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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vs 공연] 가해자의 삶, 피해자의 삶…양극단의 슬픔

중앙일보 2015.09.09 00:05 강남통신 14면 지면보기
연극 ‘나는 형제다’ ‘먼 데서 오는 여자’



연극 ‘나는 형제다’(왼쪽)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0일까지, ‘먼 데서 오는 여자’는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18일~10월 4일에 공연한다. [사진 세종문화회관·코르코르디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는 사회 전체를 비통에 빠트린다. 끔찍한 일을 벌인 참사의 가해자, 그리고 참사가 할퀴고 간 상처를 안은 채 사는 피해자. 정반대의 입장에 선 둘은 얼마나 다를까. 연극 ‘나는 형제다’와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이 양쪽의 시선에서 각각 세상을 본다.



 김옥란 연극평론가는 “두 공연은 형제와 노부부 같은 가족이 주인공”이라며 “사회의 거대하고 비참한 사건을 집단(계급) 대 집단(계급)의 대립·갈등으로 담지 않고 이를 겪은 개인의 삶, 이들의 감정에 밀착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두 공연을 관통하는 소재는 참사다. 나는 형제다는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점에서 압력솥 폭탄이 터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극 중에서 형제는 마라톤대회가 아니라 극장을 범행 장소로 정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온 실패는 형제를 방황하게 만들었다. 부모마저 잃는다. 어렸을 적 착하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형제의 꿈은 사라진다. 사회 곳곳에 악이 자라고 있다고 맹신하게 된 형(이승주 분)은 테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작품을 쓴 고연옥 작가는 “약자를 억누르고 자신과 다른 타인을 배척하는 인간성의 왜곡된 모습이 테러라는 폭력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과 인간성의 회복을 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먼 데서 오는 여자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노부부의 얘기다. 남자(이대연 분)는 중동에 가 일했다. 여자(이연규 분)는 어렸을 때 식모살이에 동생과 헤어지는 슬픔도 겪었다. 두 사람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로 딸을 잃었다. 이제 여자는 치매에 걸려 옆에 있는 남자가 남편인지도 모르는 처지다. 노부부가 지난날 기억의 파편을 하나씩 맞춰가며 극은 흘러간다.



 이 작품의 배삼식 작가는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이야기”라며 “살아가기 위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 거기서 끊임없이 도망치려 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나는 형제다는 서울시극단 정기공연작이다. 김광보 연출이 서울시극단장으로서 맡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김 연출과 고 작가는 이번 초연작으로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지난해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나는 형제다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0일까지, 02-399-1095. 먼 데서 오는 여자는 게릴라극장에서 18일~10월 4일, 02-889-3561.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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