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조경제, 뭘 창조할 건가

중앙선데이 2015.08.30 05:03 442호 30면 지면보기
한 관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창조경제 교주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회담과 중국발 쇼크 대응 같은 긴박한 일정 속에서도 대전 카이스트에서 27일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 장시간 참석한 것을 보면 그 비유가 빈말은 아닌 듯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경제의 성장엔진은 바로 창조경제뿐”이라고 강조한 뒤 “대한민국 전역이 창조경제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열매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창조경제의 비전을 받아들이는 데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주변을 보면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이해되지 않아 별 관심이 없다”는 이들이 많다.


전문가 기고

창조경제의 뜻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창조 앞에 ‘무엇을 창조하는지’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창조의 대상을 명확히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지가 분명해진다. 즉, 창조 앞에 ‘가치(쓸모)’라는 단어를 붙이면 ‘창조경제’는 ‘가치(쓸모) 창조를 통해 잘 살게 하는 경제 정책’이 된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수출경제’가 ‘수출’을 통해 잘 살게 하는(소득·일자리를 늘리는) ‘경제’ 정책인 것과 마찬가지다. 창조경제는 대기업이나 벤처기업, 골목상권 할 것 없이 ‘예전에 없던, 고객을 위한 가치(쓸모)를 창조’하도록 뒷받침하여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경제성장 정책이 되는 것이다.



가치 창조의 예를 들어 보자.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둥지를 튼 벤처기업 테크웨이가 개발 중인, 체온으로 스마트폰 충전을 하는 기술이 있다. 경북 영주의 구도심 골목시장은 주차장을 깔끔하게 정리해 야간 포장마차 촌을 열고 시장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야간 포장마차라는 새로운 가치가 창조되면 포장마차 손님들 덕분에 골목시장의 매출까지 덩달아 늘어나 포장마차 주인들은 물론 시장에서까지 일자리가 생겨난다. 골목상권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 현대백화점의 지하1층 달팽이 김밥집은 김밥 속에 새송이 버섯을 넣는 아이디어로 입소문을 타 지난 3일 경기도 판교의 9평 매장에서 백화점으로 유치됐다. 이 김밥집의 유은희 사장은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김밥을 개발하려고 했다”며 웰빙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가치 창조를 설명한다.



가치의 창조는 기업이 국내에서 써온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외국으로 갖고 나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서도 이뤄진다. 국내의 인터넷TV 업체들은 이미 개발해 쓰고 있던 소프트웨어 기술을 그대로 베트남에 수출해 해외 일자리와 수익을 늘리고 있다. 고객가치 창조는 김밥 같은 작은 제품의 개선부터 체온으로 전기를 만드는 큰 발명까지 생활의 질을 높여줄 쓸모를 내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가치 창조는 투자할 데가 없어 고민하던 기업에 시원한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새로운 쓸모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내수를 북돋아 일자리가 늘어나게 한다.



어떤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그 깃발이 국민의 눈 앞에 늘 펄럭이고, 국민이 나아가야 할 북극성으로 반짝여야 한다. 그런데 창조경제를 돋보이게 하는 슬로건이나 로고 같은 상징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청사에는 ‘3년의 혁신이 30년의 성장’이라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슬로건이 붙어 있을 뿐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선 농업을 6차 산업으로 만든다며 ‘농업 6.0’이라는 용어를 따로 만들었다. 창조농업이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용어를 통일해야 공감대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대목이다. 창조경제도 국민 마음 속에 살아 꿈틀거리며 열정과 에너지를 끌어내려면 먼저 쉽고 단순한 언어로 그 뜻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용어를 통일해야 한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창조경제가 국민의 눈에 보이게 하고 손에 잡히게 해 줘야 한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