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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검사 때 방사선 노출, 저선량 CT가 걱정 덜어줍니다

중앙일보 2015.09.07 00:02 주말섹션 1면 지면보기
필립스는 IMR기술을 활용해 방사선 노출량을 기존 장비의 120분의 1로 줄였다. 사진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저선량 CT를 이용해 환자를 진단하고 있는 모습. [사진 신동연 객원기자]



진화하는 영상의학 <중>
진단용 방사선검사 건수 급증
CT 비중이 절반 넘어
최대 120분의 1까지
방사선 노출량 줄인 CT 개발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성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의미의 프랑스 속담이다. 병을 고치는 과정이 이와 꼭 닮았다. 의도적으로 상처를 내 병변을 제거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과정에서 정상 세포가 손상되기도 한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셈이다. 진단도 예외는 아니다. 몸속을 훤히 정확히 들여다보는 대신 환자는 방사선 노출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영상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부담은 확 줄었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도 오믈렛을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기술, 바로 ‘저선량(低線量)’ 덕분이다.



방사선은 진단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방사선 고유의 특성이 영상 하나로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영상진단 시대를 열었다. X선에 이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개발됐다. CT는 X선을 360도 회전해 인체의 단면도를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검사 시간(5~10분)이 짧은 데다 움직이는 장기에서도 탁월한 진단 결과를 보여 현재도 대표적인 진단검사법이다. 하지만 CT는 ‘의료방사선(진단·치료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썼다.





방사선, 유전자 구성 원소 간 결합 끊어



의료방사선 우려가 제기된 것은 방사선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방사선은 몸속 유전자에 닿으면 유전자를 구성하는 원자 간 결합을 끊는 성질이 있다. 유전자 손상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세포가 죽기도 하고, 유전자가 손상됐다가 제대로 복구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암 억제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방사선 노출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일상 환경에서도 사람은 연간 2mSV(밀리시버트:방사선량 단위)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얼마나 노출됐는지가 관건이다. 대한영상의학회에 따르면 연간 방사선 노출 허용치는 20mSV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CT 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CT 1회 촬영 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뇌CT 등 두부검사 1~2mSV, 흉부 6~7mSV, 복부 8mSV 수준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태훈 교수는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방사선량은 인체에 해를 끼칠 만한 범위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방사선을 걱정해 필요한 검진을 받지 않으면 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키울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CT 등 방사선 검사 횟수가 늘어나는 데 있다. 방사선 노출로 인한 손상은 바로 사라지지 않고 축적된다. 방사선 노출량 허용치를 연(年) 단위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국내 CT 검사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3년 두부 검사 건수는 29만1525건에서 2007년 63만3218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잦은 검사로 방사선량 과잉 축적 우려



복부 검사도 같은 기간 3만1472건에서 6만1147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식품의약국안전처 통계에서도 CT를 포함한 진단용 방사선 검사 건수는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억6189만 건이었던 검사 건수가 2011년 2억2217만 건에 달했다.



증가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진단용 방사선 피폭량도 2007년 0.93mSV에서 2011년 1.40mSV로 증가했다. 여기서 CT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복된 검사로 축적된 방사선량의 위험성은 연구결과로 확인된다.



2009년 국제 학술지인 ‘영상의학(Radiology)’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CT 검사를 받은 3만1462명의 환자를 2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33%의 환자가 다섯 차례 이상 CT 검사를 받았다. 5%는 검사 횟수가 22~132차례에 달했다. 다량의 검사로 연구 대상자의 15%는 1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 구진은 이들의 0.7%에서 암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는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소아에게 시행되는 연 60만 건의 CT 검사로 인해 500명의 소아가 암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방사선을 맞은 세포는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일부 세포는 축적되는 방사선 노출로 어느 순간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CT 촬영 많은 암·소아환자에게 큰 도움



저선량 CT는 이런 배경에서 개발됐다. 방사선 노출량을 최대 120분의 1 수준까지 줄인 것이다. 필립스의 IMR(Iterative Model Reconstruction) 기술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방사선량을 줄이면 영상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정설이었다. 컴퓨터 연산을 반복해 CT 영상을 반복·재구성하는 방식이 대두됐지만 컴퓨터 연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한계로 여겨졌다.



수퍼컴퓨터를 도입해 연산 속도를 개선함으로써 저선량 CT를 구현했다. 적은 방사선량으로도 기존 장비 이상의 영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MR 기술을 적용한 결과, 방사선량은 흉부 CT의 경우 6~7mSV에서 0.05mSV, 두경부 CT는 1~2mSV에서 0.5mSV로 줄었다.



김 교수는 “저선량 기술로 이전보다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특히 여러 번 촬영해야 하는 암환자나 소아환자에게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도움말: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태훈 교수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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