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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푼 5] 삼겹살 1위는 고기도 손맛도 '두툼 고소' 제주산

중앙일보 2015.09.09 00:05 강남통신 8면 지면보기
최근엔 껍질이 붙어 있는 오겹살이 인기다. 오겹살은 물이 좋은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먹던 방식으로 멜젓(멸치젓)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난다. 사진은 근(600g) 단위로 제주돼지 목살·삼겹살을 파는 제주돈사돈.






江南通新이 ‘레드스푼 5’를 선정합니다. 레드스푼은 江南通新이 뽑은 맛집을 뜻하는 새 이름입니다. 전문가 추천을 받아 해당 품목의 맛집 10곳을 선정한 후 독자 투표와 전문가 투표 점수를 합산해 1~5위를 매겼습니다. 이번 회는 삼겹살입니다.



마트나 동네 정육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어디서나 구워 먹을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직장인들에게는 단골 회식 메뉴죠. 이렇게 흔한 삼겹살을 먹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답니다. 레드스푼 5에서 선정한 삼겹살 맛집들의 이야기입니다. 제주 돼지를 근 단위로 파는 정육점식 가게부터 셰프의 손을 거쳐 특별한 요리로 새롭게 태어난 삼겹살 요리점까지 다양합니다.











[제주돈사돈]

풍성한 육즙, 부드러운 식감 … 제주서 더 유명








“제주산 돼지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깔끔해서 아이들과 같이 가기 좋다.”(독자 김인혜)



 제주도에서 유명한 ‘돈사돈’의 서울 본점이다. 김범준 대표가 7년 전 제주도에 내려가 만드는 법을 직접 배웠다. 원래 목욕탕이었던 지금 가게를 고쳐 2009년 고깃집을 열었다. 제주 매장처럼 근(600g) 단위로 판매하고 고기 두께가 두툼하다. 근고기 한 근을 주문하면 목살 400g과 삼겹살 200g이 함께 나온다. 제주 돼지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직원이 직접 먹기 좋게 구워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기는 연탄불에 굽는다. 김 대표는 “고기가 두툼하기 때문에 연탄불에 구워야 복사열 때문에 속까지 촉촉하게 잘 익는다. 연탄불이 돼지고기 누린내도 잡아준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직송받은 돼지만 취급한다. 함께 나오는 ‘멜젓’(멸치젓)에 고기를 찍어 먹는다. 예약은 받지 않는다. 성수동에 ‘제주돈옥’이라는 이름의 2호점이 있다.



○ 대표 메뉴: 근고기(600g) 4만2000원, 추가 목살(400g) 2만8000원, 김치찌개 7000원

○ 운영 시간: 오후 5시~자정(일요일은 오후 4시~오후 11시, 설·추석 당일 휴무) 

○ 전화번호: 02-324-7575 

○ 주소: 마포구 합정동 426-5

○ 주차: 가게 앞(무료)






[삼다연]

껍질·고기·비계가 조화, 최현석 셰프 단골집








“껍질과 살코기, 비계의 조화가 뛰어나다. 감칠맛 나는 멜젓과도 잘 어울린다.”(독자 김태완)



값비싼 쇠갈빗집처럼 실내 분위기가 깔끔하다. 1·2층을 모두 사용하는데 좌석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 제주 흑돼지 전문점으로 제주도 흑돼지 농장으로부터 배편으로 고기를 직송받는다. 비행기 대신 배를 택한 건 숙성 때문이다. 박유진 매니저는 “흑돼지가 제주에서 서울까지 오는 3일 동안 숙성이 이뤄진다. 숙성을 통해 고기가 더 연해진다”고 설명했다. 두툼한 두께의 제주 흑돼지 오겹살은 껍질·살코기·비계의 비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식감이 쫄깃하면서도 담백하다. 멜젓으로 만든 소스와 함께 먹으면 감칠맛이 더하다. 제주 추자도 멜젓을 주방에서 다시 끓여 만든 소스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최현석·레이먼킴 같은 유명 셰프들의 단골집이기도 하다. 역삼동에도 매장이 있다.



