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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신앙의 조건

중앙선데이 2015.08.30 04:27 442호 27면 지면보기
현대 교육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은 제도에 제일 잘 적응하는 학생이 교수가 된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결국 교수의 길을 가고, 그렇게 시스템을 반복한다. 사회가 교수들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유능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교육제도는 잘 적응하는 학생들이 여러 직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회생활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은 무엇이 되는가? 목사가 된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타 종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 제도 안에서 제일 잘 적응하고 잘 따르는 사람은 성직자가 된다. 성직자는 필요하다. 그러나 세상엔 신앙심이 깊은 정치인이나 기업인·예술인·체육인 등 모든 직종의 사람이 필요하다. 신앙심이 좋은 젊은이는 성직자가 되야 한다는 강박은 옳은 것이 아니다. 신앙을 널리 퍼뜨리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대한민국 개신교에 유달리 신학교와 교회, 성직자가 많은 것을 나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좀 이상하게 생각한다. 간혹 교인 중 신학교에 가겠다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십중팔구 나는 반대한다. 신학교에 가서 신학 강의 몇 개 듣는다고 목회자가 되는 것이 아닌데, 사람들은 신학교 진학이 목회자가 되는 첩경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목사가 신학교 가겠다는 사람을 만류하는 것이 어폐가 있지만 목회자가 되는 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특히 중년의 나이에 신학교를 가려는 것은 말려야 마땅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독실한 침례교 집사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교회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다. 그 주일학교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 이가 말하길 참석자의 절반은 카터를 보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이라고 한다. 그는 독실한 성도로서 성직자가 아닌 공직의 길을 택했다. 나는 이것이 참으로 귀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도 신앙을 가진 대통령이 여러 명 있었으나 카터와 같은 분은 본 적이 없다. 교회를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사람만 보았을 뿐이다. 영화 ‘불의 전차’는 스코틀랜드의 육상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는 원래 중국 선교를 꿈꿨다. 그러나 육상 실력 때문에 선교 계획을 보류하고 훈련에 돌입한다. 이것을 그의 누이동생은 못마땅하게 여긴다. 신앙을 저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이에게 육상선수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다. “하나님은 중국 선교를 위해 나를 만드셨다. 그러나 또한 나에게 달리는 재능을 주셨다. 나는 달릴 때 하나님의 기쁨을 느낀다.” 얼마나 멋있는 말인가? 얼마나 성숙한 신앙인가? 종교 행위를 할 때만 하나님을 느낀다면 하나님은 이 세상을 지으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어떤 행위에도 하나님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거나 확신을 갖지 못한 것이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구두 수선공 같은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삶 속에 하나님이 주시는 의미를 찾는 것을 말하고 있다. 왜 대한민국에선 이런 작품을 볼 수 없는가? 왜 신자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백논리로 인생과 신앙을 보려고 하는가? 하나님이 편협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생각이 편협한 것인가?



김영준 소망교회 부목사를 지낸 뒤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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