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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박 대통령의 장점, 박 대통령의 단점

중앙일보 2015.09.03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때아닌 강아지 논란에 웃음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새끼 진돗개 5마리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글을 올리며 촉발된 논쟁이다. 중앙일보 에 달린 댓글을 봤다.



 ‘우리·나라·영원·무궁·하리.’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은 이런 식이다.



 요즘 TV 예능프로에 단골 출연하는 배우 송일국씨의 세 쌍둥이 아들(대한·민국·만세)을 본뜬 이름도 많다. ‘대한·민국·만세·통일·대박’이 대표적 사례다.



 ‘민폐·무능·무식·고집·불통.’ 이런 제안도 나왔다. 애먼 강아지를 ‘고집아~’ ‘민폐야~’라고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니, 작명을 빙자한 비난이다. 페이스북 글 하나가 일으킨 파장을 보면서 토종 SNS인 싸이월드 시절의 박 대통령이 떠올랐다.



 박 대통령은 디지털 소통의 선두주자였다. 그가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박 대통령 취재를 담당한 적이 있다. 나름 열심히 챙겼는데도 뉴스를 놓치는 일이 반복돼 선배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당했다.



 싸이월드가 원흉이었다. 박 대통령은 수시로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에 사진과 글을 올렸는데 나는 까맣게 몰랐던 거다. 가입을 하고 최신 소식을 받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1촌 신청’을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박 대통령과 기자들 식사 자리에서 슬쩍 민원을 했다.



 “대표님. 제가 1촌 신청을 했는데 수락을 안 해주셔서 맨날 기사를 놓칩니다.”



 “그래요? 워낙 신청이 밀려서…. 하루에 몇 명씩밖에 수락을 못해요.”



 싸이월드를 보좌진에 맡기지 않고 박 대통령이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서울 삼성동 자택에 돌아가면 PC를 켜고 싸이월드를 확인하는 생활 패턴도 알게 됐다. 많은 사람이 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여기에 올렸다. 10·26의 현장 목격자인 가수 심수봉씨가 콘서트 초대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중앙일보 인터넷방송에 나와 “대통령 전화를 하루에 48번 받은 적도 있다”며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나는 한번도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허무개그 같지만 국민은 이런 기분일 수 있다. 페이스북 글의 반향을 보건대 대통령의 SNS가 소통 갈증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청와대라는 공간을 둘러싼 장벽을 뚫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강아지 작명에서 조금만 업그레이드해 청년 실업이나 노인 소외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면 좋은 제안이 많이 올라올 거다.



 청와대 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뭘 그러느냐고 반박할 분들에게 최근 한 명문대 커뮤니티에서 폭풍 지지를 받은 글을 소개한다.



 ‘박근혜(대통령)의 장점: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박근혜(대통령)의 단점: 국민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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