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벼락부자들 미국 캠퍼스 상륙”

중앙일보 2015.09.03 01:06 종합 20면 지면보기
중국 후난(湖南)성 출신인 후링지아는 1996년 미국 콜로라도 의대에서 박사후 과정(포스트닥)을 밟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유학을 올 수 있었던 건 덩샤오핑(鄧小平)의 개방정책 덕분이었다. 중국은 가장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해 외국으로 보냈다. 후링지아는 ‘과학으로 조국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고된 유학 생활을 버텼다.


‘애국청년’ 대신 부유층 2세 많아

 2015년 노스이스턴대에 다니는 왕이쿤의 미국 생활은 19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 고급 레지던스 호텔에 살며 연간 4만4000달러(약 5200만원)의 학비를 부모님께 지원받는다. 주말엔 고급 승용차를 몰고 ‘쇼핑 여행’을 떠난다. 졸업 후 투자은행에 취직할 생각이라는 그에게 유학 생활의 소감을 묻자 “4년짜리 방학 같은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1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전한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의 변화상이다. FP는 ‘중국의 벼락부자들이 미국 캠퍼스에 상륙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검소하고 부지런하며 애국심 넘치던 과거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더 이상 없다”고 전했다.



 80년대 중국인 유학생들은 조국에 봉사하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아니면 영주권을 얻어 정착하고, 미국 사회의 일원이 되려 애썼다. 저마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태평양을 건넌 것이다.



 현재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푸얼다이(富二代·부유층 2세)’ 세대다. 이들은 미국 학생의 두세 배에 달하는 학비를 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 금융이나 경영을 전공해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뒤 중국에 돌아가 가업을 잇는 ‘차이니즈 드림’을 꿈꾼다.



 부를 과시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미국 내 반감도 커졌다. 최근 미시간대 중국 학생의 차에선 ‘집으로 돌아가라’는 낙서가 발견됐다. 2011년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중국 유학생을 조롱하는 UCC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FP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푸얼다이’ 유학생들이 미국·중국 양강(兩强) 시대의 새로운 주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사고와 미국에 대한 이해를 지닌 이들이 미래 미·중 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