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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기반 ELS, 녹인 공포 어느 정도?

중앙일보 2015.09.07 17:47
직장인 이재훈(43)씨는 매일 오전 10시30분만 되면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 시간에 개장하는 홍콩지수, 그 중에서도 H지수(HSCEI)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코스피200·유로스톡스50·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ELS)에 가입했는데, 최근 H지수가 급락해 녹인(Knock in·원금손실) 가능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가입 당시 H지수는 1만4720대였고, 녹인은 가입 당시 지수의 ‘55%(45% 하락)’부터 발생하는 조건이었다. H지수가 8096을 하회하면 녹인이 발생해 투자금 손실을 보게 될 상황이다. 이씨는 “환매해야 할지, 놔둬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올 봄에 H지수 기반의 ELS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씨와 같은 고민에 빠질 법하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 주식으로 구성된 지수다.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덩달아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1만대 초반이던 지수가 지난 5월 말에는 1만4962.74까지 올라갔다. H지수를 기초자산에 포함한 ELS도 덩달아 늘어났다. 최근 H지수 기반 ELS 발행과 판매 중단 지침을 내린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는 6월 말 현재 전체 ELS 발행 잔액의 38%에 달한다.



문제는 중국 증시와 함께 H지수도 급락했다는 점이다. 9월4일에는 장중 9058.54까지 떨어져 9000포인트 붕괴 우려까지 제기된 끝에 간신히 9169.59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저점 기준으로 고점 대비 39.4% 하락이다. 그렇다면 H지수 기반 ELS가입자는 지금이라도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환매하는 것이 좋을까.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일단 현 상황에서 녹인 발생을 우려할 만한 상품은 60% 녹인 조건인데, 이런 조건의 상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올 봄 판매된 H지수 기반의 ELS는 대부분 녹인 구간이 50% 또는 55%였고, 45% 짜리도 적지 않았다. 최고점에 가입했다 해도 55% 녹인 조건이라면 지수가 8096이라야 녹인이 발생한다. 1만2000~1만3000구간에 가입했다면 녹인 발생 지수는 더욱 낮아진다.



에프앤가이드와 유안타증권 등에 따르면 H지수 기반의 국내 발행 공모형 ELS 상품의 손실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구간은 6500~7000구간이다. 이 구간에서만 3조626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8500~9000구간 1220억원, 8000~8500구간 6780억원 등 윗 구간에서도 손실은 발생하지만 액수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최소한 8000을 하회해야 손실이 조단위로 커진다.



다시 말해 본격적인 손실이 발생하기까지는 아직 1000~2000포인트의 여유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H지수가 8000포인트를 밑돈 것은 단 한 차례, 2008년 금융위기 때였다. 그해 10월 지수는 4792.37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2009년3월 8000선을 회복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8000선이 깨진 적이 없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우려할 만한 추가 급락 요인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위험의 정도와 규모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녹인의 공포’를 감당할 수 없다면 환매하는 것이 좋다. ELS를 환매하면 원금에서 그동안의 하락분과 환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받게 된다.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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