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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글로벌 성장, 예상보다 약할 것”

중앙일보 2015.09.03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IMF, 세계 경기 둔화 공식화
“선진국 회복 부진, 신흥시장 위축
중국 몇 년간 쌓인 위험 터져나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는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가진 강연에서 “글로벌 성장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것보다 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가 가장 최근 내놓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3%다. 4월의 3.5%에서 0.2%포인트 내린 것이다. 세계 경제가 이대로 성장해도 최근 2년(2013년, 2014년) 성장치(각각 3.4%) 보다 낮은데, 성장률은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 하락에 제동을 걸 브레이크가 보이지 않는다.



 라가르드 총재는 글로벌 경기 둔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선진국의 회복 부진과 신흥시장의 둔화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모두 최근 중국의 부진과 직결돼있다. 라가르드는 “중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모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시장 중심적인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몇 년간 쌓인 위험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경기 하강은 특히 신흥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는 게 라가르드의 설명이다. 그는 “신흥국 경제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글로벌 금융시장 긴축에서 오는 파급효과(spillovers)를 다룰 수 있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발 경기 위축은 이미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세계 각국의 대 중국 수출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7월 국가별 수입액(전년 동기 대비)은 독일이 13.8% 감소했다. 일본(-13.6%), 인도(-9.9%), 한국(-8.8%) 등도 줄줄이 감소했다. 자원 부국인 호주 역시 4.5% 줄었다. 허약한 세계 경제를 이나마 버티게 해준 모범생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차이나 쇼크의 파괴력이 단순히 금융시장에 그치지 않는다는 상징적 지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1일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급락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윌밍턴 멀티매니저 인터내셔널 펀드의 클레멘트 밀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에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광범위하다는 인식이 시장 변동성을 일으키고 있다. 투자자들이 점점 겁을 집어먹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일(현지시간) 469.68포인트 빠져 2.84% 하락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3% 가까이 떨어졌다.



 이제 관심은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의 실물 경제다. 수출만 놓고 보면 미국의 상처도 작지 않다. 대 중국 수출은 8월에 4.8% 줄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미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에 불과하다. 더구나 미국 성장 중 70%는 민간소비가 견인한다. 실물 경제만 놓고 보면 미국과 중국의 연결고리는 헐겁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경기 냉각은 미국 경제의 뇌관인 ‘달러화 강세’를 촉발한다. 골드먼삭스는 강달러로 인한 무역경쟁력 약화가 미국 성장률을 0.75~1%포인트 갉아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4일 미국 경기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발표된다. 실업률과 신규 고용 통계다.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도,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고용지표를 지켜보자고 했다. 이 지표가 양호하게 나오면 Fed는 자신감을 안고 금리인상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는 실질적인 하강이 불가피할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시장에 자본유입 약화, 금융시장 변동 등의 리스크를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과 외환시장의 소용돌이는 신흥시장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졌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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