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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뒤의 한국 외교

중앙선데이 2015.08.30 05:27 442호 31면 지면보기
국가와 국가 간에 어떤 요인에 의해 전쟁이 발발하는가에 관해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설명을 해왔다. 필자는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케네스 월츠가 인간·국가·국제사회의 3가지 측면에서 기존 전쟁원인론을 분석한 것이 포괄적인 답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의 이론에 입각할 때, 독단적인 최고 지도자가 있고, 국력 이상의 공격적인 군사력 증강을 해왔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야말로 전쟁도발의 여러 요인을 안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지난 20일 북한 정권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48시간 이내 우리 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철회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선다고 하면서 전선 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언한 것은 실제의 전쟁을 예감케 하는 중대 사건이었다.


박영준 칼럼

한반도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지난 22일 오후부터 장장 40여 시간에 걸쳐 남북 고위 당국자들이 판문점에서 접촉했다. 만일 협의가 결렬됐다면 북한은 최고존엄의 결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군사행동을 해야 했고, 그것은 남북 전면전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26일 새벽 남과 북의 고위 당국자들이 6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전쟁 발발 직전의 위기를 타개하고 대화국면으로 키를 틀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값진 성과라고 평가한다.



향후 합의의 이행과정에서도 남북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과연 무엇이 일촉즉발의 남북한 군사적 대치상태를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전환시켰는가를 냉정하게 복기해 보아야 한다. 그 요인들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창출할 수 있는 다차방정식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방부와 각군이 한·미동맹의 밀접한 제휴태세 하에서 불퇴전의 결의를 갖고 단호한 대응을 취한 점을 평가하고 싶다. 우리 군은 목함지뢰 도발이 발생했을 때 과감하게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고, 포격도발이 있었을 때 K-9 자주포 포격으로 대응하였다.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전개하던 미국은 우리 측 공군과의 공동 폭격 훈련을 실시하였고, 항모 전단이나 전략폭격기의 급파를 추진하면서 북한을 강압하였다. 상대방에게 공포를 안길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단계적인 군사적 대응 태세 구축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것이 이번에 재확인되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모처럼 국민이 한뜻으로 힘을 모아 주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세력들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비판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병사들을 위로했다. 병사들을 포함한 2030의 젊은 세대들은 제대를 연기하거나, 재복무의 결의를 표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지도자와 협상장의 대표들은 일관된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상호 접촉과 철야 대화를 통해 북한과의 무력대결 상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로 임하면서 결국 북한 측이 출구 전략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였다.



주변 우방국들과의 밀접한 외교도 북한을 압박하는 우리의 힘이 되었다. 전승절 행사 참석을 표명한 우리 측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외교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공동 대응의 대열에 서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9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같은 시기에 재개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한 접촉, 10월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그리고 한·중·일 정상회담과 같은 다양한 외교무대가 펼쳐진다. 우리는 한반도 안보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다차방정식의 해법들을 기억하면서 다가올 외교무대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증진을 위한 보다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자임할 필요가 있다. 극적인 남북 간 합의 타결로 박 대통령의 국제적 위상도 증진된 지금 시점이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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