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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린 빛고을 문화전당, 일단 문은 열지만 …

중앙일보 2015.09.03 00:52 종합 26면 지면보기
불 켠 광주광역시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왼쪽부터 아시아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나무 뒤), 옛 전남도청사를 리모델링해 만드는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전당이 11월 말 정식 개관을 앞두고 4일부터 전시·공연을 열며 부분 공개한다.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사 건물 옆길로 내려가면 지하도시가 펼쳐진다. 앞마당을 가운데 두고 ‘ㄷ’자 유리 건물이 빛을 끌어안고 있다. 재미 건축가 우규승이 ‘빛의 숲’이란 주제로 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이다. 주출입구에서 가까운 순으로 어린이문화원·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예술극장이 늘어서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일 찾은 이곳은 부분 공개를 앞두고 전시장 정비가 한창이었다. 외부를 둘러싼 울타리를 제거하고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한 문화전당의 안팎을 4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2005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이다. 정식 개관은 11월 말이다. 민주평화교류원은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사 건물을 새로 단장해 11월까지 완공, 내년 개관한다.

아시아문화전당 내일부터 개방
문화창조원·예술극장 등 4개 시설
11월 정식 개관 앞서 미리 공개
오늘 5·18 민주광장서 기념축제
정체성·수익모델 숙제 풀어야



 부분 공개에 맞춰 3일 오후 문화전당 앞 5·18 민주광장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아시아문화전당 개방축제’를 연다. 참여형 댄스공연인 ‘집단 무도회’와 레이저쇼, 아시아 차 문화 교류전 등이 펼쳐진다. 이를 시작으로 어린이 공연 퍼레이드(어린이문화원), 미디어아트전(문화창조원) 등 4개 원에서 저마다 공연·전시·워크숍을 벌인다. <표 참조>





4개 원은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한다. 아시아문화광장 등 주출입구 안쪽의 옥외공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다.



 이렇게 문을 열기까지 문화전당엔 지난 10년간 8000억원이 투입됐다. 부지 규모는 13만5000㎡(4만781평), 연면적 16만1237㎡(4만8774평)로 국내 최대 문화시설이다.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는 지금도 여전히 과제다. ‘몸/행위의 크로노토프’ ‘메트로폴리스의 지정학적 풍경’ 등 행사 내용이 현학적이지 않은가 의구심도 나온다.



문화정보원 김선정 예술감독은 “정보원은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연구기관”이라며 “하지만 책이나 음반에 대한 전시 등 시청각 자료도 구비, 미래적 도서관으로 꾸려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법적 지위와 이에 따른 인력 확보도 난제다. 지난 3월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 특별법은 문화전당의 운영주체를 국가기관으로 명시했지만 5년간의 한시법이다. 현재 직원은 146명, 당초 계획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4월 임명된 문화창조원 정준모 전시감독은 “이곳이 어떤 문화적 기여를 할 것인지, 지금은 국립이지만 5년 후엔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고민해 확립된 개념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전당의 가장 큰 과제는 정체성 확립이다. 아시아 문화교류, 첨단지식·문화 생산기지 등을 내걸며 출범했지만, 담당자들이 바뀌고 지원 법제를 검토하면서 서울 예술의전당처럼 대관이나 요식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모델이 거론되는 등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이곳 전시 관계자는 “아시아문화전당이란 무엇인가. 너무도 오랜 기간, 많은 일꾼들이 거쳐가며, 많은 개념을 집어넣어 오히려 실체가 불분명해진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임명된 방선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문화전당의 실체에 대해 “아시아 문화마켓의 중심, 아시아인들이 와서 문화적 작업을 하는 공간”이라며 “이곳서 만든 새로운 전시·공연이 아시아 곳곳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어린이문화원 프로그램, 대관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을 만한 이벤트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떠받칠 만한 시장이 있는지, 4개 원 예술감독들이 지향해 온 ‘최첨단’의 방향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의문이다. 10년 준비 끝에 개관을 앞둔 문화전당은 여전히 그 콘셉트 확립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광역시=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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