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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약만 먹으면 3개월만에 암도 고친다" 사이비 한의사 부부 덜미

중앙일보 2015.09.03 12:24
자신이 지어준 한약만 먹으면 말기 암이나 자폐증까지 고칠 수 있다며 사람들을 속이고 억대 치료비를 가로챈 가짜 한의사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한의사 자격증이 없으면서도 주택 내에 진료소를 차려 놓고 “내가 지어주는 약만 먹으면 병을 완치할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 13명으로부터 치료비 총 1억4000만여원을 편취한 박모(64)씨를 구속하고 박씨와 사실혼 관계인 안모(55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강원도 원주시의 주택에 진료소를 차려 놓고 절박한 심정에 놓인 말기 암 환자나 자폐증 아동의 가족 등을 대상으로 사기를 벌였다. 박씨는 1980년부터 독학으로 한의학을 연구하며 얼굴색과 눈빛 등으로 병을 진단하는 ‘망진(望診) 진찰법’을 익혔다고 설명한 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내가 주는 약만 먹으면 4개월 안에 병이 완전히 치료된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또 “내 의술이 너무 좋으니까 서울대병원 의사도 나를 보면 겁을 내면서 피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 박씨를 만난 A씨도 이런 박씨의 말에 깜빡 속아넘어 갔다. A씨는 2개월 간 박씨와 함께 기거하며 치료를 받았다. 박씨는 유황오리ㆍ토끼ㆍ다슬기ㆍ마늘ㆍ파 등과 각종 한약재를 마구잡이로 섞어 다려낸 한약 등을 A씨에게 복용하게 하고, “폐 기능 회복을 위해 하루에 청양고추 10개를 씹어 먹어야 한다”고 근거없는 처방을 하기도 했다. 또 자신이 속인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발생해도 민ㆍ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의각서’를 받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박씨는 이런 수법으로 A씨로 부터 치료비 4600만원을 받는 등 2010년부터 최근까지 총 1억4000만여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실제 박씨는 한의사 자격을 취득한 적도 없는 가짜 한의사였다. 또 박씨가 피해자들에게 복용하게 한 약은 경동시장에서 구입한 약제와 일반 식품들을 마구잡이로 섞어 달인 것에 불과했다.



박씨의 범행은 A씨가 2개월간 치료를 받으면서도 간암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고 병이 악화돼 결국 지난 5월 암으로 사망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A씨가 사망한 후 가족들이 치료일지를 확인하고 박씨의 범행을 확인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정성과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부정 의약품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발본색원할 것”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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