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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로 치아를 고문하세요? 치열교정 패러다임이 바뀝니다

중앙일보 2015.09.07 00:02 주말섹션 4면 지면보기
‘치아 교정 시 철사가 드러나 보기 흉하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틀을 치아에 씌워 치열을 교정하는 투명 교정술이 발전한 덕분이다. 투명 교정은 면접 같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나 음식을 먹을 때 뺐다가 낄 수 있어 편의성을 높였다. 이런 투명 교정 시대를 연 주인공은 바로 국내 치과의사인 김태원(이클라이너 치과) 원장이다.


탈·부착식 투명 교정장치 '이클라이너'의 진화
복잡한 치열도 가지런히
3주마다 1mm씩 옮겨
하루 17시간만 끼면 돼
구강 구조 본뜨기 딱 한 번

이클라이너 치과 김태원 원장 개발



1998년 세계 최초로 투명 교정장치(클리어얼라이너)를 개발했다. 그런데 투명 교정장치는 편리한 만큼 한계가 있다. 미관상 깔끔하지만 비교적 간단한 교정에만 사용되고, 장치를 착용하는 기간도 길었다. 또 제작 시 사람의 눈·손에 의존하므로 만드는 이의 기술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났다. 김 원장은 “숙련된 기공사가 아니면 치아 이동이 원활하지 않거나 치아 뿌리가 괴사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투명 교정장치의 한계를 디지털 설계와 3D 프린팅 기술로 극복한 ‘이클라이너(e-Cligner)’가 나온 배경이다.



김 원장은 “교정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아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고품질의 오리지널 투명 교정장치를 보급할 필요가 있어 이클라이너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클라이너는 0.01㎜의 오차도 잡아내는 정밀한 디지털 설계로 만들어 유사제품과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클라이너는 일반 교정의 효과와 투명 교정의 편리함을 만족시킨다. 먼저 교정 원리를 보자. 김 원장은 “치아에 브래킷을 붙이고 철사를 사용하는 일반 교정장치와 원리는 같다”며 “치과 교정학 교과서에서 오랜 기간 검증된 치아 이동 순서와 조직 반응 이론을 그대로 적용한 장치”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치아에 브래킷을 부착하고 철사를 깔아 교정할 때 처음에는 가는 철사부터 시작해 점차 굵은 철사로 바꾼다. 이클라이너 역시 굵기가 0.5㎜인 소프트 장치부터 시작해 중간 단계인 미디움(0.625㎜)을 거쳐 하드(0.75㎜)로 장치를 교환하면서 치아를 이동시킨다. 통증을 줄이고 착용감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김 원장은 “세 가지 두께의 장치를 차례대로 사용해 생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 유일한 투명 교정장치”라고 말했다.



이클라이너는 복잡한 치열도 교정이 가능하다. 김 원장은 “아랫니가 앞니보다 앞으로 나온 환자는 36년간 윗니·아랫니가 안 맞아 앞니가 부서질 정도로 배열이 엉망이었다”며 “이런 환자도 투명 교정만으로 치아 배열을 가지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치아에 탈·부착이 가능하다는 점은 일반 교정장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우려를 덜어준다. 이클라이너는 성인의 경우 17시간 장치를 끼고, 7시간은 장치를 빼놓으면서 치아에 쉴 틈을 준다. 김 원장은 “브래킷과 달리 치아에 24시간 힘을 전달하지 않는다”며 “장치를 빼고 있는 동안 치아에 혈액·영양을 공급하므로 뿌리가 짧아지거나 잇몸이 주저앉는 교정 부작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에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독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양치질을 할 때는 장치를 빼므로 칫솔질이 잘 안 돼 생기는 충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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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설계·3D프린팅으로 품질 균일



이클라이너는 디지털 설계와 3D 프린팅으로 품질을 균일화했다. 이클라이너의 제작 과정은 이렇다. 먼저 환자는 전체 교정기간 중 한 번만 치과를 방문하면 된다. 첫 방문 시 구강 구조의 본을 뜬다. 이를 3D 스캔 장치에 넣어 환자의 구강 구조를 디지털로 입체 분석한다. 그 다음 교정장치를 착용했을 때 치료 결과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면서 교정장치 형태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치아 이동을 디지털로 정확하게 예측해 제어하므로 치료 전에 치료 후 상태를 미리 볼 수 있다. 환자와 의사는 환자의 치아, 얼굴형 변화를 3차원으로 확인한다. 특히 입술 변화를 세밀하게 예측한다. 시뮬레이션이 끝나면 장치를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치료 기간에 따라 1주일당 1개의 투명 교정장치가 출력된다. 1주일에 한 번씩 새 장치로 바꿔주면 3주에 1㎜의 치아 이동이 진행된다. 김 원장은 “제작하는 사람의 손기술에 따라 품질이 좌우되지 않으므로 어떤 치아 배열이더라도 치료 후 결과를 일정 수준 이상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클라이너는 세계 50여 개국 10만여 명의 치과의사가 활용하고 있는 투명 교정장치다. 국내에서는 500여 곳에서 사용한다. 장치를 개발한 김 원장은 1년에 절반 이상을 외국에 체류하며 미국·유럽 등 각국 교정 전문의를 대상으로 이클라이너에 관한 강연을 한다.





50여 개국에서 10만 명 이상 활용



김 원장은 “한 번 강좌를 들을 때마다 평균 80~100명이 참석한다”며 “교정 관련 학회에서 발표할 때는 600명 이상이 참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유럽은 교정 전문의가 학회 강연에 15명만 참석해도 성공적인 강의로 본다.



그가 쓴 투명 교정 관련 논문은 46편, 집필한 책은 7권에 달한다. 웬만한 대학병원 교수 못지않다. 일본에서 해부학 박사과정을 7년간 전공하고, 투명 교정이란 개념을 국내에 들여온 주인공이다. 그는 “투명 교정이 국내에 도입된 지 20여 년이 됐다”며 “이클라이너는 그간 축적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3년간 디지털 작업을 거쳐 투명 교정장치 제작을 표준화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제품인 만큼 해외 투명 교정장치 제품보다 가격은 3분의 2 수준으로 저렴하다. 김 원장은 “중국 등지에서 유사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정밀화한 기술력만큼은 따라올 수 없다”며 “앞으로 대규모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표준화 품질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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