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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아하게 더 친근하게 다가온 디올

중앙선데이 2015.08.30 00:48
검정 양가죽으로 만든 레이디 디올 백

지난 25일로 2개월간의 대장정 ‘에스프리 디올(ESPRIT DIOR)-디올 정신’ 전시를 끝마친 디올이 또 다른 전시회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 서울(LADY DIOR AS SEEN BY SEOUL)’ 소식을 전해왔다. 1995년 처음 등장해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레이디 디올(Lady Dior) 백’에 대한 오마주 작품 50개를 만나는 자리다. 올림피아 스캐리, 더 리사이클 그룹, 리우 지앤화, 패트릭 드마쉘리에 등 세계적인 미술가·사진가들이 대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중에는 홍정표, 박선기, 김홍식, 오유경 등 한국 작가 4명도 포함됐다. 2012년부터 여러 도시에서 순회전을 치르는 가운데 올 연말까지는 서울 청담동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4층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20년 전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선물되면서 90년대 ‘패션 아이콘’이 된 레이디 디올 백이 ‘가방, 그 이상의 의미’로 재탄생한 모습을 살펴봤다.

사진가 패트릭 드마쉘리에가 촬영한 작품 ‘안야’

디올 백 오마주전 세계 투어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위해 제작한 핸드백 1995년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마담 시라크는 자국을 방문하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다. 패션계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여성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고 매력적인 왕세자비에게 어울릴 만한 게 뭐 없을까. 이 고민을 들은 LVMH의 아르노 회장은 크리스찬 디올에서 이제 막 새로 만들어낸 가방 ‘슈슈(chouchou)’를 추천했다. 그리고 곧바로 슈슈를 해체해서 여러 부분을 새로 디자인했다. 다이애나 비에게 더 잘 어울리도록 우아함과 친근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디올의 전략은 적중했다. 다이애나 비는 이 가방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공식석상에 자주 들고 나타났다. 덕분에 가방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디올은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다이애나 비에 대한 경의감을 담아 ‘레이디 디올(Lady Dio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렇게 90년대 ‘패션 아이콘’이 된 레이디 디올 백은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제프 버튼 ‘무제’

카나쥬 패턴, 참 장식 … ‘레이디 디올’의 코드 “디올과의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바로 아무 제한이 없다는 것!” 미국 사진가 제프 버튼의 말처럼 작가들에게는 어떤 조건도 단서도 없었다. 이들에게 전달된 것은 단 하나. 레이디 디올 백에 존재하는 디올의 정신과 문화를 표현해줄 것. 작가들은 디올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상징적 코드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카나쥬 문양이다. 등나무를 엮은 의자 등받이 무늬를 뜻하는 카나쥬는 연속되는 마름모와 동그라미 위를 등나무 줄기를 연상시키는 가느다란 박음질 선이 좌우상하로 교차하는 모양이다. 디올의 창립자인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생전에 베르사유 궁전 의자들에서 보았던 이 카나쥬 문양을 사랑했고, 지금까지 디올의 대표 문양으로 모든 작품에서 활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알파벳 D·I·O·R 모양의 참(charm) 장식이다. “우리 시대 최고로 영민한 이 천재의 마법 같은 이름 속에는 ‘신(Dieu)’과 ‘금(or)’이 모두 들어가 있다.” 시인 장 콕토가 두 개의 단어와 발음이 같은 친구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이름을 설명한 말이다. 실제로도 디오르는 금색을 아주 좋아했다. 또 행운의 상징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참 장식을 즐겨 사용했다.

