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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술집에서 인증샷 찍어봤니?

중앙일보 2015.09.03 19:21
오전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압구정 로데오는 “이런 거리가 장사가 될까?”, “왜 이렇게 휑하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거리다.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심지어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여는 가게가 대다수다. 압구정 로데오 앞에 사는 한모 학생은 “오전에 사람들이 많아봤자 10명이나 15명 정도 돼요. 하하. 많은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런데 로데오 거리의 상점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장사에 신경을 안쓰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밤.



그렇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비밀 무기는 ‘밤’이다. 오후 9시가 되면 화려한 옷을 입고 거리를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사람들, 쇼핑백을 두손 가득 들고도 또 옷 가게에 들어가는 사람들, 럭셔리를 위해서 1만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사는 사람들이 거리를 채운다. 일주일 내내 번 돈을 하루의 유흥을 위해 쓰는 광경은 흔하다. 낮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그 안에는 청소년들만이 공유하는 비밀 아닌 비밀이 펼쳐지고 있다.



언뜻보면 쇼핑거리인 로데오는 아디다스, 컨버스, 반스 같은 화려하고 비싼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거리가 특별하고 유명한 이유는 사실 유흥 주점이다.­ 청소년을 반가워해주는 유흥 주점.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고교생의 음주율은 2014년 기준 24.6%다. 이 통계는 최근 30일간 1잔 이상 술을 마신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하지만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더 올라간다. 228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이상인 124명이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그중 25명은 꾸준히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술을 마셔본 이들의 절반 이상인 76명은 주로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고 했다. 놀라운 결과는 응답자 52명(복수응답)이 술을 마셔본 장소로 바, 클럽 등의 청소년이 갈 수 없는 유흥 업소를 꼽았다는 점이다.



박모 학생은 “저는 한번도 유흥업소를 가본적은 없지만 로데오 거리에 정말로 고등학생들이 많은 건 알고 있어요. 물론, 제 친구들도 포함이고요.”라고 말했다.



2014년 6월, 어느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 남긴 유흥업소 인증샷




익명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이모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로데오는 솔직히 바죠. 바.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가요. 사장님이랑 친해서 신분증 체크도 안하고요, 오히려 좀 깎아주세요. 학생이라고.”



권모 학생은 “(청소년 제한이) 뚫린 업소 정보를 SNS상에서 공유하는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인증샷을 자랑삼아 SNS 등에 올리기도 한다. 술을 해본 학생들이 더 세고, 멋있게 보이고, 안해본 학생은 찌질하게 보인다는 생각이 우리만 아는 비밀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기사는 TONG청소년기자 안현선(서울국제학교 2)이 취재하고 중앙일보 이경희 기자가 감수했습니다. TONG은 중앙일보가 청소년들이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9월 22일 창간하는 청소년 온라인 매체입니다. 전국 600여 명 청소년기자단이 보고 느낀 세상을 TONG에서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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