 버스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쇼핑몰이 비(非)제도권의 대중문화로 여겨지던 버스킹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음반을 어필하려는 버스커와의 새로운 상생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기녕 동의대 교수는 “고객을 유치하는 실적과 비례해 버스커의 보수를 책정하는 등 합리적인 급여 체계가 있어야 쇼핑몰 버스킹 문화가 뿌리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근밴드의 리더 조문근은 “신인 뮤지션을 비롯한 버스커에게는 쇼핑몰 공연이 대중에게 쉽게 가까워질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떼창’(집단으로 노래 따라 부르기)처럼 홍대의 인디문화를 쇼핑객이 몰린 대형 몰 공연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쇼핑몰 공연의 한계를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