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00조 시장 잡아야 스마트폰도 잘 팔려 … 삼성·구글·애플 결제 대전

중앙선데이 2015.08.30 02:24 442호 18면 지면보기
지난 2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역에 있는 한 약국. 3000원짜리 목캔디를 산 후, 스마트폰 갤럭시 S6엣지를 꺼내 화면을 밀자 신용카드 이미지가 떴다. 지문인식안내에 따라 엄지손가락을 대니 진동과 함께 카드가 활성화됐다. 스마트폰을 카드결제기에 살짝 대자 2초도 안돼 바로 결제완료 표시가 뜨고, 동시에 ‘지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영수증이 나왔다. 비밀번호 입력도 필요 없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간편결제 삼성페이는 이렇게 작동했다. 같은 날 약국 인근 삼성전자 매장 내 삼성페이 시연대에서 만난 대학생 정명근(25·경기 안산)씨는“평소에도 포털의 간편 결제를 자주 쓰는데 이건 참 간단하고 편리하다. 다만, 신용카드가 들어있어 폰을 잃어버리면 불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PAY)전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지갑 안에 현금이나 카드를 넣고 다닐 필요없이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돈을 내는 ‘지갑 없는 시장’ 간편 결제 시장을 잡는 전쟁이다. 전투는 전방위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삼성전자·애플·구글같은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들이 속속 뛰어든다. 국내시장에선 인터넷·통신·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간편 결제 시장은 쑥쑥 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2010년 529억 달러에서 지난해 3252억 달러로 늘었다. 2017년엔 7214억 달러(약 800조원)로 추정된다. 국내시장 증가세 역시 가파르다. 2013년 1분기 1조1200억원 수준에서 올 2분기 5조7200억원에 달한다.


본격화하는 글로벌 페이 전쟁

간편 결제는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처음 결제할 때 한 번만 카드를 입력하면 그 후엔 미리 등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기존 결제는 각종 보안프로그램·액티브X 등을 설치하고 결제할 때마다 카드 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삼성, 뱅크오브아메리카·비자카드와 제휴 국내 시장에서 20일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은 다음달 말엔 미국에서 애플, 구글 등과 한 판 대결을 펼칠 계획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마스터·비자 카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주요 금융사와 손을 잡았다. 공식 서비스를 앞두고 현재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삼성페이의 최대 장점은 범용성이다. 쓸 수 있는 매장이 많다는 얘기다. 오프라인에서 결제할 때 매장의 기존 결제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를 비롯, 대부분의 오프라인 간편 결제는 ‘근거리 무선통신’(NFC)방식을 쓴다. 이를 위해선 별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돈이 들어가니 설치한 매장이 많지 않다. 국내나 해외나 마찬가지다. 삼성페이는 기존 결제기를 쓸 수 있는 마그네틱보안 전송(MST)방식도 적용했다. NFC·바코드 결제도 가능하다. 다만 현재로선 갤럭시S6·갤럭시 노트5 등 최신형 단말기에서만 가능하다. 삼성은 앞으로 손목시계형 ‘기어S2’에도 삼성페이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10월쯤 최신 넥서스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안드로이드 페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미국 내 일부 맥도널드 매장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넥서스폰 제조회사로는 LG전자·중국의 화웨이가 유력하다. 애플페이처럼 NFC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금융사와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진다. 가맹점이 많지 않은 NFC방식이고 애플·삼성에 비해 시장 진출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의 6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본으로 하는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최대 무기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삼성과의 관계도 관심이다. 협력관계인 양사가 페이 시장에선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페이를 탑재할 지는 미지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은 다양한 결제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삼성과 구글간에 페이 경쟁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애플페이는 지난달 영국에 25만개 가맹점을 확보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캐나다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당시 알리바바와 애플페이 진출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페이는 편리성·보안성을 바탕으로 미국 전역으로 가맹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서비스 출시 72시간 만에 100만 개의 카드가 등록됐으며 출시 3주 만에 식료품 체인 홀푸드에서 애플페이로 15만건, 66억달러의 결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애플페이는 NFC를 적용해 결제한다. 현재 미국 내에서 NFC단말기를 설치한 매장은 전체의 10%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애플은 단말기를 싸게 공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애플·구글, 글로벌 페이 시장은 누가 장악할 것인가. 결과는 아직 알기 어렵다. 시장조성 단계이고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삼성페이의 범용성이 애플보다 앞서기는 하지만 단지 결제가 편하다는 이유로 애플 고객이 삼성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페이는 별도의 앱이 필요없는 것이 장점이나 NFC 시스템이 필요한 게 문제”라고 했다.



애플페이, 영국서 25만개 가맹점 확보 글로벌 IT 거물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결제 사업 자체의 수익보다는 주력 사업의 제품·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 때문이란 분석이다. 2017년 글로벌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80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중 계좌이체 등을 제외하고 수수료를 붙일 수 있는 유·무형의 물품 거래 규모는 24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애플페이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0.15%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글로벌 모바일 결제가 모두 애플페이로 이뤄진다 해도 애플 몫은 3600억원(240조원x 0.15)에 불과하다. 애플 한 해 매출의 0.2%에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 김종대 책임연구원은 “수수료만이라면 시스템 개발·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다. 결제서비스에 힘을 쏟는 건 촉매제로서의 역할 때문”이라고 했다. 애플이나 삼성은 모바일 기기 판매를 늘리고, 기존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더 강화해 신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구글은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간편 결제 전쟁은 치열하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페이코’를 출시했다. 오프라인 결제때 NFC·바코드 방식을 지원한다. 신세계는 지난달 신세계 그룹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SSG 페이를 선보였다. 현금·상품권 등으로 충전된 선불식과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복합결제 방식이다. 앞으로 은행 계좌를 통한 직불형 간편 결제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KT는 최근 각종 신용카드 멤버십·쿠폰 할인 정보 등을 한번에 모아서 제공하는 ‘클립’을 선보였고 신용카드사와 제휴, 오는 10월부터는 결제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기존의 강자인 다음카카오의 카카오 페이, 네이버의 ‘네이버 페이’, SK플래닛의 시럽 등은 가맹점·제휴 금융사 확대 등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3초 결제’를 앞세우는 LG유플러스의 간편결제 ‘페이나우’는 최근 결제 절차를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다. 더 빠른 결제를 위해서다.



간편 결제가 늘고 있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보안을 높이고 사용할 수 있는 곳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결제 전 비밀번호 입력 같은 안전장치가 있지만 휴대폰 분실에 따른 결제정보 유출과 해킹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결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학생 김별(26·서울 성북동)씨는 “최근 간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다 결제창이 넘어가지 않는 오류가 난 적이 있는데 고객 센터에 항의했더니 사용자가 늘면서 자주 생기는 오류라고 설명하더라”고 말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인 상명대 이명식 교수(경영학과)는 “간편결제가 안 되는 곳이 여전히 많다.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는 영원한 과제로 보안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 무선통신) 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비접촉식 통신 기술. 통신거리가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안이 우수하다. 블루투스 등 기존의 근거리 통신 기술과 비슷하지만 기기 간 설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마그네틱 보안전송)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에 입력해, 신용카드를 긁는 대신 스마트폰을 마그네틱 신용카드 결제기 근처에 갖다 대면 기기 간 통신을 통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 삼성전자가 올해 초 인수한 미국 모바일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가 가진 기술이다.



 



염태정 기자, 윤수정 인턴기자?yonnie@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