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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내역 보고받자는 야당 … 타깃은 국정원 아닌 검찰·법무부

중앙일보 2015.09.01 02:06 종합 3면 지면보기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여야는 특수활동비 검증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소위원회를 만들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하면서 국회 본회의(8월 28일)도 열리지 못했다.


야당 의원 10여 명 수사에 불만
안민석 “공안 탄압에 쓰는지 볼 것”

 새정치연합은 31일 소위 구성 대신 여야 예결위 간사가 부처별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비공개로 보고받자는 수정안을 내놨지만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수활동비 논란은 9월 정기국회로 넘겨졌다. 9월 국회의 ‘지뢰’로 떠오른 특수활동비는 야당 측이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다. 이를 두고 한때 국정원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보 및 수사 관련 국정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인 특수활동비는 올해 예산만 8810억여원인데, 지출영수증을 첨부할 필요가 없고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눈먼 예산’으로 불려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특수활동비의 55%가량은 국정원의 활동비”라며 “야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투명화가 국민 요구라고 말하지만 이는 북한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속내는 다른 데 있었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 국정원 외 다른 부처의 비밀성이 필요하느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정원 특수활동비에는 1급 비밀을 취급하는 예산도 있는데 충분히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이 초점을 맞추는 건 검찰 수사다. 새정치연합에선 최근 박기춘 의원이 구속되는 등 현역 의원 10명가량이 검찰의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이날도 야당 중진 의원의 입법 로비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 전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초동발(發) 물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야당에선 사정 당국에 불만이 크다.



 예결위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예결위에선 국정원을 제외한 부처의 눈먼 돈을 개선할 것”이라며 “민간인 사찰이나 공안 탄압에 악용되지 않도록 투명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결산심사가 시작된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공안정치 실태를 감시하기 위해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나 검찰의 수사비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집행 내역을 보면 공안정국 조성에 쓰였는지, 야당 탄압이나 사찰에 들어갔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야당에만 집중되는 수사가 심상치 않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 측은 부처별 집행 내역을 반드시 살피겠다는 태도다. 안 의원은 이날 “특수활동비를 누가, 어떻게 썼는지 내역을 예결위 간사라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여당 측에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집행 실태를 보고받는 것은 현행 법률에 위배된다. 그러려면 법률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김성탁·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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