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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남북 고위급 접촉 때 GOP까지 온 북 무인기 놓쳤다

중앙일보 2015.09.03 01:17 종합 8면 지면보기
2013년 10월 강원도 삼척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군의 무인 항공기. [중앙포토]
지난달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의 궤적이 비무장지대(DMZ) 남측 지역에서 포착됐으나 군은 실제 모습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놓쳤다.


8월 22일 중동부전선 레이더 포착
KF-16 등 투입했지만 확인 실패
김관진·황병서 접촉 23, 24일에도 DMZ 날아와 1~2분 머물다 돌아가
군 “포 쏘면 북한에 빌미 제공 우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전 11시59분쯤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났다. 당시 군은 북한군의 공격 위협에 따라 대북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높인 상태(워치콘2)였다. 군 관계자는 “중동부전선의 상공 상황을 살피는 레이더상에 미확인 물체가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궤적이 잡혀 곧바로 대공경계태세인 ‘고슴도치’를 발령하고 ‘적성선포’를 했다”고 밝혔다. 적성선포는 적국의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기에 대해 공격해도 좋다는 일종의 격추 명령이다.



군은 인근을 비행 중이던 KF-16 전투기와 F-15K 전투기, 육군의 AH-1S(코브라) 공격헬기 등을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비행체가 곧바로 북상하는 바람에 격추는 물론 실체를 확인하는 데도 실패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남북 고위급 접촉(22일 오후 6시30분~25일 0시55분)이 열리던 23일과 24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군 당국자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고, DMZ 안에 1~2분만 머물다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바람에 공격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인기가 지대공 벌컨포 사거리를 벗어난 고도에서 날았고,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의 사격이 제한된다”며 “비행체를 향해 미사일이나 포를 쐈다가 맞지 않을 경우 포탄이 북한 땅으로 날아가 북한 측에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실체 확인을 못했지만 군은 비행체가 북한군의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가끔 새떼가 레이더상에 포착되긴 하지만 비행체가 낮은 고도로 일정한 속도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새떼와는 분명히 달랐다”며 “한국 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내려보낸 북한 무인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는 지난해 청와대 상공까지 접근해 다양한 사진을 찍고 복귀하다 경기도 파주에 추락한 적이 있다. 당시 군은 무인기의 침투 사실 자체를 몰랐을 정도로 깜깜이였다. 이번엔 궤적을 파악하고 대응에 나섰으나 DMZ 남측 GOP(일반전초)까지 비행체가 접근하고, 몇 차례나 침투를 되풀이했는데도 실제 모습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무인기에 폭약을 실은 무인타격기(공격기) 운영을 늘릴 것을 지시하는 등 무인기를 비대칭전력(상대방보다 월등하게 많이 보유한 능력)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무인기를 이용한 도발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조만간 국지방공(局地防空) 레이더를 들여와 관측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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