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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거나 나누기, 요즘 노래 마케팅 두 가지 공식

중앙일보 2015.09.07 01:17 종합 25면 지면보기



오프라인 음반은 더하기, 간직하고 싶게 화보집처럼 두껍고 특이한 디자인
온라인 음원은 쪼개기, 매달 한두 곡씩만 순차적으로 발표 … 음원차트 장기 집권





#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음반매장 ‘핫 트랙스’는 지난해 11월 서점 내 매장 위치를 바꿨다. 그러면서 매장 면적을 약 298㎡에서 202㎡로 줄였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음원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음반을 사지 않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 온라인 음원사이트 지니에 따르면 지난해 총 1만5999장의 싱글앨범이 발표됐다. 정규앨범은 4389장이었다. 2005년만 해도 싱글앨범은 262장, 정규앨범은 932장 발표됐다. 열 곡 가량 꽉 채운 정규앨범보다, 한두 곡만 온라인상에서 발표하는 트렌드가 굳어지고 있다.



 요즘 국내 가요계의 온·오프라인 모습이다. 가요계는 양분된 시장에서 노래를 팔기 위해 각각 다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 오프라인 음반 시장은 앨범의 소장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CD 한 장만 파는 게 아니라 사진첩 등 이것저것 넣어 볼륨을 키우는 ‘더하기 기법’이 한창이다. 온라인 음원 시장에서는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올라 계속 노출되게끔 하는 게 중요해졌다. 정규앨범을 통해 뭉텅이로 곡을 발표하기보다 한두 곡씩 발표하는 ‘나누기 기법’이 새롭게 등장했다.



 CD 케이스의 경우 가로·세로 14×12㎝ 규격이 깨진 지 오래다. CD장에 꽂지 못하는 앨범이 대다수다. 6인조 그룹 2PM이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5집은 가로·세로 21㎝의 두꺼운 박스였다. 타이틀 곡 ‘우리집’의 콘셉트에 맞춰 앨범 표면에 도어록(문 잠금장치)을 입체적으로 새겼다. 상자를 열면 화보가 먼저 나오고, CD가 뒤에 놓여 있다. JYP 엔터테인먼트 측은 “구매자에게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켜주고 수집하고 싶은 음반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며 “그러기 위해서 앨범에는 노래 플러스 알파가 담겨야 한다”고 전했다.



화보 같은 소녀시대의 5집 앨범 ‘라이온 하트(Lion Heart)’. [조문규 기자]
앨범 디자인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아예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드는 경우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걸그룹 2NE1의 미니 2집 앨범(2011년)은 팝 아티스트 마리킴, 타블로의 솔로 앨범 ‘열꽃(2011년)’의 재킷 디자인은 김남표 화백의 작품이다.



 기존에 발표한 앨범에 곡을 더 추가하고 사진을 바꿔서 다시 내놓는 ‘리패키지’도 활발하다. 5인조 그룹 샤이니는 지난 5월 정규 4집 ‘오드(Odd)’를 발표했다. 그리고 3개월 뒤 곡 4곡을 추가한 리패키지 앨범 ‘메리드 투 더 뮤직’(Married To The Music)을 내놨다. CD와 함께 들어 있는 화보의 사진을 모두 바꿔 마치 새 앨범을 발표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가요업계에서는 10인조 그룹 엑소의 2집이 100만 장이 팔린 데는 리패키지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올 상반기 가요계의 눈길은 5인조 그룹 빅뱅에 쏠려 있었다. 이들은 지난 5월 신곡을 발표하면서 8월까지 매달 초마다 노래를 2곡씩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모아 정규앨범으로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새 노래가 나올 때마다 주요 음원 사이트의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정규앨범 형태로 곡을 발표해봤자 타이틀 곡을 제외하고 나머지 곡들이 묻혀버리는 현실에서 빅뱅의 전략은 영리했다. 소녀시대도 5집 을 내놓으면서 타이틀 곡 3개를 순차적으로 나눠 발표했다.



 이런 나누기 전략에 가요계에서는 “온라인 음원 차트 시대에서 앨범 제작 방식을 바꿔야할 것 같다”(가수 이승철)는 고민도 나오고 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예전에는 음반이 소장과 감상 기능을 모두 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음반은 소장용, 온라인 음원은 감상용으로 나뉘게 됐다”며 “온라인 음원 차트의 성격상 음원의 휘발성이 강해진 만큼 끊임없이 곡을 발표하면서 이슈를 파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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