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경제 시대 성큼, 정책 조정 리더십 절실하다

중앙선데이 2015.08.30 00:09 442호 6면 지면보기
바이오기술이 정보기술(IT), 나노기술과 융합하면서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피 한 방울로 순식간에 질병을 진단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가 높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시대다. 스마트폰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받고, 여기에서 취합된 건강 정보는 유전정보와 연계·융합돼 스마트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한다. 이같이 바이오산업은 질병의 조기 예방과 맞춤형 치료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건강관리를 가능케 한다. 바야흐로 바이오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혁신적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주목한다. 바이오기술 경쟁력을 선점한 미국은 ‘의료개혁법’(2010년)을 통해 모바일·디지털 진단기기와 의료 앱 시장에 대한 민간 투자를 성공적으로 확대했다고 평가받는다. 또 올 초 발표한 정밀의학 ‘이니셔티브’ 계획에서도 개인 맞춤형 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와 함께 확고한 규제완화 방침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人 과학in

?일본 역시 재생의료 등 개인 맞춤형 치료제와 의료기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재생의료를 신속·안전하게 받기 위한 시책의 종합적 추진에 관한 법률’(2013년) 등 관련법을 정비하고, 국가 전략 특구와 첨단 의료개발 수퍼특구를 중심으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특구 내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 치료제와 혁신적인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허가 체계를 간소화한 것이 하나의 예다. 보수적이고 완고한 규제로 유명한 일본이 혁신 바이오제품을 지원하기 위해 융통성을 발휘하는 모습은 가위 놀랍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부는 1990년대 이후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R&D와 인프라 투자를 지속 확대해 왔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바이오기술 경쟁력은 높아졌고, 바이오 분야 논문(2013년, 세계 10위)과 특허(2013년, 세계 14위) 경쟁력도 향상됐다. 우리 기업들은 줄기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혁신 제품의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세계 우위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R&D 경쟁력만으로 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정답은 ‘절대 아니다!’다.



?바이오산업은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바이오기술과 IT?나노기술을 융합하는 도전적인 바이오벤처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에 대한 민간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신규 시장 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이해당사자의 구조와 갈등을 조정하는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R&D 투자를 확대하는 ‘기술 공급 정책’과 함께 혁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높이는 ‘시장 확대 정책’이 균형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규제완화는 대표적인 시장 확대 정책이다. 미국과 일본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다양한 규제완화 정책을 표방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바이오 신제품이 규제의 벽에 부닥쳐 제대로 상품화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2004년 혈당 측정과 진단, 관리를 통신시스템을 통해 의료서비스와 연계하는 ‘당뇨 휴대전화’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사업화가 중단됐다. 최근 정부R&D가 집중되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분석 분야에서는 개발된 제품이 품목 허가를 받은 뒤 다시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 사업화가 가능하다. 시장 출시의 타이밍이 중요한 기업들은 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예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R&D로 탄생한 혁신 제품과 서비스 혜택을 해외 소비자가 먼저 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공급 정책’을 확대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물론 바이오산업은 규제와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신 바이오제품에 대한 규제 수준과 사회적 비용의 절감에 대해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의료기기법, 개인정보보호법, 약사법, 의료법 등 다양한 법과 규제가 바이오산업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많은 부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다수의 규제기관이 바이오산업에 관여한다. 그렇지만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총체적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규제 수준을 조망하는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R&D 투자와 규제완화의 균형을 잡는 정책 조정은 누가 어디에서 하고 있는가. 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안착하고, 복지 확대에까지 기여하는 바이오경제 시대를 준비하는 정책 조정 리더십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발표된 대통령의 바이오산업 규제완화 의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정책 리더십을 통해 대통령의 의지가 구현되고, 우리가 바이오경제 시대를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윤희?산업연구원?선임연구위원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