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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 털어내려 폭락 감내 … 필요할 땐 ‘보이는 손’ 가동

중앙선데이 2015.08.30 03:30 442호 7면 지면보기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 있는 청동상. 상승장을 뜻하는 황소가 하락장을 상징하는 곰을 깔아뭉개는 모습이 다. 하지만 현재 중국 증시는 곰이 황소를 누르는 형국이다. [AP=뉴시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보츠와나 주식시장의 가보로네(Gaborone) 지수. 1990년대 중반 200선에 머물던 지수는 2007년 1만까지 상승했다. 아프리카 다른 국가와 달리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로 불린 청렴한 보츠와나에 전 세계 프런티어 펀드들이 몰려들었다.


[중국발 경제 쇼크] 폭등락 중국 증시 독해법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가보로네 지수는 40% 넘게 폭락했다. 빚내 주식투자를 한 검은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이후 최근까지 원자재 가격 폭락이 겹쳐 아프리카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당연히 보츠와나도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도 가보로네 증시는 다시 반등해 1만1000 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국가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 Index) 순위에서 2014년 세계 31위로, 43위인 한국보다 청렴도에서 앞선다는 점이 독특한 자산으로 작용했다.



한발 물러나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아프리카 경제가 과연 50~60배나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 의문이다. 아프리카라는 자본 접근성이 제한된 도박장에 보츠와나 증시가 서방을 향해 열린 독특한 창(윈도)으로 수혜를 입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유동성 급증한 2007년엔 6000선 돌파 보츠와나의 반대편 돌연변이가 중국 증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애용한다는 ‘시가총액/GDP 비율’은 60% 언저리를 맴돈다. 비교적 제대로 된 기업으로 추려진 상하이 증시만을 감안한다면 시가총액은 GDP의 40%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이 수치는 120% 전후다. 단순히 말하면 중국 증시는 미국의 3분의 1 정도 혹은 그 이하의 미숙아 수준이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과연 중국의 방대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추정치(Estimate)인지가 의문이다. 지수의 구성 종목을 보면 어떻게 상장심사를 통과했는지 의문이 가는 기업도 다수 있다. 경제 펀더멘털과 상하이 지수는 따로 논다. 올 6월 상하이 지수가 5000 선을 뚫었을 때 중국 정부는 8% 성장 구호인 ‘바오바(保八)’를 포기했다. 심지어 7%도 어려울 수 있다며 리커창 총리가 ‘신창타이(新常態)’를 들먹이며 기대치 관리를 하던 중이었다.



반면에 연간 15% 전후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상하이 지수가 2000 선을 못 넘었다. 머니게임으로 유동성이 몰리던 2007년엔 무려 6000 선을 넘었다가 2008년엔 금융위기 유탄에 1700 선까지 고꾸라졌다. 널뛰기 세계챔피언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자본시장의 꽃이라는 증권시장에 잡풀과 독풀이 섞여 있고, 여기에 투하되는 유동성 거름이 극단적 과잉과 메마름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중국인 특유의 도박성과 ‘독(毒)이 된 통(通)’이라 칭해지는 후강퉁마저 의도와는 달리 최근 악역으로 돌변했다. 비적격 상장사들이 섞여 있는 중국 주가지수가 미성숙한 거래소 시스템과 만나 경제 펀더멘털에서 유체이탈된 꼴이다.



증시 폭락에 맞서 중국 정부가 꺼낼 정책 카드는 거의 다 나왔다. 이자를 낮추었고(減息), 지불준비율(RRR)도 인하했으며(降準), ‘시장이 결정하는 메커니즘’ 핑계를 들어 위안화도 5% 가까이 평가절하했다.



다만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라는 처방전에는 고심한 흔적이 묻어 있다. 고육지책치고는 인하 폭이 작았다. 서방 일각에서 기대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지급준비율 1%포인트 인하’ 정도의 통 큰 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도박꾼을 구원해 주면 안 된다. 하지만 폭락장에선 보이는 손(정부)이 가동돼야 한다’는 타협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공통분모는 중국 정부가 현재의 증시 변동성을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상하이 지수가 5000 선에서 3000 선까지 번지점프 하는 걸 감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빚내서 하는 투자(레버리지)의 해악을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최소한의 직무 유기는 피하려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장은 반응했다. 미국 다우지수가 급반등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집단공포증도 일단은 해소됐다.   구조개혁 없으면 널뛰기는 반복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단속 사례를 살피면 중국 증시정책의 향후 탄착점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인민은행 자료를 보면, 신탁대출(Trust Loan) 잔액이 2014년도에 전년에 비해 72%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WSJ 등 서방 언론은 그동안 ‘그림자금융 위기론’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림자금융의 원흉인 신탁계정을 소탕했다. 은행계정을 신탁계정으로 윤색해 대출이 금지된 사회간접자본(SOC), 광산 개발 등 전시성 지역정부 사업의 유동성 창구로 악용되던 신탁대출을 성공적으로 일소한 것이다.



이를 볼 때 중국 당국은 증시에 대한 직접개입은 가급적 꺼릴 것이다. ‘중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말이 나오더라도 도박판 증시를 선진화하려는 목표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아래와 같은 보완책을 통해 중국 증권시장이 진일보할지 주목된다.



첫째, 증시 퇴출방안 강화. 즉 거래소 상장기업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독초와 잡초를 제거할 것이냐 여부다. 은행계정의 탈을 쓴 신탁계정을 단속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상장퇴출사 리스트가 부실 정부투자기관(SOE)일 수밖에 없기에 이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단이 될 것이다.



둘째, 채권시장의 고도화. 주식시장의 안정화는 안정적 유동성 메커니즘 없이는 조성될 수 없다. 묻지 마 상장의 1차 동기가 한계기업의 유동성 해소에 있었던 점이 중국 증권거래소가 자본주의 증권거래소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상장(IPO)이란 성공한 회사에 주는 상장(Reward)이라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달리 상당수의 중국판 IPO는 대출이 막힌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생명선의 연장 수단이다. 국가통제하에 있는 은행대출은 하늘에서 별 따기이고, 채권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니 우선 도박자금이 모여 있는 주식시장으로 접속을 허용하는 차원에서 IPO 승인이 나곤 했다. 역설적으로 채권시장이 고도화되면 주식시장으로의 과잉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용비어천가도, 저주도 모두 오류다. 중국이 기준금리 및 지준율 인하에서 보여주었듯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시장은 반등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유체이탈 증시는 개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아프리카 증시보다 더 큰 변동성을 배태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폭등-폭락장을 통해 중국 정부가 질적 고도화를 이행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 남자 소변기 앞에 걸린 문구를 보며 중국의 개혁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됨을 되뇌어 본다. 진일소보 문명일대보(進一小步 文明一大步:? 반 걸음만 앞으로 나오시면, 문명이 한걸음 진보합니다).



김문수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산업은행, 골드먼삭스, 씨티그룹, 메릴린치, 도이체증권 등에서 일했다. SKSIA/프린스캐피털(홍콩)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현재 액티스캐피털(홍콩) 아시아본부장 겸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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