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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언어장애 임재현씨와 ‘필담 우정’ … 미국 취업도 나란히 성공한 최낙원씨

중앙일보 2015.08.31 00:20 종합 25면 지면보기
전혀 들을 수 없고 말도 못하는 대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도와준 동료가 있었다. 종이에 글을 써 묻고 답하길 3년.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딴 뒤 나란히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3년간 도우며 대구보건대 졸업
미국 치과기공회사 같이 근무

 미국에 사는 최낙원(25·사진 오른쪽)·임재현(21·왼쪽)씨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치과기공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전화와 e메일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이뤄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임씨는 청각·언어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말도 못한다. ‘필담(筆談)’이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이들의 인연은 2012년 3월 시작됐다. 대구보건대 치기공과 신입생으로 만났다.



 “학기 초 서로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재현이가 종이와 펜을 들고 강의실 앞으로 나가더니 자신의 이름과 소개 글을 써 번쩍 들어 보이더군요. 언어장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최씨는 임씨를 도와주기로 했다.



 둘은 졸업할 때까지 3년간 ‘바늘과 실’처럼 지냈다. 임씨는 강의 시간에 칠판에 적힌 내용과 교과서를 보고 공부했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최씨에게 물었다. 그가 종이에 글을 써 질문을 하면 최씨가 다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식이었다. 최씨는 “재현이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은 셈이지요”라며 웃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둘은 올 2월 치과기공사 면허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어 최씨는 미국의 하이텍덴탈세라믹(대표 최인택)에 입사했고 회사 대표에게 임씨의 취업을 부탁했다. 두 사람의 사연을 들은 최 대표는 흔쾌히 임씨를 채용키로 했다. 문제는 취업 비자였다. 이 대학 최병환 교수는 “미국 영사관에서 소통 문제를 들어 보류했다”며 “하지만 ‘그의 실력은 스승인 내가 보증한다’고 설득해 통과됐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두 사람 모두 성실하고 일도 잘한다. 인재를 얻어 회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고마워 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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