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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죄 1년 새 최고 76% 증가 ‘살벌한 아메리카’

중앙일보 2015.09.03 01:07 종합 16면 지면보기
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로아노크의 블루 릿지 추모공원에서 시민들이 생방송 중 옛 직장 동료에게 총격을 받고 숨진 지역방송사 WDBJ의 기자 앨리슨 파커와 애덤 워드를 애도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추모 현수막에는 “우리는 WDBJ와 함께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로아노크 AP=뉴시스]


미국에서 살인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대도시 30여 곳에서 비슷한 현상
“백인 경찰이 흑인 사살 후 여론 악화
경찰 대응 소심해진 때문” 분석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선 올 들어 8월 말 현재까지 104건의 살인 범죄가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6%의 증가세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60%),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56%),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22%), 일리노이주 시카고(20%), 뉴욕(9%) 등 미국 전역의 대도시에서 유사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요 도시에서 살인사건을 비롯한 강력범죄가 역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0여 도시에서 살인사건 발생이 크게 늘고 있다”며 “누구도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퍼거슨 효과’를 거론한다. 약 1년 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상태의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항의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졌다. 이후 일선 경찰이 범죄자 진압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됐고 범죄자들은 더 대담해졌다는 분석이 이른바 ‘퍼거슨 효과’다. 카네기 멜론대의 범죄학자인 하인츠 칼리지 교수는 “이후 경찰과 범죄자 사이의 균형이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볼티모어가 한 사례다. 올해 4월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지자 폭동이 잇달았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볼티모어의 범죄율은 가파르게 뛰었다.



 총기 보급 확대와 함께 사소한 다툼에도 총기를 사용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 뉴올리언스의 마이클 해리슨 경찰서장은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문화가 공동체에 깊숙이 배어있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작용한다. 밀워키의 살인사건 용의자와 피해자 대부분은 실업자인데다 빈곤층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을 향한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텍사스 주 휴스턴의 한 주유소에선 30대 흑인이 주유중이던 백인 경관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등 뒤에서 무려 15발의 총을 난사한 ‘처형식 살인’이었다. 1일엔 일리노이 주 폭스 레이크에서 용의자를 추적하던 경관이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와중에도 경찰들의 무고한 시민 살해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무고한 시민 보호에 목숨을 걸고, 시민은 그런 경찰을 무한 신뢰한다는 기본 명제가 깨지면서 미국 사회의 치안 수준이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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