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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으로 밀려나고, 별도 면담도 못하고 돌아간 최용해

중앙일보 2015.09.03 22:18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발걸음은 빨랐다. 레드카펫 끝에서 기다리던 시진핑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향해 잰 걸음으로 걸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평소 비교적 여유롭게 걷는 최 비서가 이번엔 다소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기 위해 3일 오전 베이징(北京) 고궁박물관 단문(端門) 광장에 나타난 최 비서의 손을 시 주석은 반가운 표정으로 잡았다. 지난 2013년 5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최 비서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시 주석은 밝은 표정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굳은 표정을 지었으며, 악수도 손끝만 잡았다. 그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이 중국 외교가에서 나왔다.



시 주석 부부와 악수를 나눈 뒤 이어진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서 최 비서는 뒤로 밀려나 두번째 줄 오른쪽 끝에 섰다. 열병식이 시작된 후,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선외빈석 첫번째 줄에 앉았으나 가장 끝 자리였다.



귀국도 빨랐다. 2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던 그는 3일 오후 바로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 주석과의 단독 면담은 하지 못한 채였다. 다른 중국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 체제 아래서 ‘중국통’인 장성택이 2013년 처형됐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4월 러시아 방문 직후 숙청됐다. 장성택 처형 후 북ㆍ중관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은 최 비서가 유일해 당초 그의 중국행은 관심을 모았다. 비록 베이징에서 그의 존재감을 느끼긴 힘들었지만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중국이 한국의 신뢰를 확실히 얻은 만큼 이젠 북ㆍ중관계 복원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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