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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겨우 워크아웃 졸업했는데 파업이라니 …

중앙일보 2015.09.07 00:31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준술
경제부문 기자
6일 아침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금호타이어 공장 정문. 고속버스 9대가 문 앞을 가로막았다. 노조원 출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날 사측은 노조의 장기 파업에 맞서 ‘직장 폐쇄’라는 강수를 뒀다. 노조원의 시설물 점거를 막고 퇴거를 요구하기 위해 급기야 바리케이드용 버스가 등장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파업이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17일부터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벌써 21일째다. 사측은 지금까지 생산 손실이 940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국내 공장의 연간 매출 6.6%에 이르는 규모다. 타이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회사는 ‘대외 신용도’ 하락까지 우려한다.



 이렇게 ‘직장 폐쇄’까지 가게 된 건 좁게 보면 임금피크제와 성과급 등의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지난 주말까지 이어진 교섭에서 사측은 임금피크제 시행을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과 함께 임금 감소에 따른 일시금 300만원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더해 추가로 성과급을 요청해왔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나오지도 않은 마당에 성과급을 미리 지급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파업으로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교섭 대표들이 결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등 협상 진정성이 없다”고 맞섰다.



 회사 측은 노조가 너무 이득만 챙기려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는 올 들어 반년간 1조5380억원어치 타이어를 팔았다. 이자·영업비 등을 빼고 남긴 순이익은 224억원가량이다. 반면 1위인 한국타이어는 매출 3조1063억원과 순이익 3150억원을 거뒀다. 차이가 한참 난다. 연봉은 어떨까. 금호타이어의 20년차 생산직 연봉은 6380만원가량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같은 조건의 근로자가 6700만원이다.



 사실 길게 보면 금호타이어의 ‘파업 대치’는 뿌리가 깊다. 이 회사는 2009년 경영 악화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임금삭감·정리해고 등의 파고를 겪으며 네 차례 전면파업을 겪었다. 직장 폐쇄의 경우 이미 2009년과 2011년에도 단행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힘겹게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파업으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노사 앞엔 숙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다. 오죽하면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까지 나서 “경쟁사와 비교한 실적 악화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품질·생산·기술력 모든 변화에서 방향을 재정립하라”고 채찍질했다. 금호타이어는 기아차·삼성전자와 함께 광주 경제를 이끌어가는 ‘삼두마차’로 통한다. 노조의 양보와 사측의 적절한 대응으로 파업이란 악순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



김준술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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