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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홈플러스 7조2000억 원에 인수

중앙일보 2015.09.07 18:41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16년 만에 ‘한국기업’으로 돌아왔다.



영국 유통기업인 테스코 그룹은 7일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한국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게 매각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지난 1999년 삼성물산이 영국 테스코에게 경영권을 넘긴 지 16년 만에 다시 한국 투자자를 주인으로 맞게 됐다.



홈플러스 인수 총 거래대금은 7조2000억원(약 60억 달러)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대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약 5000억원을 공동투자하고 캐나다의 연금투자위원회와 공무원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도 투자에 참여했다.



MBK는 이날 “7조2000억원 가운데 지분매입 금액이 5조8000억원이며 홈플러스의 1조4000억원 차입금을 떠안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특히 MBK는 “홈플러스가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앞으로 2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신선식품 라인업 강화, 상품군 혁신, 서비스 강화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홈플러스는 유통업계에서 ‘고속 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1999년 외환위기 시기에 삼성물산이 테스코와 합작해 당시 대형마트 업계 12위였던 홈플러스를 3년 6개월 만에 업계 2위로 성장시켰다. 현재 대형마트 140개,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375개, 편의점(‘365플러스’)327개 등이 영업중이다.



테스코 아래서 홈플러스는 득실이 뚜렷이 갈렸다. 테스코의 선진 물류가 도입되면서 유통 시스템이 한 단계 도약했지만 2013년 이후 모기업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거센 외풍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지난해 최악의 실적(순손실 10조원)과 분식회계 적발로 자금난에 부딪힌 테스코가 ‘빚을 갚기 위해 홈플러스를 팔기로 했다’는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매년 영국으로 빠져나가는 수백억원 대의 상표 로열티가 도마위에 올랐고, 올해 초 터진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이미지마저 추락했다.

홈플러스는 인수계약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MBK가 2013년 웅진코웨이를 1조원에 인수한 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가치를 3조원 수준으로 크게 높인 경험이 있다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2005년 설립된 MBK(자산 9조5000억원)는 코웨이·네파·KT렌탈 등 국내기업 10개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총 22개 기업에 투자중인 바이아웃 펀드(기업 인수 뒤 가치를 높여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다.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당장 구조조정 여부가 쟁점이다. 본지 취재 결과 테스코는 매각계약을 앞두고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직원들의 현재 고용 조건 및 단체교섭동의를 존중한다”며 “강제적인 구조조정(involuntary reduction)은 없다”는 내용을 홈플러스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MBK로부터 고용승계에 대한 어떤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8일까지 고용승계, 단체협상권 등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경우 규탄 결의대회와 부분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리 매각’ 가능성과 이에 따른 업계 구도 변화도 관심사다. 2014 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의 매출은 8조5682억원으로 롯데마트에 앞선 2위지만 영업이익률은 2.76%로 3위인 롯데마트(3.96%)보다 떨어진다.



국내 상권 경쟁이 치열하고 의무휴일 등 각종 규제가 적지 않은 가운데 영업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만은 없다. 이 경우 결국 MBK입장에선 기업가치를 높인 뒤 알짜 매장을 추려 내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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