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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학기술 인력 활용 늘리면 창조경제에도 도움”

중앙선데이 2015.08.30 02:42 442호 14면 지면보기

김춘식 기자



과학·기술·공학·의학 분야의 연구에서 성별을 고려함으로써 연구의 질을 높이자는 젠더 혁신이 본격화된 것은 2011년 유럽에서 첫 번째 젠더 서밋이 열리면서다. 젠더 서밋은 과학자나 정책입안자, 정치가 등 관련 당사자들이 모여 젠더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다. 유럽의 젠더 서밋을 주관하고 있는 영국의 비영리기관인 ‘포샤(Portia)’의 엘리자베스 폴리처(65·사진) 소장을 지난 25일 서울에서 인터뷰했다.


젠더 개혁 주도하는 폴리처 소장

-포샤는 어떤 단체인가. “1997년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기구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젠더 평등성을 증진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연구와 혁신 과정에서 젠더 개념을 넣도록 노력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포샤란 이름은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거미에서 따왔다. 인간의 지능 체계를 연구할 때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먹이를 잡을 때 점핑도 하고 상황에 따라 사냥 전략을 바꾸기도 한다. 포샤는 과학기술 분야의 여성들도 네트워킹을 통해 협동 작업을 추구하고 기회를 잘 포착하자는 의미에서 붙였다.”



-유럽에서 젠더 서밋이 시작된 계기는. “2010년 포샤에서 ‘젠셋(genSET)’이란 연구사업을 진행했다. 유럽 과학계 최고지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자료를 뒤져 젠더 이슈와 관련된 증거를 모았다. 조사 결과 수컷 동물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암컷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과학기술 연구가 남성 쪽 증거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과학에 여성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젠더 평등성이 과학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프로젝트 보고서에는 13개의 권고사항이 담겼다. 이후에 과학자 리더들은 젠더 서밋을 통해 이런 논의를 확산하자고 뜻을 모았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유럽에서, 2013년에는 북미에서 열렸다.”



-젠더 혁신을 논의하는 이유는. “젠더 혁신에 관한 논의는 새로운 연구 관점과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물고기 양식에서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더 빨리 크게 자라는 어종이 있는데, 어린 물고기 중에서 암컷을 골라내 기르면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북대서양의 대구는 멸종위기에 처했는데 다 자란 암컷은 놓아주고 수컷만 잡는다면 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슈에는 여성 과학자들의 숫자가 적다는 문제도 포함되지 않나. “여성보다 남성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더 나은 능력을 가졌다는 편견이 아직도 남아 있다. 미국 예일대에서 남녀 교수 130명을 대상으로 연구자 채용 실험을 한 게 있다. 같은 스펙의 취업지원서인데도 여성 이름으로 된 것보다 남성 이름의 지원자를 선호했고, 남성 이름에 4000달러(약 470만원)의 연봉을 더 주겠다고 밝혔다. 여성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러 연구비 지원기관에서는 젠더 편견을 없애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한국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젠더 균형에 기반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남성과 여성의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이 합쳐져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른바 집단 지성의 힘이 나오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의 경우 젠더 개혁이 이뤄진다면 고학력 여성 인력 풀을 활용할 수 있고, 미용산업 등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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