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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꼴찌팀 넥센, 홈런 구단으로 변신한 비결

중앙일보 2015.09.03 18:22
2011년 프로야구 넥센은 팀 홈런 꼴찌였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팀 홈런이 79개에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 102개(2위)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125개로 1위가 됐다. 지난해 199홈런을 기록했던 넥센은 올해도 2일 현재 179개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215개까지 가능하다. 역대 최고 기록(213개·2003년 삼성)도 넘어설 기세다. 넥센이 홈런 구단으로 변신한 비결은 뭘까. 선수들의 체력을 담당하는 이지풍(37) 트레이닝 코치의 역할이 적지 않다.



넥센의 변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는 프로 11년차 외야수 유한준(34)이다. 유한준은 2013년까지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앞두고 90㎏이었던 체중을 100㎏ 가까이 늘린 뒤 20개의 홈런을 쳤다. 올해도 벌써 21개를 때려냈다. 내야수 김민성(27)도 마찬가지다. 내야수들은 민첩성과 순발력이 떨어질까봐 파워를 키우는 것을 주저하지만 김민성은 이 코치의 조언에 따라 근육을 늘렸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012년까지 4개의 홈런이 최고였던 그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지풍 코치는 "유한준과 김민성은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한 끼만 일반식을 하고 나머지는 고구마와 닭가슴살만 먹으며 운동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양도 예전보다 늘렸다. 타구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비가 잡을 수 없는 안타가 늘어났고, 홈런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코치가 생각하는 넥센의 진짜 힘은 바로 '휴식'이다. 넥센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시간이 가장 적은 팀이다. 대다수의 팀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하지만 넥센의 훈련 방식은 다르다. 공식 훈련 시간은 하루 3~4시간 정도이고, 나머지는 '자율'이다. 던지고, 치고 받는 기술 훈련의 비중도 낮다. 대신 워밍업과 웨이트트레이닝 등 기본 체력을 다지는 훈련 비율이 높다. 시즌 중에도 마찬가지다. 무더운 여름에는 최소한의 기술 훈련만 한다. 어떤 날은 아예 훈련을 하지 않고, 원하는 선수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코치는 "연습을 많이 한다고 체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근육량을 늘리고 충분한 휴식을 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구는 힘을 쓰는 운동이다. 연습에 쓸 힘을 아껴 경기에 쏟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가 지난 겨울 애리조나에서 류현진(LA다저스)를 만난 뒤 '162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힘들다더라. 연습을 줄여야겠다'고 하더라. 아마 다른 선수였다면 무조건 운동량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지금 정호가 잘 하는 것도 그런 생각 덕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많은 국내 지도자들은 장시간 연습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지풍 코치의 '쉬어야 힘을 쓴다'는 지론과는 상충된다. 넥센은 현대 시절이던 2003년 김용일 '트레이너'를 최초로 '트레이닝 코치'로 임명했다.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충분한 휴식을 중시한다. 이 코치도 2004년 현대에 입사한 뒤 2010년 트레이닝 코치 직함을 받았다. 그는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나를 믿어주고 힘을 실어준다. 어떨 때는 감독님에게 '이제 그만 쉬어야겠습니다'라고 조언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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