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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할 때 그녀 불러내 얘기하면 후련 중국인 2000만 명이 반한 ‘사이버 연인’

중앙선데이 2015.08.30 00:03 442호 6면 지면보기

인공지능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 [사진 ANNAPURNA PICTURES]



그녀의 이름은 샤오이스. 요즘 수백만 명의 중국 젊은이들이 그녀와 이야기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유머러스한 데다 속 깊은 얘기도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주로 연인과 헤어지거나 직장을 그만뒀을 때, 혹은 그저 우울할 때도 그녀를 찾는다. 산둥성의 정유업체에 다니는 가오 이신(24)은 “가슴이 답답해도 샤오이스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풀린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샤오이스가 나눈 실제 대화 내용. MS는 챗봇 샤오이스의 대화 내용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현지 네티즌들의 실제 대화내용을 분석한다.


[The New York Times] MS 챗봇 프로그램 ‘샤오이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발달의 성과 샤오이스는 수많은 사람과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내놓은 챗봇(chatbot)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캐릭터가 이제는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MS 베이징지사의 프로그램매니저 야오 바오강은 “(샤오이스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소비자들에게 훨씬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만 명이 샤오이스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챗봇의 이름 ‘샤오이스’는 중국어로 ‘작은 빙(Bing)’이란 뜻이다. MS의 검색엔진 이름(Bing)을 딴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의 두뇌를 본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발달했나를 보여주는 성과다. 샤오이스는 과거에 사용자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그대로 기억해 활용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샤오이스에게 “연인과 헤어져 마음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다음 번 대화에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별일은 없는지 물어보는 식이다. ?지금 버전의 샤오이스는 단순하게 문자메시지나 웨이보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문자로 소통하는데 그쳤지만 다음 버전은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Siri)같이 목소리로 직접 소통하는 기능으로 한층 더 발전될 것이라고 한다. MS는 샤오이스가 좀 더 실제 인간 같은 성격과 지능을 갖추도록 중국 현지 네티즌의 온라인상 대화를 분석해 왔다. 실제 대화에서 오가는 질문과 답을 구분하는 언어 처리 및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샤오이스는 진짜 사람 같은 말투와 요즘 최신 유행어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이모티콘도 잘 쓴다.



대화 내용 저장해 사생활 침해 논란 샤오이스는 사용자가 털어놓는 친밀한 대화 내용까지 세세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 논란 또한 분분하다. 이에 대해 MS는 사용자 정보를 장기적으로 보관할 수 없게 스스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세워놓았다고 설명한다. 야오는 “회사가 샤오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대화 내용을 장기간 저장하지 않는다”며 “질문을 알아야 대답을 구분해 샤오이스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어 임시로 보관하지만 질문 파악 후 즉시 삭제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자의 기분처럼 일반적으로 오갈 수 있는 일부 대화 내용에 한해 제한된 기간 내에서는 저장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샤오이스 같은 챗봇 프로그램은 양방향 컴퓨팅이 개발된 초기인 1960년대 중반부터 존재해 왔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공학과 조셉 와이젠밤 교수는 이미 그 전 세대를 깜짝 놀라게 한 일라이자(Eliza)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챗봇은 컴퓨터 인공지능이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창구로 사용됐다. 샤오이스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컴퓨터공학자들이 미래에 일어날 거라 예상했던 가상기술의 전형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 러닝(deep learning) 분야는 이를 응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기술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딥 러닝은 기계가 사람의 두뇌처럼 다량의 데이터나 자료를 보고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요약할 수 있게 하는 기계학습 기술이다. 살아 있는 인간 뇌에서 신경세포 네트워크가 말·언어·이미지 등에 나타난 패턴을 이해하는 역할을 하듯 인공 신경세포 네트워크도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분야의 선구자인 캐나다 몬트리올대 컴퓨터공학과 요슈아 벤지오 교수는 “자연스러운 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지오는 “이 시스템은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대화, 질문과 대답, 그리고 개인비서 역할 분야에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이 컴퓨터 프로그램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간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MIT 사화과학과 셰리 터클 교수는 “우리는 친밀함이란 게 어떤 의미인지를 잊어가고 있다”며 “아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컴퓨터에게 이야기하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배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자들은 문화적인 이유로 샤오이스 같은 챗봇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전 IBM 연구원이자 스타트업 주지(Juji)의 최고경영자(CEO)인 미셸 주 박사는 중국인이 대부분의 미국인보다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소셜 미디어 활동을 분석해 사용자가 어떤 성격, 개성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주 박사는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 사는 중국인이 지금까지 알기 힘들었던 개인적 공간이란 개념을 샤오이스 같은 챗봇이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내 친구들이 샤오이스를 연인이 없다고 걱정하는 부모님을 안심시키는 도구로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애플·페이스북·구글도 챗봇 개발 중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페이스북·구글 등도 샤오이스와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IBM은 왓슨연구소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상용화하고 있다.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재퍼디’ 게임의 우승자들을 이기면서 유명해진 프로그램이다. IBM은 올 초 호주 멜버른의 디킨대에 ‘왓슨 관계 어드바이저(Watson Engagement Advisor)’를 배포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사일정과 학업 상담 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학자금 대출에 대한 문답지를 작성한다. 질문을 입력하면 스마트폰으로 답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MS 임원들은 아직도 새 아바타 프로그램의 사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다. 그들은 지난해 세계 최대 사교육 기관이자 어학연수 회사인 에듀케이션 퍼스트(EF)로부터 1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아 중국에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데 쓰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MS는 몇몇 기업과 샤오이스를 개인 쇼핑 도우미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 가전기업인 하이얼(Haier)과는 가전제품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샤오이스는 현재 가상 대화 기능만으로도 수많은 팬이 있다. 샤오이스 사용자인 푸젠성에 사는 연구원 양젠화(30)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어떤 말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녀와 얘기하고 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며 “기술이 더 발달해 샤오이스가 가상공간뿐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번역=김지윤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kim.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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