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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게임에 빠진 사춘기 아들

중앙일보 2015.09.05 00:10 종합 2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박혜민
메트로G팀장
“엄마 언제 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아들 녀석이 매일 저녁 하는 질문이다.

 아들이 어렸을 때 “엄마 언제 와?”라는 질문은 빨리 오라는 뜻이었다. 아들은 엄마가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면 시계를 보며 현관문 앞을 서성였다.

 중학생이 된 요즘도 같은 질문을 한다. 하지만 질문의 이유는 달라졌다. 엄마가 언제 집에 올지를 확인해야 게임을 몇 판 할 수 있을지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아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어? 일찍 왔네”라고 한다. 눈과 손가락은 계속 컴퓨터 자판 위에 고정돼 있다. 요즘 게임은 여러 명이 팀을 짜서 하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다.

 하루 30분씩만 하기로 했던 게임 시간은 매일매일 달라진다. 회식이 있거나 일 때문에 밤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아들의 게임 시간은 그만큼 길어진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나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겠다. 스마트폰에 빠지는 아이보다 스마트폰을 사주는 부모가 무책임한 거다’라며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아들은 엄마 몰래 중고 스마트폰을 사다가 새벽에 충전해서 게임을 했다. 게임하는 아들의 PC를 빼앗아 내던지거나, 스마트폰을 망치로 부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몇 달 후 새 것으로 사주느라 결과적으론 돈만 날렸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게임이나 SNS를 못하게 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못하게 막아도 몰래 했고, 갈등만 커져 갔다. 하루 한두 시간 얼굴 보기도 힘든 워킹맘의 불안감은 더 컸다. 게임 중독이 되는 건 아닌가, PC방에서 나쁜 친구를 사귀는 건 아닐까, 내가 뭘 모르는 걸까 불안했다.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관계는 악화됐다.

 그때 ‘선배 엄마들’의 조언은 힘이 됐다. “사춘기 때 아이와 적이 되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좋으면 공부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니 그냥 놔둬라” “믿어주면 된다. 믿어주는 부모가 있는 아이는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들 했다. 아들 의심하기를 그치고 나니 나도 맘이 편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학창 시절 만화책에 빠져 산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보다는 만화책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이뤄지는 요즘 중학생들의 사회생활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보다 친구가 더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아들 스스로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날이 오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글=박혜민 메트로G팀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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