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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챌린저 & 체인저] 도요타·아우디도 뚫었죠 … 물 건너서 번 돈만 2118억

중앙일보 2015.09.07 00:24 경제 2면 지면보기
강철중 인지컨트롤스 대표(오른쪽)가 자동차용 부품 조립기를 살펴보고 있다. 인지컨트롤스는 한 해 1200만 개를 생산하는 서모스탯을 비롯 300여 가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 한 해 100만 개 이상을 만드는 부품도 10종이 넘는다. [사진 인지컨트롤스]


‘78억원에서 2118억원으로.’

(22) 자동차부품 300여 개 만드는 인지컨트롤스 강철중 대표
해외매출 9년 전 78억서 27배 뛰어
직원 1인당 부품 1만 개 꼼꼼 검사
작년만 연구개발비로 256억 들여



 9년 새 해외 매출을 27배나 늘린 회사가 있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IT(정보기술) 기업이 아닌 보수적인 성향의 제조업, 그것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인지컨트롤스의 이야기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서모스탯(엔진 내 연료온도를 제어하는 부품)이다. 인지컨트롤스는 한 해 1200만 개의 서모스탯을 만들어 이 분야에서 세계 수위를 다툰다. 이외에도 총 300여 가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자동차 부품의 백화점’이라고도 불리우는 기업이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지컨트롤스는 지난해 58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인지컨트롤스의 공장 내부는 흡사 반도체 공장을 연상시켰다. 입구부터 방진설비가 단단히 갖춰져 있었다. 방진복장을 입지 않고서는 생산시설 내 접근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들어서자 공장 내부에선 품질검사가 한창이었다. 직원들은 고배율 현미경을 활용해 부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검사 중이었다. 직원당 하루 평균 7000~1만 개 가량의 부품을 검사한다고 했다. 이 회사 강철중(54) 대표는 ”어떤 부품이라도 자동차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전수검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지컨트롤스의 발전사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1978년 수입부품 국산화를 기반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1980~90년대 독자 기술개발과 해외 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자체 기술력을 강화해 1998년에는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도 지정됐다. 본격적으로 해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현대·기아차가 발판이 되어줬다. 미국 앨라배마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법인을 설치했다. 하지만 인지컨트롤스는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 기지에 부품을 납품하는 단계에 그치지 않았다. 현대차가 협력업체의 연구개발을 돕기 위해 진행 중인 ‘해외경쟁차 부품 무상 제공’과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기술력을 쌓았다.



 독특한 해외영업 방식도 인지컨트롤스의 성공적인 해외 공략 비결이다.



 우선 인지컨트롤스는 ‘일주일 짜리’ 출장은 보내지 않는다. 기존 출장들은 대부분 해외 자동차 부품 박람회를 둘러보고나 해외 거래처 바이어를 한 두번 만나 제품 브로셔를 전달하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관행을 싹 뜯어고쳤다. ‘일이 없어도 한 달 이상’ 출장을 가는 걸 원칙으로 한 것이다. 이 회사 강혁진 해외영업팀장(상무)는 “직원들이 처음에는 ‘한 달 동안 뭘 해야 하느냐’며 괴로워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머물러야 뭐가 돼도 된다는 생각이 자리가 잡혔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 명품 자동차인 아우디와 거래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회사의 해외영업 담당 직원이 자연스레 독일 현지에서 아우디 측 바이어와 맥주 한 두잔 나누며 한담을 나눌 만큼 시간과 정성을 들인 다음에 성사된 일이다.



 인지컨트롤스는 새로 해외 거래처를 뚫을 때면 적어도 거래처마다 40~50회 이상 방문하는 것은 기본으로 한다. 이에 맞춰 자동차 브랜드별 사양에 맞춘 시제품 역시 500개~1000개 가량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중견기업이지만 미주·유럽·아시아별로 별도 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이 회사만의 특징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한 직원이 이 나라 저 나라를 맡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반성에서다. 인지컨트롤스의 해외영업담당 직원은 임원을 포함해 14명이 전부지만 이 원칙은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선입견을 버리고 과감하게 신규 거래처를 뚫은 것도 성공비결이다. 2013년 4월 강철중 대표는 일본 나고야 사무소를 열었다. ‘도요타와 거래는 어려울 것’이란 사내외의 반대를 이겨냈다. 일 년여 뒤 인지컨트롤스는 도요타와도 거래관계를 맺게 된다. 독일 아우디와 거래를 시작할 때처럼 직원들의 우직함과 제품의 성능을 무기로 꾸준히 도요타의 문을 두드린 덕이다.



 물론 영업력만 가지고 해외 유수의 브랜드들과 거래를 튼 것은 아니다. 기본은 꼼꼼한 품질관리와 기술력이다. 인지컨트롤스는 중견업체지만 연구개발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만 매출의 4.4%인 256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경쟁업체의 배가 넘는 액수다. 연구진도 탄탄하다. 이 회사의 자체 연구소는 총 91명의 연구인력을 보유 중이다. 이 회사의 국내 정규직원(640명) 중 14%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2008년부터 자체 품질검사 시스템(IQMS)를 갖춰놓고 꼼꼼히 품질을 다진다.



 한 가지 더. 제품 개발을 위해서라면 어려운 일도 꺼리지 않는 게 인지컨트롤스의 진짜 무기다. 일 예로 인지컨트롤스는 자동차용 브레이크의 핵심 부품인 체크밸브를 생산하는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다. 제품의 개당 가격은 1000원 이하지만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꼼꼼한 품질관리가 필요해 다른 회사들이 생산을 꺼려서다. 하지만 인지컨트롤스는 한 해 900만 개가 넘는 체크밸브를 생산한다.



 뚝심과 기술력을 갖춘 업체다보니 종종 어려운 일이 숙제로 떨어지기도 한다. 강철중 대표는 “2014년에는 현대차의 분리냉각용 시스템의 일부를 개발하던 다른 부품사가 양산 3개월을 앞두고 못하겠다고 포기한 일이 있어 우리가 3개월 만에 이를 성공시켰다”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과감하게 생각하는 게 우리 회사의 진짜 힘”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도전을 무기로 다양한 성과도 내고 있다. 2012년에는 세계 최초로 워머내장형 밸브를 개발했다. 현대·기아차는 이 부품 덕에 3년간 총 364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인지컨트롤스는 현대·기아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협약 모범사례로도 선정됐다. 강철중 대표는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결국 엔진에 필요한 물과 공기를 제어하는 것”이라며 “물과 공기처럼 고객사에 꼭 필요한 업체가 될 수 있도록 매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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