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선 육수 만난 크림과 연어?부드럽고도 고소한 그 맛

중앙선데이 2015.08.30 00:42 442호 28면 지면보기
“저녁 준비 전에 밖에 나가곤 했어요. 가까운 숲으로 가서 바로 산딸기를 딸 수 있었거든요. 재미도 재미지만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다고요.” 핀란드 요리를 선보이기에 앞서 주한 핀란드 대사 부인 힐카 헤이모넨은 고향 얘기를 하며 향수에 잠긴 듯했다. 이번에 소개할 요리는 그녀가 태어난 북부지방에 특히 풍부하며 핀란드의 주식인 연어를 넣은 수프다. “건강식인데다가 바쁜 현대인들이 손쉽게 해먹을 수 있죠. 재료가 소박하고 요리과정이 간단한 게 핀란드 음식의 특징입니다.” 부인의 말대로 핀란드식 생활이나 핀란드 요리는 최근 생활의 건강한 ‘심플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와 잘 어울릴 것 같은 한국의 건강식으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테이블34 업장장 김창배 셰프는 메밀전병을 소개했다.



연어 수프엔 달콤한 떡이 어울려 “핀란드 북부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연어가 많이 잡히는 강 주변에서 일하게 된 목수들이 특별한 근무조건을 내걸었대요. 연어를 일주일에 여섯 번 이상은 안 먹겠다고요. 아마 그 조건을 안 걸었다면 그들은 일주일 내내 연어만 먹어야 했을 거예요. 그만큼 북부 핀란드에선 연어가 아주 풍부해요.” 그래서 핀란드 오울루 출신 헤이모넨 부인이 한국에 올 때 가장 걱정거리는 ?핀란드에서 주식과도 같았던 연어를 쉽게 먹을 수 있을까? 였다고 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연어를 쉽게 살 수 있단 걸 알고 안심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핀란드 음식에서 연어만큼 중요한 산딸기와 유제품이 다양하지 않아 관저에서 혼자 요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핀란드 음식은 보통 오랜 시간 오븐에서 구워내요. 주변 숲과 호수에서 신선한 재료를 채취해 그대로 활용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세계화 영향으로 주변 국가의 다양한 요리법이 들어와 몇 세기에 걸쳐 내려온 핀란드 음식과 섞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부인에 따르면 핀란드는 과거 저장 기술이 덜 발달한 시기에 과일과 채소를 보관하기 어려워 일 년 중 아홉 달은 근채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풍부한 비타민을 함유한 순무가 인기였다. 이후 감자, 호밀 빵, 발효 유제품이 핀란드인들의 애호식품으로 발달했다. 오늘날 핀란드 가정에서 일 년 내내 흔히 쓰이는 딜(Dill)은 예전엔 여름에만 먹을 수 있었다. 딜은 허브의 일종으로 생선요리나 조개요리에 흔히 쓰이고 오래전부터 진정작용과 최면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뜻 보기에 요리과정이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핀란드 음식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 한다. 20세기 들어 주방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가 일을 시작하면서 요리문화가 변한 것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메뉴는 주로 공휴일이나 특별한 날에 준비된다. 헤이모넨 부인은 연어 수프가 준비과정이 짧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찌개와도 유사한 점이 많아 한국인들도 즐길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제가 오늘 준비하는 연어 수프와 한식이 어떤 면에서 유사하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생선을 꼽을 것 같아요. 한국인들도 생선을 참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이를 활용한 찌개의 종류도 다양하고요.” 요리가 완성돼 시식할 시간이 되자, 김 셰프는 한 입 먹어보더니 크림의 부드러운 맛이 도드라진다고 했다. 물 대신 생선육수를 가미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며 걸쭉한 맛을 즐기는 한국인들도 이 방법을 사용해보길 추천했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적으로 묽은 국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거운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들과는 아주 상반되죠. 같은 수프에 연어 말고 다른 생선을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제철 생선을 활용해보고 싶어지네요.” 연어 수프와 어울릴 만한 한식으로 김 셰프는 달콤한 떡을 꼽았다. 핀란드에선 주식이 빵과 생선이니 한국식 탄수화물 식품을 추천한 것이다.


