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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해역서 돌고래호 수색 … 밤새 헤맨 해경

중앙일보 2015.09.07 03:00 종합 3면 지면보기



예방도 구조도 세월호 교훈 무색
서쪽 표류했는데 해경은 동쪽 뒤져
140억 들인 ‘표류예측시스템’ 실패





























낚싯배 돌고래호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나선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애초 엉뚱한 해역을 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돌고래호는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곳에서 남서쪽으로 흘러갔으나 해경은 동쪽을 집중 수색했다.



 6일 해경에 따르면 돌고래호는 전날 오후 7시38분 제주 추자도 북동쪽 500m 해상에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가 끊겼다. 해경은 배에 물이 들어와 전원이 끊긴 것으로 보고 이곳을 사고 지점으로 추정, 경비정 3척을 보냈다. 하지만 현장에는 돌고래호가 없었다. 그러자 해경은 ‘표류예측시스템’을 활용했다. 바람과 바닷물의 흐름을 살펴 실종자나 선박이 어디로 떠내려갔는지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경은 5일 밤 늦게까지 신호가 끊긴 곳의 동쪽 해역을 집중 수색하다 소득이 없자 서쪽으로 구역을 넓혔다. 돌고래호는 결국 신호가 끊긴 곳으로부터 남서쪽으로 4㎞ 떨어진 바다에서 지나가던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 연락이 끊긴 지 11시간 뒤인 6일 오전 6시40분의 일이었다.



  표류예측시스템은 2009년 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을 시작해 매년 개선 중이다. 지금까지 개발·개선에 140억원이 들었다. 해경은 이를 2012년 도입했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표류예측시스템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기상 변화 등을 100% 반영하지 못해 실제 방향과 일치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돌고래호 사고는 ‘또 다른 세월호’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탑승객 숫자조차 몰랐던 상황이 그대로 재연돼서다. 해경은 “전복된 돌고래호에 최소 21명이 탄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하고 있다. 22명 탑승자 명단이 있지만 실제 승선자와 일치하지 않았다. 4명은 배에 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고, 생존자 1명과 사망자 2명은 승객 명단에 아예 없었다. 이로 인해 해경은 구조·수색에 필수인 실종자 숫자조차 모르고 있다. 6일 오후 늦게까지 “구조 3명, 사망 10명, 실종 8명 이상”이라고만 발표할 뿐이었다.







 승선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낚싯배들이 승선자 명단을 자율로 제출하도록 돼 있을 뿐 실제 탑승자와 명단을 대조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설혹 규정을 만든다고 해도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해경은 인력이 부족해 작은 항구에서는 어촌계장 등이 형식적으로 명단을 받는다. 전복된 돌고래호도 추자도 남성항을 떠나기 전에 어촌계장에게 승선자 명단을 냈다. 익명을 원한 해경 관계자는 “어촌계장과 낚싯배 선장은 거의 대부분 형·아우로 지내는 사이”라며 “때론 승선자 수가 정원을 넘어도 눈감아 주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탑승자들의 안전의식도 문제다. ‘탑승 내내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는 낚시꾼은 거의 없다. 돌고래호가 그랬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사망한 김철수 선장과 구조된 박모(38)씨 등 7명은 구명조끼 없이 배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다 이 중 4명은 힘이 빠져 배를 놓쳤고, 3명만 구조됐다. 해상에선 점퍼에 묶인 아이스박스 3개가 발견됐다. 역시 구명조끼가 없던 승객이 뜰 것을 급조한 것으로 해경은 파악했다.



 다른 낚싯배들도 마찬가지다. 출항 전 해경 등이 구명조끼를 입었는지 점검하지만 일단 항구를 떠나서도 계속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이는 극소수다. 충남 태안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정모(44)씨는 “출항하면 승객들이 제일 먼저 거추장스럽다며 구명조끼를 벗어 던진다”며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손님이 싫다고 하니 어쩌지 못한다”고 말했다. 낚싯배 승객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으면 현재는 선장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문다. 승객에게도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8개월 넘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제주=손국희 기자, 신진호·박진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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