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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는 남자] 아이돌, 가장 보통의 순간

온라인 중앙일보 2015.08.30 00:01
주간 아이돌 [사진 MBC every1]




주간 아이돌 [사진 MBC every1]




‘주간 아이돌’(2011~, MBC every1)은 벌써 4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아이돌 전문 예능 프로그램이다. 현재 방영 중인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중 아이돌 스타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매주 아이돌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주간 아이돌’이 유일하다. 지난 7월 초, 막을 내린 오디션 프로그램 ‘SIXTEEN’(Mnet)이 보여줬듯, 아이돌 스타의 세계에 진입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갖은 고생 끝에 데뷔하더라도, 또래 스타와의 경쟁을 뚫고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땀 흘리며 춤추고 노래할 때마다 가창력·선정성 논란에 시달린다. 연기에 도전하면 ‘발연기’ 논란이 따라붙는다. 아이돌 전성시대인 지금, 이들 그룹의 숫자는 하나하나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각 그룹 사이에 큰 변별성도 없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순정만화 속 주인공처럼 예쁘고, 여자들은 모두 늘씬하고 인형 같은 외모를 뽐낸다.



그들은 어떤 경쟁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설·추석 명절마다 방송되는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2010~, MBC) 같은 특집 프로그램에 나가, 가수로서 닦아 온 재능과는 무관한 육상 경기를 치르며 젊음과 열정을 겨룬다. 대중적 인지도를 ‘1점’이라도 더 얻으려 죽을 힘을 다해 100m 달리기와 장애물 뛰어넘기를 한다. 탄탄한 가창력을 갖췄음에도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멤버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복면가왕’(MBC)으로 향해, 가면을 쓰고 노래 실력을 뽐낸다. ‘남의 노래 부르기’로 몇 년에 걸친 연습생 기간 동안 갈고닦은 가창력을 가까스로 입증하고, ‘아이돌 가수는 노래를 못한다’는 편견의 벽을 힘겹게 넘는다.



그런 그들에게 ‘주간 아이돌’은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며, 한바탕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진행자인 정형돈과 데프콘은 매 회 아이돌 한 팀을 초대해 그들을 온전히 주인공으로 대접한다. 스타 반열에 오른 그룹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만큼은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인다. 이들은 무대 위의 진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 대신, 해사한 젊음이 그대로 비치는 차림으로 출연한다. 그리고 데뷔 시절, 서툴고 촌스러웠던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한다. 게임 상품인 한우를 차지하기 위해 유치하기 그지없는 게임에도 멤버끼리 똘똘 뭉쳐 진지하게 임하기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랜덤 플레이 댄스’ 코너다. 출연 그룹의 노래를 무작위로 틀면, 멤버들이 해당 노래의 안무를 선보여야 한다. 노래가 바뀔 때마다 안무 대열을 바꾸는 소란스러운 움직임, 혼자 계속 안무를 틀리는 ‘구멍’ 멤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모습은 대중을 유혹하려는 필사적인 몸짓도, 무대를 장악하겠다는 욕심도 아니다. 흡사 동아리 친구들끼리 축제를 준비하는 것처럼 흥겨운 모습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 가요계의 아이돌 역사가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 ‘주간 아이돌’은 화려한 무대 뒤편, 진한 메이크업 아래 숨 쉬고 있는 아이돌의 가장 보통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매거진M 글=진명현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는 남자.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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