올림피아 스캐리 ‘숙녀가 도착했다’ 리사이클 그룹 ‘헤지백’ 퉁가 ‘무제’ 안젤리크 ‘무제’ 앨리스 앤더슨 ‘백’ 리우젠화 ‘레이디 디올 핸드백’ 모르간 치엠베르 ‘기념비’

과거와 현재 …?달라진 여성스러움을 찾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완벽한 여성성을 찾았던 디자이너다. 1947년 첫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그가 선보인 ‘뉴룩’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뻣뻣한 군복 상의 등을 입으며 가려졌던 여성의 보디라인을 되찾아준 의상이다. 평소에도 그는 “나는 드레스가 여성 실루엣의 비율을 찬양하기 위해 세워진 일시적인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95년 첫 선을 보일 당시 레이디 디올 백 역시 ‘여성스러운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가로 23cm, 세로 19cm, 폭 11cm. 정사각형에 가까운 이 가방은 여성의 보디라인을 가리지 않으면서 여성의 몸 가장 가까이에 있는 완벽한 구조물로 평가받았다.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 서울’ 전시에선 디올이 추구해온 여성스러운 라인과 감성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올림피아 스캐리의 ‘숙녀가 도착했다(The Lady Has Arrived)’와 리사이클 그룹의 작품 ‘헤지백(Hedgebag)’은 소재와 제작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내부에서 솟구치는 강렬한 힘에 의해 폭발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여성이 지닌 힘과 창조적 잠재성의 의미를 구현한 것이다. 한 비평가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 “모든 파괴 행위는 또 다른 창조의 행위다”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퉁가의 ‘무제’는 내부로 응집되는 힘을 느끼게 한다. 가죽 표면을 장식한 것은 언뜻 검정 깃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무수히 많은 철가루가 가방 안에 있는 자석을 향해 촘촘히 달라붙은 것이다. 얇은 구리선으로 가방을 꽁꽁 감싼 앨리스 앤더슨의 ‘백’은 불멸의 미이라를 표현한 것으로 영원히 보존되는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가죽이라는 원형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소재를 통해 여성의 또 다른 우아한 매력을 드러낸 작품들도 있다. 안젤리크의 ‘무제’는 드레스를 만들 때 사용하는 오간자 천을 이용했다. 모시를 연상케 하는 이 재료는 투명하고 지극히 하얀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다. 중국 아티스트 리우젠화의 ‘레이디 디올 핸드백’은 도자기로 가방 모형을 만든 후 표면에 금색 프린트를 칠했다. 영원히 고급스럽게 빛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모르간 치엠베르의 ‘기념비’는 콘크리트와 유리라는 정반대 속성의 소재를 사용했다. 산업화 사회의 거친 경쟁 속에서도 투명하게 빛나는 유리 같은 존재의 특별한 매력을 부각시킨 것이다. 피터 마카피아의 ‘이별의 제국’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거울을 이용해 단단하고 날카로운 금속이 구부러지고 녹아내리면서 부드럽게 변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홍정표 ‘아트액추얼리_레이디’ 박선기 ‘존재-화려한 외출’ 오유경 ‘무빙백’ 김홍식 ‘레이디 컨스트럭션’

한국 작가들의 흥미진진한 파격 한국 작가들의 작품 역시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주었다. 홍정표의 ‘아트액추얼리-레이디’는 가죽 가방에 에폭시를 덧붙여 거칠게 마모되고 낡은 느낌을 표현했다. 언뜻 보면 멀쩡한 가죽 가방을 망친 듯 보이지만 빈티지한 느낌과 컬러 때문에 실제로는 관객들 사이에서 반응이 가장 좋다. “실제로 이런 백이 판매되면 당장 사겠다”는 평이다. 숯을 이용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온 박선기는 이번에도 숯으로 가방 모형을 깎고 그 위에 금색을 칠해 ‘존재-화려한 외출’을 만들었다.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단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의 표현이다. 오유경은 가죽 가방 주변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둘러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비치는 ‘무빙백’을 선보였다. “소재 이면에 숨은 보이지 않는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김홍식의 ‘레이디 컨스트럭션’은 관객들에게 흥미로움을 가장 크게 이끌어낸 작품. 동대문 시장에서 대량의 옷을 포장할 때 쓰이는 검은 비닐과 가느다란 줄로 카나쥬를 멋지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비닐이라고 생각한 것은 실제로는 동이었다. 하나하나 주름을 잡아 만든 것임을 알고 나서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 무료. 문의 02-3480-0104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디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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