○ 대표 메뉴: 오겹살·항정살(160g)1만7000원씩

○ 운영 시간: 오전 11시30분~오전 6시

○ 전화번호: 02-511-9283

○ 주소: 강남구 논현동 7-20 1·2층

○ 주차: 발레파킹(2000원)






[봉우화로]

매실에 숙성하고 참숯으로 구워 남다른 향미








“고기 맛은 기본이고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독자 조영혜)



강남역 CGV 뒤편 언덕길을 따라 200m 정도 직진하면 왼쪽에 코너에 고깃집이 보인다. 2002년 문을 연 강남역 대표 맛집 봉우화로다. 여느 삼겹살집과 달리 소의 차돌박이와 양지가 섞인 우삼겹이 대표 메뉴다. 종잇장처럼 얇은 우삼겹을 매콤한 맛이 나는 소스에 찍어 먹는다. 호주산 우삼겹 중에서도 가장 좋은 부위만 골라 얇게 잘라낸다. 고기 두께가 얇아서 익히는 시간이 짧다. 돼지 삼겹살도 있다. 매실에 숙성시킨 매실숙성삼겹살이 가장 인기다. 매실에 숙성해 고기가 연해 식감이 부드럽다. 고기에 매실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다. 고기는 참숯으로 구워 고기 누린내를 잡고 숯향도 배도록 했다. 우삼겹·매실숙성삼겹살 등 어떤 고기와도 잘 어울리는 동치미로 만든 냉면도 인기다. 시원하면서 깔끔한 맛이 나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특히 직원들이 친절하기로 유명한데 나우숙 부사장은 “손님이 부르면 일단 손님에게 먼저 가도록 하는 등 직원 교육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목·금·토요일 저녁은 예약하지 않으면 대기해야 한다. 예약은 6인 이상부터 가능하다.



○ 대표 메뉴: 우삼겹(150g)·생삼겹살(180g) 1만2000원씩, 매실숙성삼겹살(180g) 1만3000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30분~자정(연중무휴)

○ 전화번호: 02-558-8452

○ 주소: 강남구 역삼동 619-14 1·2층

○ 주차: 불가






[육전식당]

고기 두께 4㎝…갓장아찌 등 정갈한 반찬도








“삼겹살이 두툼하고 육즙이 살아있어 더 맛있다. 반찬도 깔끔하다.”(독자 서단비)



 동대문 경마장 앞에서 기사식당을 해온 부모님 가게를 물려받은 오대성 대표가 2013년 연 통삼겹 전문 고깃집이다. 오랜 시간 식당을 해온 어머니 손맛이 살아있는 정갈하면서도 맛있는 밑반찬이 식당의 자랑이다. 오 대표는 “동치미를 제외한 밑반찬 5가지가 매일 바뀐다”고 말했다. 실제 단감김치·대파김치·갓장아찌 등 여느 고깃집에서 보기 힘든 반찬들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장아찌가 인기인데 삼겹살의 느끼한 맛을 잡아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1호점(흰색 간판) 개점 8개월 만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려 10개월 만에 도보 5분 거리에 2호점(노란색 간판)을 열었다. 고기 두께는 3.5~4㎝ 정도로 두껍다. 백혜정 점장은 “육즙이 풍부하려면 고기가 두껍고 신선해야 한다. 맛있게 굽는 법을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직접 구워드린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고기를 구워주며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분위기가 친근하다. 매장이 두 곳이지만 오후 6시 이후에는 두 곳 모두 줄 서 대기해야 할 만큼 사람들이 많다. 내년에는 강남에 3호점을 열 계획이다.



○ 대표 메뉴: 삼겹살·목살(150g) 1만2000원씩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2호점은 오후 5시~오전 2시)

○ 전화번호: 02-2253-6373

○ 주소: 동대문구 신설동 104-3

○ 주차: 불가






[베러댄비프]

앤틱 카페 같아, 소개팅이 가능한 삼겹살집








“고기 맛과 매장의 분위기 모두 뛰어난 곳이다.”(독자 서정원)



 소개팅이 가능한 삼겹살집. 베러댄비프를 표현하는 말이다. 가로수길에서 15년 동안 삼겹살 맛집으로 이름을 알린 ‘장뚜가리’가 2013년 오픈한 삼겹살 전문 요리점이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고깃집이 아닌 앤틱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인테리어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고깃집에 다녀오면 불쾌하게 남는 고기 냄새도 나지 않아 젊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인기 비결은 셰프가 만든 요리. 장뚜가리는 직화로 구운 고기를 파는데, 베러댄비프는 셰프가 주방에서 조리한 요리를 선보인다. 이영섭 기획팀 매니저는 “여느 고깃집과 달리 마치 유럽에서 삼겹살 요리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셰프가 조리해 요리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삶은 감자를 얇게 썬 후 그 위에 크림소스와 구운 삼겹살을 올린 ‘버라이어티 삼겹살’이 대표 메뉴다. 이 외에도 삼겹살로 만든 독창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오후 5시 이후에는 밖에서 줄 서 기다려야 한다.