주한 핀란드 대사 부인의 ‘연어 수프’

여름에 걸맞는 메밀 요리 단백질이 풍부한 연어와 함께 먹으면 좋을 한식으로 김 셰프는 메밀전병을 꼽았다. 당근·파프리카·표고버섯·애호박 등 다양한 채소에 싸먹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겨갈 수 있다고 했다. 빵을 즐겨 먹는 유럽인들에게 쌀보다도 이런 한국식 밀가루 음식이 더 어필할 수 있다. “한국 가정식에는 전이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 이름이 달라지죠. 여름에는 메밀을 활용한 요리를 즐겨 먹기 때문에 메밀 전병을 준비해봤어요.” 메밀전병이 한정식에 포함될 때는 주로 전채요리로 등장하기 때문에 고기와 싸먹기에 좋고, 고기 대신 연어를 굽거나 볶아 포함시킬 수 있다고 김 셰프는 말했다. 메밀 전병을 좀 더 크게 김밥 말듯이 만들어 야외 피크닉 때 싸가도 안성맞춤이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선 마요네즈를 가미하는 것이 좋다. 반죽을 부치기에 앞서 김 셰프는 “최대한 얇게 부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료의 농도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량 컵을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헤이모넨 부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식이 뭐냐고 묻자 그는 ‘갈비’를 꼽았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원 모양의 화로 주변에 둘러앉아 고기를 굽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밑반찬도 식당마다 달라 미리 예측하지 못하는 게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남편과 한식당에 갈 때마다 놀라요. 밑반찬이 매번 달라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반찬을 통해 그 식당의 분위기나 성격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그가 메밀전병의 요리과정 중 가장 신기하게 생각한 건 다름 아닌 색상이었다. 속 재료뿐만 아니라 밀반죽까지 다양해 입맛이 살아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셰프는 특별히 준비한 거라며 추가 재료만 몇 개 구비하면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록 빛깔을 위해선 시금치를 데친 물을, 노란 빛깔을 위해선 샤프론을 쓰면 된다. 샤프란은 꽃의 암술대를 건조시켜 만든 향신료로 중동 지역에서 흔히 쓰는 재료다. 사탕무를 이용하면 분홍 빛깔을 낼 수 있다. 메밀전병이 완성되자 헤이모넨 부인은 고운 색을 칭찬하며 고국에서 먹던 팬케이크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핀란드에도 이와 비슷한 음식이 있어요. 얇게 구운 팬케이크의 일종으로 크레페라고 부르는데, 모양새가 정말 비슷하군요. 아주 맛있어요.”●



● 연어 수프 (4인분)



주재료: 연어 500g, 당근 2개, 감자 6개, 양파 1~2개, 월계수잎 2장, 올스파이스 10알, 생선 육수 1L, 크림 20mL, 딜 25~50mL, 소금, 후추



만드는 방법 1. 각 채소와 연어를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2. 육수를 끓인 뒤 모든 양념과 채소, 크림을 넣어 중간 불에 15분 동안 끓인다. 3. 연어를 넣은 뒤 익을 때까지 센 불에 끓인다. 4. 후추와 소금을 살짝 뿌린다. 5. 딜을 뿌려 마무리한다.



● 메밀전병 (4인분)



주재료: 표고버섯 4장, 애호박 200g, 당근 30g, 파프리카 100g, 대나무 죽순 50g, 소고기 등심 100g (양념: 다진 마늘 1/6t, 간장 1t, 설탕 1t), 마늘 1/4t, 소금 1/4t, 깨 1t, 마요네즈 2T, 겨자소스 2t, 사과식초 2t 반죽 재료: 메밀가루 2컵, 물 2.5컵, 소금 1t



만드는 방법 1. 표고버섯을 따뜻한 물에 한 시간 정도 불린 뒤 길게 자른다. 2. 애호박, 파프리카, 당근, 대나무 죽순을 비슷한 크기로 자른다. 3. 쇠고기 등심은 양념과 골고루 섞는다. 4. 각 재료를 따로 센 불에 1~2분 동안 볶는다. 5. 모든 재료를 섞어 소금, 마늘, 깨, 겨자소스, 마요네즈, 사과식초로 간을 한다. 6. 반죽 재료를 모두 섞어 약한 불에 한 면당 30초씩 부친다. 7. 모든 속 재료를 메밀부침 위에 얹어 김밥처럼 만다. 8. 알맞은 크기로 잘라 마무리한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