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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도 못 가는 위험 지역 즉시 출동!

중앙선데이 2015.08.30 00:33 442호 1면 지면보기
지난 6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전 세계 공학도의 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한국의 오준호(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의 로봇 ‘휴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매사추세츠공대(MIT), 일본 도쿄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로봇 제조회사에서 출전한 팀을 제친 쾌거여서 성과는 더욱 값졌다. 상금은 200만 달러(약 22억원).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혼란스러웠던 국내에선 조명받지 못했지만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앞다퉈 오 교수팀의 수상 소식을 보도했다.   ‘KAIST 팀’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 1위 대회에서 로봇에게 주어진 미션은 여덟 가지. 차량 운전, 밸브 잠그기, 전동공구로 벽 뚫기, 장애물 돌파하기 등이다. 모두 23개 팀이 참가했다. 이 중 임무를 가장 빨리 수행한 팀에 우승의 영광이 돌아간다. 휴보의 기술은 독보적이었다. 운전대를 돌리지 못하는 로봇, 걷다가 고꾸라져 부서진 로봇, 손잡이를 못 잡고 헛손질하는 로봇도 부지기수였다. 휴보가 임무를 완료한 시간은 44분28초. 미국이 자랑하는 IHMC 로봇보다 6분여가 빨랐다. 휴보는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유일한 로봇이기도 했다.



?오 교수는 휴보가 우승할 수 있었던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획기적인 보행시스템이다. 이번에 출전한 로봇들은 두 발로 걷거나 아니면 아예 바퀴로 이동했다. 하지만 오 교수팀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썼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좁은 길을 달릴 때는 두 발로 걷고, 직선거리를 이동할 때는 다리를 접어 바퀴로 빠르게 달렸다. 오 교수는 “상황에 따라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 실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재난구조 로봇 ‘휴보’

  두 번째는 강한 내구성이다. 첨단기술을 탑재했음에도 미션 도중 고장나 탈락한 로봇이 꽤 많았다. 휴보는 힘을 받는 방향과 중력값에 따라 실시간으로 힘이 분산되도록 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을 줄였다.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복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단 것도 주효했다.



?고난도 사물 인식 기능도 뛰어난 기능을 발휘했다. 레이저 스캐너와 광각카메라가 장착돼 주변 환경을 3D로 매핑(Mapping)해 인지했다. 특히 로봇의 자율시스템과 인간의 수동 명령을 균형있게 섞어 쓴 것이 주효했다. 그 밖에 강력한 배터리와 모터 성능, 울퉁불퉁한 길에도 넘어지지 않게 설계된 발바닥, 고성능 자세 측정 센서, 강한 힘을 내는 손가락 등이 대회 우승의 요인이었다.   공학 분야별 전문가 20여 명 팀워크 쾌거 오 교수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팀워크라고 강조했다. 로봇은 종합과학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기계·컴퓨터재료·전자공학 등 모든 과학기술이 집약돼 있다. 20여 명의 박사급 팀원도 맡은 분야가 모두 다르다. 오 교수는 “공동연구 과제를 하다 보면 서로 하기 싫은 일은 미루기도 하고, 자기 분야의 성과가 돋보이도록 욕심을 부릴 수 있다. 그러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 로봇 회사도 각 대학의 우수한 인재만 발굴해 프로젝트에 참여시켰지만 형편 없는 점수를 얻었다. 서로 다른 기술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던 탓이다.



?오 교수팀의 연구원으로 참여한 KAIST 임정수 박사는 “오 교수는 팀원이 고칠 점과 부각시킬 점, 그리고 일부러 기능을 줄여야 할 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런 리더십이 없으면 휴보와 같은 로봇이 탄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로봇 개발의 역사는 짧다.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불과 10여 년 전이다. 1970년대부터 로봇 연구를 시작한 일본과 미국에 비하면 한참 늦었다. ?휴보가 대회에서 1등을 했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오 교수는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수준의 휴먼 로봇을 만들려면 아직 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정부와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서비스 분야에서도 많이 활용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서비스 분야 시장은 연평균 16%의 성장률을 보인다. 제조용 로봇 시장에 비해 4배나 높은 상승세다. 정을 나누는 반려로봇, 의료·간병 로봇, 금융이나 호텔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인간로봇이 그 예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194억1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다르파 로봇 경진대회(DARPA Robotics Challenge)



미 국방부 산하 기관인 방위고등연구 기획국(DARPA)이 주관하는 대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냉각수 밸브만 잠갔어도 방사능 유출 등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이 대회가 기획된 계기다. 재난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장소에서 1시간 내에 미션을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수행하는 로봇이 우승한다.



 



mission 1여러 장애물이 놓인 코스를 자동차로 주행. 충돌 없이 현장까지 도착.



 



mission 2차량 하차. 휴보는 차 손잡이를 잡고 균형감 있게 내려섬.



 



mission 32, 3차원 통합 시각 처리로 문고리를 정확히 돌려 잡고 들어감.



 



mission 4밸브의 모양·직경을 정확히 인식, 손가락을 넣어 밸브를 돌림.



 



mission 5전동공구를 잡고 전원을 켠 뒤 벽을 뚫는 연속 동작을 완벽히 수행.



 



mission 6플러그를 3D 데이터로 스캔해 시뮬레이션한 후 선을 뽑고 다시 꽃음.



 



mission 7두 발 보행에서 바퀴 주행으로 변신한 뒤 각목·파이프를 뚫고 지나감.



 



mission 8평형감각 센서와 제어기능을 이용해 넘어지지 않고 계단을 올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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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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