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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집 2억 빌려 원룸 8개로 개조 땐 월 순익 54만원

중앙일보 2015.09.03 01:20 종합 6면 지면보기
서울 성북구 국민대 인근의 40년 된 단독주택에 사는 곽춘자(75)씨는 내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리모델링을 맡길 계획이다. LH는 99㎡(약 30평)짜리 단층 주택을 8개의 원룸이 있는 3층짜리 집으로 리모델링한다. 리모델링 비용 1억9200만원은 정부가 관리하는 도시주택기금에서 연 1.5%의 고정금리로 대출받기로 했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 시범사업
대출상환금·세금 등 빼고도 이익
세입자엔 시세 절반까지 싼 월세로
대학생 전세임대·행복주택 늘리고 복지시설 갖춘 공공실버주택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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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씨는 임대 관리도 LH에 맡길 예정이다. 원룸 6개를 주변 시세(40만원)의 70% 가격에 임대하면 매달 168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 대출상환금·세금·임대위탁수수료 등 비용을 빼도 20년간 매달 54만원의 순이익이 생긴다. 곽씨는 “지금도 방 4개 중 한 개만 월세로 나가 수입이 한 달에 35만원밖에 안 된다”며 “방이 모두 나갈 때보다는 월세 수입이 좀 줄더라도 평생 안정적으로 돈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인층과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런 방식의 ‘집주인 리모델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노후 단독·다가구 주택을 LH에 위탁하면 LH가 독거노인이나 대학생에게 시세의 50~80%의 가격으로 공급한다. 집주인은 약정한 기간(8~20년) 동안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리고, 이 기간이 끝나면 리모델링한 집의 소유권도 행사할 수 있다. 주인이 LH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 집주인이 임대계약 도중 집을 팔아야 할 때는 새 주인이 남은 임대기간을 채우도록 하거나 주택 개량에 들어간 지원금을 반환토록 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에 시범사업으로 150가구를 리모델링해 1000가구 정도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을 한 뒤 반응이 좋으면 이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낡은 주거 지역을 단정하게 정비하는 효과도 있다”며 “새 원룸을 한 달에 20만~30만원에 내놓는다고 하면 대학생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대책에 따라 내년에 공급되는 노인·대학생용 임대주택은 1만4000가구다. 세부적으로는 ▶리모델링 매입 임대 3000가구 ▶고령층 전세임대 2000가구 ▶청년층 전세임대 5000가구 ▶공공실버주택 650가구 ▶대학생 행복주택 1500가구 ▶행복기숙사 10개 동 2000실이다. 독거노인을 위해 1~2층에 물리치료실과 같은 복지시설을 넣고 3층 이상엔 주거공간을 배치한 공공실버주택은 SK그룹이 지난달 고령층 주거지원을 위해 기부한 1000억원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서울 가좌, 인천 주안, 공주 월송, 세종 서창, 인천 용마루 등 5개 대학가 주변의 행복주택은 대학생 입주자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이나 동대문구 휘경동 등 대학이 밀집한 곳은 대학부지에 2015~2017년 3년간 매년 행복 기숙사를 10개씩 공급한다. 기숙사엔 교육 시설용 전기료를 적용하고 방학 때 임대 사업을 벌여 기숙사비도 낮출 예정이다. 중산층을 위해선 민간 건설회사가 공공자금으로 아파트를 지어 8년 이상 임대 운영하는 뉴스테이가 공급된다. 올해 1만8000가구에 이어 2016년 2만 가구에 대한 인허가를 끝내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 공장부지, 광주광역시 누문지구가 예정 지역이다.



 전문가는 서민·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전세난을 완화한다는 방향에 대해선 공감했지만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리모델링 비용을 저금리로 지원받는다고 해도 집주인은 결국 빚을 갚아야 한다”며 “인센티브가 크지 않아 집주인의 참여를 끌어내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주인 입장에선 자금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시세의 50~80% 수준으로 임대를 놓아야 한다는 게 부담일 것”이라며 “시범사업의 결과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민 주택가나 재개발 지역이 해제된 곳은 리모델링이 가능하지만 고급 주택가는 불가능하다”며 “중산층 이상 주택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황의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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