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박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

중앙일보 2015.09.01 00:47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2015년 8월 28일 30면>

박 대통령 중국 열병식 참가 … 외교 호기로 삼아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승절 기념행사에 이어 열병식에도 참가키로 한 건 실보다 득이 많을 적절한 선택이다. 청와대가 전승절 참여를 발표하고서도 열병식 참여 결정을 미룬 이유는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전 때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중국군에게 박수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은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한·중 간 밀월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미국의 심정도 고려해야 하는 게 우리 입장이었다. 중국과 대립 중인 일본도 여전히 중요한 외교 파트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베이징행을 선택한 까닭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번 방문에서 원했던 걸 챙기지 못한다면 안 가느니만 못했던 꼴이 된다.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얻어내야 할 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중국이 적극 나서게 만드는 것이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여전히 중국이 유일하다. 목함지뢰 테러 이후 벌어졌던 한반도 긴장 해소에도 중국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중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의 결단으로 양국 간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 분야에서의 협력도 활발해지는 ‘정열경열(政熱經熱)’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런 호기를 그냥 흘려 보내서는 안 된다. 특히 한·미·중 세 나라 간에는 2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중, 한·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다. 박 대통령은 다른 정상회담들을 염두에 두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폭넓게 의견을 나눠야 한다. 이번 방문에 대놓고 반대하진 않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거북한 심경은 능히 짐작된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안보의 축으로 삼는 우리로서는 “한국이 외교·안보 면에서도 중국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양국의 의심을 풀어야 한다.



 끝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최용해 노동당 비서가 베이징에 간다고 한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은 불발이 됐지만 그도 북한 내 최고위급 인사다. 박 대통령 수행진 중 적절한 인사가 나서 최 비서와의 만남을 시도해볼 만하다.





한겨레 <2015년 8월 28일 31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핵 해법’ 동력 확보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박 대통령은 새달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전승절) 행사의 핵심 일정인 열병식(군사 퍼레이드)도 참관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번 회담은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를 풀 해법을 마련하고 동력을 확보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을 참관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열병식이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무대여서 미국과 일본 등의 경계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럴수록 우리나라는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발전을 시야에 넣고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과 열병식 참관은 이에 기여할 것이다. 또 2012년 이후 열리지 못한 한-중-일 정상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아쉽게도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아니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여전히 냉랭한 북-중 관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갈수록 악화하는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6자회담을 재개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중국의 확실한 동참 약속을 얻어내야 한다. 두 나라가 충분한 동력을 확보해야 북한과 미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오는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조만간 있을 남북 당국 회담은 이를 위한 좋은 계기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미국은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쪽의 이런 입장 차이를 좁히면서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중국은 6자회담 주최국으로서 회담 재개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정부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외교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다행히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전승절 행사 참석 결정으로 대중국 발언권이 확보됐고, 8·25 남북 합의로 남북 사이에 안정적인 대화 통로가 만들어졌다. 한-미 관계는 순항 중이며 러시아와의 관계도 좋다. 여러 해 동안 나빴던 대일 관계 또한 개선 조짐을 보인다.



 과거 경험이 보여주듯이 북한 핵 문제는 모든 관련국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우리나라가 창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추진력을 최대화할 때만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지금 기회를 흘려보낸다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논리 vs 논리] “중국에 치우친다 의심 풀어야” … “북한 핵 해법 찾기 가장 중요”



지난달 22일 베이징 근교 창핑 화생방군사학교의 열병식 훈련장에서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머리·팔·총·다리·가슴·모자의 선을 맞춰 행진하고 있다. [베이징 AP=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승절 기념행사와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1954년 북한 김일성 주석은 천안문 광장에서 마오쩌둥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었다. 그 자리를 60년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차지하는 셈이다. 달라진 남북의 위상, 변화하는 국제관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겨레와 중앙은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둘 다 반기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열병식을 참관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중앙 역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실보다 득이 많을 적절한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두 사설은 열병식 참석에 비판적인 견해부터 검토해본다. 중앙은 “한국전 때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중국군에게 박수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사회 일부에서 일었던 부정적인 여론을 상기시킨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중앙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둔 듯이 보인다. 외교부는 “전승절 70주년 행사와 1950년 중국이 참전한 6·25전쟁은 역사적 맥락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의의를 “중국에서 있었던 우리 독립항쟁 역사를 기리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래 중앙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반대하던 입장이었다. 중앙이 태도를 바꾼 데는 정부가 행사의 성격을 분명히 한 데도 이유가 있을 듯싶다.



 한겨레는 “열병식이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무대여서 미국과 일본 등의 경계심이 있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 우려의 근원은 중국의 정부 기관지 인민일보가 28일자 사설에서 전승절의 의의를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돌격 나팔 소리가 될 것”이라는 데서 찾았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국가 정상들이 대부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데는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두 사설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는 우려보다 기대되는 점이 더 많다고 평가한다. 중앙은 “한·중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한겨레 또한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발전을 시야에 넣고 협력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어 열병식 참관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동북아 정세는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구도로 굳어져 있다. 우리 대통령이 중국·러시아 정상과 함께 중국군의 사열을 받는 모습은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한다는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열병식 참석에서 무엇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를 놓고는 두 사설이 다른 입장을 보인다. 한겨레는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는 일”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중국은 “조선의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또한 “양국 지도자 사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반드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전승절 행사 참석 결정으로 대중국 발언권이 확보됐으므로, 6자 회담 개최국인 중국이 회담 재개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앙도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여전히 중국이 유일하다”며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한·미·일 삼각동맹이 흔들리지 않을지를 더 걱정하는 듯 보인다. 미국은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40분 넘게 통화를 하며 “견고한 미·일 동맹 관계”를 확인했다. “한국이 외교·안보 면에서도 중국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미국과 중국의 의심을 풀어야 한다”는 중앙의 걱정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중앙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최용해 노동당 비서를 우리 측의 적절한 인사가 만나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맥락에 따라서는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남북이 직접 대화하려고 노력하라는 주장으로도 읽힌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외교는 수 싸움으로 가득한 복잡한 전쟁터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중국이 역할을 하도록 이끌면서도 미국·일본 등 우방과의 관계도 돈독하게 하는 ‘신의 한 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다음주 논점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와 노동개혁



9월 8일자에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와 노동개혁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분석·글이 실립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