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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공간 제공하는 메이커 운동 확산에 힘쓸 것”

중앙선데이 2015.08.30 00:12 442호 6면 지면보기

한국과학창의재단 김승환 이사장은 “일반인이 쉽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 수 있도록 ‘메이커 운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보형 객원기자 김승환(56) 이사장 1959년 부산 출생, 서울대 물리학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 박사, 미국 코넬대·프린스턴대 연구원,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및 소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 과실연 공동대표,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역임. 현재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국물리학회 회장.



한국과학창의재단 김승환(56) 이사장은 ‘사회 참여형 물리학자’다. 그는 지난해 현직을 맡기 전까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로 연구도 잘하고, 과학계 이슈에 대한 현장 참여도 활발히 했다.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를 잘하는 이공계 교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필자가 언론인 시절 사회 이슈를 다루는 토론장에서 그를 만나면 “그리 바쁘게 살면서 언제 연구하느냐”고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러나 그는 수시로 과학 언론에서도 관심을 끌 만한 훌륭한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하곤 했다. 당시 김 교수의 논문을 볼 때마다 ‘내공’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가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 “그 좋다는 교수직을 놔두고 이런 힘든 자리를 맡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평소 과학계가 변해야 한다고 외쳤던 것을 현장에서 실현하겠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답했다.


[박방주가 만난 사람] 한국과학창의재단 김승환 이사장

과학계 목소리 전달하는 물리학자 사실 잘나가는 이공계 교수가 학교 울타리 밖으로 ‘외도’하는 것은 결단 없이는 어렵다. 많은 것을 희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연구 거점인 연구실 문을 닫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기관장 임기를 끝내고 복귀했을 때 이전 상태로 연구실을 복원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역시 기관장 공모 서류를 내기 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결론은 한번 부닥쳐 보자는 것이었다. 임기 시작 1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그는 쉽지는 않아도 한번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이사장이 사회 참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과학계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의 집행위원장과 공동대표 등을 맡으면서다. 물론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과 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 등 과학계 비상근직도 다수 맡아 봉사를 했지만 과학계 이슈를 다루는 사회참여 활동은 과실연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했다.



?여기에서 그는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 문제, 이공계 처우나 연구환경 개선 등 과학계 현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쟁점화하는 데 한몫했다. 과실연의 이미지는 아주 점잖다. 데모를 하거나 어느 기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일까. 오랫동안 이 단체에서 활동했지만 풍기는 인상은 영락없는 학자다. 학문적 역량 덕인지 그는 올해 한국의 학술단체 중 손꼽히는 한국물리학회 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정부 기관장, 특히 한국과학창의재단을 맡는 사람치고 자신이 창의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실상 외부의 평가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기존 관행을 답습하거나 상급 기관의 손발 노릇에 머무르는 것이 기관장의 역할로 아는 사람도 있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점에서는 예외다. 그의 학문적 궤적만 봐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 능력이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인 카오스를 다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후 복잡계를 거쳐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알아내는 뇌 분야로 연구 방향을 개척했다. 이런 그의 연구성과를 접했던 필자로서는 그를 ‘창의성’을 강조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기관장으로 잘 선임했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테크숍, 일본 카페형 창작터 성공 그가 강조하는 ‘메이커(maker) 운동’을 보자. 미국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자신이 ‘메이커’라고 인식한다. ‘무엇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국에는 메이커가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인 ‘차고 문화’가 있다. 빌 게이츠는 차고에서 PC 운영체계를 개발했고, 스티브 잡스는 애플컴퓨터를 제작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상업적으로 창작 공간을 빌려주는 ‘테크숍(Techshop)’이, 일본에서는 카페형 창작터가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테크숍은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목공 장비 등 실물 제작에 필요한 각종 공구를 갖추고 있다.



?한국에는 그런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는 부임 이후 서울 강남의 사옥 한 층에 계단강의실과 누구나 찾아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제작실을 갖췄다. 여기에는 지도강사와 각종 전자부품 등이 구비돼 있다. 이를 위한 과학교실과 교사 연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무한상상실’도 메이커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국민 누구나 “공구가 없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 수 없다”는 말은 이제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3년이라는 짧은 임기,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과학정책 없애기’가 다반사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의 이런 목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지 않았나. 김 이사장의 시도를 응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수학 표준 교육과정 개발 총괄 그는 현직을 맡기 전 고교 교육과정의 문·이과 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게 정부에서 받아들여져 2018학년도부터 통합 교육과정이 시행된다. 그는 “설마 내가 과학과 수학 통합 교육과정의 표준을 개발하는 일을 총괄하는 기관장이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이 앞장서 통합을 주장한 터라 더욱 표준 교육과정 개발에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 보였다. 그는 통합 교육과정을 과학적 창의성과 수학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것은 물론, 그 지식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게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연구 전담조직도 구성해 가동하고 있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으로서 그에게 맡겨진 일은 많다. 과학교육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문화 확산도 그가 할 일이다. 이공계 연구소들이 기술을 개발해 낸다면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과학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인식 제고 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김 이사장 역시 이런 일의 중요성을 절감해 왔던 터다. 일반 대중이나 정치인은 과학에 의해 발전된 문명을 향유하면서도 실은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지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과학기술 관심도는 46점으로 미국의 63점에 크게 못 미친다.



?그는 이런 현실을 좀 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과학교육 과정을 표준화해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기초를 제공하고, 국민의 과학 소양을 높여 과학 친화적인 사회가 되게 하며, 이는 또 과학계를 성원하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이 꿈꾸는 과학 친화적인 사회가 그의 노력과 사회 각 부문의 노력에 힘입어 하루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박방주 교수=중앙일보에서 20여 년간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2009~2012년 한국과학기자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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