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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이준익의 사극…안다고 다 아는 건 아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5.09.07 09:41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도세자라 하라."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깊게 알지 못 했던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이준익 감독이 끄집어냈다. 영화 '사도'.



'사도'의 기둥 줄거리는 조선 21대왕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가족사다. 영화는 관에 누워있던 사도세자가 누군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칼을 들고 영조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일로 결국 뒤주에 갇힌 뒤 8일 만에 운명을 달리한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40대를 넘어 어렵게 얻은 귀한 아들을 위해 영조는 직접 책까지 만들지만 총명했던 아들이 점점 공부를 게을리 하자 실망감은 점점 커진다. "잘하자. 자식이 잘해야 애비가 산다"며 따뜻한 말을 건네던 영조의 눈빛과 말투는 점점 차가워지고 사도세자를 향한 미움과 불만이 켜켜이 쌓여간다. 대리청정(임금의 허락을 받아 여러 일을 대신 수행하는 것)을 하는 사도세자가 하는 일 마다 질책하고, 꾸짖는 건 어느새 일상이 된다. 아버지 영조의 바람대로 완벽한 세자가 되고 싶었지만, 계속 다그치기만 하자 영조에 대한 원망이 커져만 간다. 그렇게 점점 멀어진 두 사람, 결국 영조는 아들을 죽인 왕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사도'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라 어쩔 수 없이 전개가 지루하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다. 당연히 결말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대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 매력의 8할은 배우의 몫이다. 영조를 되살려낸 송강호와 사도세자로 분한 유아인의 연기가 작품의 격을 끌어올렸다.



뻔한 스토리는 두 배우의 집중력으로 밀도를 채워간다. 영조의 40년 세월은 배우 송강호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명연기다. '대세 배우'유아인도 이에 밀리지 않는다. 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섬세한 표정과 말투로 표현하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언제나 '임금'이기만 한 아버지 영조,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로서 인정받고 싶은 사도세자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두 배우의 카리스마가 폭발한다.







56년의 역사를 현재와 과거 사건으로 교차시키고, 3대에 걸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은 또 다른 신선함을 준다. 대립각을 세우는 영조와 사도세자를 연결하는 역할은 세손(정조)이 맡는다. 3대의 이야기를 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조는 할아버지이자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사도세자는 아들이자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부분도 흥미롭다.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문근영), 생모 영빈(전혜진), 대왕대비 인원왕후(김해숙) 등 주변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까지 깊숙이 터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새로움을 창조했다는 것, 배우들의 명품 연기 향연을 펼치다는 것만으로도 꽤 볼만한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의 희망관객수는 500만 명. 어려운 수치는 아니겠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온라인 중앙일보 j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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