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생은 안마 봉사, 할매는 요리 강의 … 세대간에 벽 허무는 ‘청춘경로당’ 뜬다

중앙일보 2015.09.01 01:22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공원경로당에서 광주여대 대체의학과 학생들이 노인들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오메 좋다. 역시 전문가 학생들 손이 다르구만.”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와 공조
청년·노인 쌍방향 재능 기부
“지역 내 모든 경로당에 도입”



 지난달 26일 오후 2시3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공원경로당. 얼굴 부위가 뻥 뚫린 안마용 침상에 바닥을 보고 누운 60~70대 여성 4명이 뭉친 어깨 근육이 풀리자 환한 표정을 지으며 저마다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광주여대 대체의학과 학생들이 민제호 학과장의 지도에 따라 천천히 힘을 주며 뒷목 아래 부위를 손으로 누르자 여기저기서 “오메, 겁나게 시원하다”며 감탄이 터져나왔다. 학생들도 할머니들의 구수한 사투리에 미소를 지은 뒤 더욱 진지하게 안마를 했다.



 “허리가 아픈 분들 대다수는 어깨가 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어깨를 바로잡지 않으면 허리 통증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민 교수의 설명에 학생들과 노인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생들과 노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경로당이 등장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이는 물론 노인들도 재능 기부로 소통하며 세대간 벽을 허무는 ‘청춘경로당’이다.



 광주 월곡공원경로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60대 이상 노인 70여 명이 모여 지내는 평범한 경로당이었다. 젊은이들의 발길은 전혀 닿지 않고 노인들만 모여 적적하게 하루를 보내는 곳이었다. 이때 광주여대 측에서 광산구청에 연락을 해왔다. “독거노인들의 낡은 집을 수리해주는 봉사활동을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다”면서다. 이에 광산구청은 “일회성 봉사활동으로 끝날 게 아니라 학생들과 노인들의 재능을 두루 살릴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경로당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월곡공원경로당은 이런 고민 끝에 청춘경로당으로 재탄생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젊은 대학생들과 노인들의 쌍방향 소통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게 일회성 위주인 기존 봉사활동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여기에 노인들이 재능 기부를 통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했다.



 지난달 26일 월곡공원경로당에서는 본격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앞서 ‘미리 보는 청춘경로당’ 행사가 열렸다. 광주여대 대체의학과를 비롯해 식품영양학과·간호학과·작업치료학과 등 8개 학과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을 살려 혈압·혈당 체크, 수기 치료, 치매 검사 등을 실시했다. 비누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 미용과학과 2학년 배은영(21·여)씨는 “할머니들에게 비누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면서 취업했을 때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미리 고민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비누 만들기를 배운 김곤례(88·여) 할머니는 “몇 번만 더 배우면 나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청춘경로당은 다음달 초 본격 가동된다. 학생들은 세부 일정과 내용을 짠 뒤 시간·요일별로 번갈아가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당장 실내디자인과 학생들은 경로당 증축 공사에 참여해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싱크대도 수리할 계획이다.



 노인들의 재능 기부도 더해진다. 청춘경로당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된장·고추장·김치 담그기와 장아찌 만들기 등 반 세기 넘게 유지해온 ‘손맛’을 전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광주여대 측은 노인들이 재능 기부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되면 우울증 등 노인성 질환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산구청은 경로당 노인들의 반응이 좋자 참여 단체를 기업과 종교단체 등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관내 370여 개 경로당 모두를 청춘경로당으로 바꾸는 게 목표”라며 “대학생들과 노인들이 삶의 지혜를 주고받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