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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사랑방, 강의 북카페 … 의원 지역구 사무실이 ‘달라졌어요’

중앙선데이 2015.08.30 03:03 442호 11면 지면보기

김용태 의원(왼쪽에서 둘째)이 22일 지역 사무실에서 열린 ‘민원의 날’ 행사에서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진성준 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강서목민관학교 강연 모습.



“학교 운동장을 너무 일찍 닫아 밤에 운동을 못 해요.” “항공기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자요. 방음시설 좀 부탁이요.”  토요일인 지난 22일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양천을 지역구 사무실에서 터져 나온 지역민들의 목소리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이 사무실에선 김 의원이 지역민의 고충을 듣고 처리하는 ‘민원의 날’을 연다. 사무실을 찾은 윤기석(58)씨는 “같은 연립주택에 사는 건축업자가 주변에 폐기물을 버려 악취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곧바로 김 의원이 구청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시정을 요청했다. “집 나간 마누라를 찾아달라” “아들 취업 좀 시켜달라”는 황당한 요구들도 나왔다.  25일 서울 강서을의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무실에선 정치 아카데미인 ‘강서목민관학교’ 2기 입학식이 열렸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책이 가득 찬 책장들이 늘어서 있고, 바리스타가 따뜻한 커피를 내려준다. 북카페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하다. 이곳을 찾은 목민관학교 1기 졸업생 유완선(27)씨는 “처음엔 우리 동네 정치인이 누군가 궁금해서 찾아왔는데 장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 수업까지 듣게 됐다. 정치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이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변모하고 있다. 의원들은 지역구 사무실을 주민들이 찾도록 만들고 싶어한다. 2004년 지구당을 폐지하는 정당법 개정안(‘오세훈 법’) 통과 이후 지역 주민과 소통의 길이 막힌 의원들이 지역구 사무실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구 사무실이 주민의 이익이 일상적으로 표출되는 채널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민원의 날’ 행사는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대부분에서 실시되면서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7월부터 ‘민원의 날’을 시작한 김용태 의원은 “주민들과 직접 만나 얘기를 해야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걸 그들도 알 것이란 생각에 ‘민원의 날’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노웅래(마포갑) 새정치연합 의원의 경우 ‘노변정담’이란 이름으로 민원의 날을 열고 있다. 지난 21일엔 북아현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행사가 열렸다. 처음에 “국회의원이랑 무슨 얘기할 게 있나”라며 시큰둥하던 주민들은 노 의원이 도착하자 “아파트 펜스를 없애달라” “상가 앞에 주차선을 표시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에 참석한 나진찬(52)씨는 “계속 풀리지 않던 민원들을 말할 수 있어 후련했다”고 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은 지역 사무실 앞 지하도에 청소년 카페 ‘톡톡톡’을 개설했다.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노숙자들의 잠자리였던 공간이 이젠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학부모들이 차를 마시며 인문학 강의를 듣는 곳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가 실시된다면 지역구 사무실은 상당한 ‘현역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주목된다. 이정희 교수는 “일시적 보여주기 행사가 아닌, 의원과 유권자 간 일상적 소통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희형 인턴 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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