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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 요즘 PB, A+ 학점

중앙일보 2015.09.04 00:27 경제 2면 지면보기
편의점 CU는 3일 ‘추석맞이 한 달 한정판’ 비빔밥·주먹밥을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으로 내놓았다. 추석을 집에서 혼자 보내는 이들이 고향 집밥 같은 느낌으로 먹을 수 있게 곤드레밥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GS25는 최근 익은 듯 만듯한 새로운 형태의 반조리 달걀 제품을 ‘밥이랑 라면애(愛)란’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비빔면 등에 바로 깨어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마치 계란 프라이 처럼 달걀 흰자와 노른자가 완전히 굳기 직전까지만 익혀놓은 제품이다. 이마트의 식품 PB ‘피코크’는 신세계백화점이나 편의점 위드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중소기업 6곳과 손잡고 만든 과자 등 PB 상품 1300상자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했다. 필리핀과도 수출 협의 중이다.


‘싼 맛’서 고급화로 … PB 3.0 시대
특정기간에만 파는 한정판 상품에 다른 매장서는 못 보는 제품 늘어
맛집과 손잡고 셰프 레시피 넣고 라면·아이스크림 매출 1위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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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의 PB 상품이 진화하고 있다. 특정 기간에만 판매하는 한정판 상품, 지금까지 어디에도 없었던 새로운 물건, 다른 업체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자사 매장에서만 파는데 그치지 않고 수출까지 한다. 유통업체가 상품 개발 업체처럼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PB 3.0 시대’다. 시장에 제조업체 브랜드(NB·National Brand) 상품으로 나와있지 않은 ‘온리 원(Only One) 상품’으로 매장으로 소비자를 이끌고, 유통업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기획 판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온리원 상품 개발이 가능한 것은 판매 현장에서 고객의 수요를 가장 빠르게 알아챌 수 있고,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단시간내 제품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에 주력하게 된 것도 PB 3.0 시대를 앞당겼다. 출시 한 달도 안돼 판매 1위로 뛰어오른 ‘CU 빅 요구르트’(270ml)는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대표적인 PB 3.0 제품이다. CU가 마시는 요구르트의 3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청소년이 아니라 20~30대 여성 고객 비중이 30%가 넘는다고 나왔다. 현장 조사를 통해 젊은 여성들은 60ml 사이즈 요구르트를 4~5개를 한꺼번에 마시고, 너무 단 맛은 싫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대만·일본에서는 500ml 요구르트 제품이 인기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일반 제품의 4.5배 크기에 단 맛이 덜한 PB 요구르트를 내놓은 것이다. 이 제품의 판매량은 NB 상품의 4.8배에 이른다. CU 전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도 PB 상품인 ‘델라페 컵얼음’이다. 편의점에서 커피나 음료를 바로 부어서 차갑게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유명 맛집 음식이나 카페에서 인기있는 디저트를 제품화하기도 한다. GS25가 서울 잠실의 맛집인 오모리김치찌개와 손잡고 내놓은 ‘오모리김치찌개 라면’은 8개월 만에 500만개가 팔리면서 부동의 1위였던 신라면을 눌렀다. GS25 관계자는 “오모리김치찌개와 라면을 비교하며 100번 이상 시식해서 개발했다”고 말했다. 망고 과육을 25% 넣고 달콤한 연유얼음으로 만든 ‘GS 25% 망고빙수’도 출시 4개월만에 25억원을 훌쩍 넘기며 아이스크림 매출 1위로 뛰어올랐다. 차은철 GS리테일 편의점 식품팀장은 “중소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이 가능해졌고, 전국 유통망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입소문 마케팅이 합쳐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유명 호텔 셰프의 레시피, 유명 맛집 비결, 지역 특산물 등을 이용한 고급 가정식 PB ‘피코크’ 브랜드로 차별화하고 있다. 광장시장 유명 맛집인 ‘순희네 빈대떡’은 피코크 제품으로 내놓자마자 해당 분야 1등을 했다. 최근에는 ‘추어탕의 고향’으로 꼽히는 전남 남원시와 손잡고 ‘진짜 원조 남원추어탕’을 내놓았다. 2013년 280개였던 피코크 제품은 지난해 600여 개로 늘었다. 올해 매출은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마트는 식품본부 산하에 있던 피코크팀을 지난해 독립 부서로 만들고 백화점·편의점·온라인몰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상품 기획 제조회사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PB 상품을 통해 소비자 이익을 극대하면서 유통업체는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의 PB 상품은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에 비해 20~40% 가량 싼 가격이 장점이다. 제조·유통·마케팅 등 모든 과정에서 원가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자사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 진열하고 전단지 등 기존 광고 수단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광고나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다. 중간 업체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 단계도 줄어든다. 또 연간 판매량 등 자체 매장에서 소비할 수 있는 수요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사전에 대량으로 물량을 기획하고 인력, 원재료, 생산 일정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PB가 나온 배경도 ‘저렴해서 경쟁력 있는 상품’에 대한 필요 때문이었다. 1997년 이마트가 이플러스 우유를 첫 PB 상품으로 내놓았다. 대형마트가 저마다 같은 NB 상품만 팔다보니 가격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NB 상품만 팔다보면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 출혈 경쟁을 벌이거거나 매장 시설을 계속 고급화하는 식의 경쟁 밖에 못한다”며 “저렴한 PB 상품이 등장하면서 NB 상품도 1+1 행사 등으로 할인을 한다거나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초창기 PB 1.0 시대 상품은 NB 제품에 비해 품질이 많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파격적으로 싼 제품이었다. 제품 품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생수나 우유 등 생필품 위주로 종류도 많지 않았다. 가격을 낮추려다보니 NB 상품에 비해 디자인이 단순하거나 성분이 조금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롯데마트 측은 “초창기에는 제조업체가 PB 상품을 만들면 유통업체는 자체 상표만 붙여서 파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PB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생필품 수준을 넘어 건강식품·애견용품 등 전방위로 PB 상품이 확산됐다. 품질도 NB 못지 않은 수준으로 향상되면서 각 부문 매출 1위를 PB 상품이 대거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PB 상품이 해당 업체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PB 2.0 시대’다. 남창희 롯데마트 마케팅본부장은 “롯데마트 PB인 ‘통큰’ ‘손큰’ 시리즈는 가격 뿐 아니라 상품의 컨셉트·품질·판매방식에서 유명 브랜드를 젖히고 1등을 하면서 롯데마트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NB 제품보다 초콜렛 양을 20% 늘린 통큰 초코파이의 경우 하루 평균 1400개씩 팔린다. 오리온 초코파이 판매량보다 3배 많다. 어린이용 블록 장난감인 통큰 블록 무적함대는 약 1달 만에 1억5000만원어치가 팔렸다. 이마트의 이맛쌀(20㎏)는 전체 쌀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입점 3일 이내에 도정한 ‘신선한 쌀’을 내세웠다. ‘반값 홍삼정’ 돌풍을 일으킨 이마트 6년근 홍삼정(240g)도 하루 평균 600개씩 팔리는 독보적인 1위 상품이다.



 PB 3.0 시대에는 ‘NB보다 비싼 PB’도 나온다. 롯데마트는 올 4월 최고급 유기농 원유만 사용한 ‘프라임엘 골드 하루 1000병 귀한 우유’(750mL·4500원)를 선보였다. 드럭스토어,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로 PB상품이 확산된 것도 특징이다. 올리브영은 올 7월 색조화장품 ‘웨이크메이크’를 출시했고, 티몬은 ‘맛의 교과서’ ‘맛더시크릿’ PB로 견과류·돈까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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