○ 대표 메뉴: 오감만족·버라이어티 삼겹살 2만8000원씩

○ 운영 시간: 오전 11시30분~자정(마지막 주문은 10시)

○ 전화번호: 02-3446-0400 

○ 주소: 강남구 신사동 514-9

○ 주차: 불가






쪄서 먹다 60년대부터 구워 먹어

IMF 최고 인기 부위로 몸값 올라




인생역전, 아니 ‘돈(豚)생역전’이다. 삼겹살 얘기다. 1960년대 기름기가 많아 수출이 잘 안 됐던 삼겹살은 도시 노동자들의 술안주였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IMF)를 계기로 신분이 바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비교적 저렴한 삼겹살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은 세계 최대 삼겹살 소비국이 됐으며,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고기 중 삼겹살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생산량보다 수요가 훨씬 많으니 수입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삼겹살 먹는 날이라는 삼겹살데이(3월 3일)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 있는 메뉴가 된 것이다.



 과거 돼지고기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고기가 아니었다. 쇠고기를 선호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주로 설렁탕·곰탕 같은 국으로 즐겨 먹었다.



 돼지고기를 많이 먹기 시작한 건 64년 도쿄올림픽 이후다. 일본 내 돼지고기 소비량이 늘면서 한국의 삼겹살 대일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 수출하고 남은 돼지머리·내장·다리·뼈·삼겹살 같은 나머지 부산물이 도시 빈민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음식강산』의 저자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는 “족발·곱창·순대·감자탕같이 돼지 부산물을 이용한 음식점들이 증가한 것도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고 남은 특수부위가 남아돌기 시작한 60년대 후반부터다. 특히 삼겹살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모여든 도시 빈민층과 노동자들에게 훌륭한 단백질·지방 공급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삼겹살의 인기를 견인한 것 중 하나가 소주였다. 알코올 도수 24~25도의 소주는 단백질과 지방이 섞인 삼겹살과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삼겹살을 구워먹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한국은 예부터 불판에 고기를 올려 직화해 먹지 않고 끓이거나 양념해 찌거나 삶아 먹었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는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우리에게 고기는 불고기·너비아니·산적처럼 손질하고 이를 다시 양념해 먹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삼겹살도 마찬가지다. 70년대 나온 요리책에도 삼겹살은 찌거나 양념해 먹는 조리법만 소개돼 있다.



 삼겹살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전해진다. 탄광의 광부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버티기 위해 먹었다는 설이나 충북 청주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청주에선 예부터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에 소금을 뿌려 먹는 소금구이를 즐겨 먹었고 삼겹살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이전부터 소금구이 전문 식당들이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2012년엔 청주시가 나서 서문시장에 삼겹살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건 개성 지방에서 즐겨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미식가로 유명했던 동화 작가 마해송(1905~1966)이 58년 낸 수필집 『요설록』에 따르면 세겹살(삼겹살)은 개성에서 많이 먹던 요리였다. 예부터 개성엔 상인들이 많이 살았다. 상인의 미망인들은 돼지 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개성에는 돼지고기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는 “개성에서 돼지를 키울 때 며칠은 쌀뜨물을 먹이고 며칠은 먹이지 않고 키우면서 인위적으로 삼겹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돼지를 그대로 사육하면 살코기와 지방층이 고르지 않게 분포돼 삼겹살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방층을 만드는 사료와 살코기를 만드는 사료를 3일 간격으로 번갈아 먹여야 삼겹살이 생긴다. 현재의 돼지 사육 방식이 바로 그런 식이다. 과거 개성 지방의 사육 방식과 비슷하다. .



 시대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삼겹살을 굽는 방법도, 두께도 달라졌다. 와인이나 맥주·녹차에 숙성시킨 삼겹살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90년대 후반엔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고기를 종잇장처럼 얇게 썬 대패삼겹살이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오겹살이 인기다. 제주도에서 먹던 오겹살은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껍질과 그 안쪽의 살까지 포함해 다섯 겹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있던 이름이 아니지만 찾는 사람이 늘면서 2000년 신조어로 국립국어원에 신어자료집에 수록됐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는 “제주도는 물이 좋아 돼지 냄새가 적게 나기 때문에 껍질째 먹었다. 이런 문화가 80년대 관광붐이 일면서 도시에 소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많아 산패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요즘은 비행기로 매일 제주산 돼지를 공수해와 서울에서도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늘고 있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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