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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습니까

중앙일보 2015.08.30 00:01
백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뷰티 인사이드’ 백감독

‘뷰티 인사이드’(8월 20일 개봉)를 연출한 백감독(45)의 본명은 백종열이다. 캐논 EOS 70D, 현대카드 M 광고 등을 만든 광고계의 스타 감독이자, ‘백종열체’라는 글씨체도 만들어 낸 비주얼 아티스트다. 이번엔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멜로 ‘뷰티 인사이드’다. 도시바-인텔의 광고 ‘더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매료됐다는 백감독. 그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연인과 만난다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둘의 뒷 이야기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백감독은 광고계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영화 가까이에 있었다. ‘연애의 목적’(2005, 한재림 감독) ‘국경의 남쪽’(2006, 안판석 감독)의 예고편을 만들었고, ‘올드보이’(2003, 박찬욱 감독) ‘그놈 목소리’(2007, 박진표 감독) ‘설국열차’(2013, 봉준호 감독)의 타이틀을 제작했다. 영화를 향한 애정이 깊었지만 연출은 쉽게 엄두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영화 연출에 도전한 건 원작 광고의 기발한 설정 때문이다. 마침 친하게 지내던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가 진지하게 장편 연출을 권유했다. 백감독은 “원룸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살다 으리으리한 집으로 이사 간 기분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영화와 광고, 가장 큰 차이는 뭔가.

“광고는 짧은 스케줄 안에 불타오르듯 만드는 짜릿함이 있다. 라이프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흐름을 읽고, 강한 임팩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능력이 요구된다. 영화는 진중하게 긴 호흡으로 끌어가야 한다. 구성·촬영·음악 등 전체적 균형을 맞추며, 커다란 이야기를 직조해 가는 과정이 새로웠다. 제작을 마치자 큰 산을 넘었을 때처럼 뿌듯했다.”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라면.

“관객이 비현실적 이야기를 현실적 멜로로 느끼길 바랐다. 설정은 판타지이지만, 우진과 이수(한효주)의 사랑이 달아올랐다가 사그라진 후에 겪는 보편적 연애 문제로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다. 예를 들면, 연애할 땐 내 결정을 상대방도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나. 우진과 이수가 겪는 사랑의 위기가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음을 말하고 싶었다.”

-주변 인물의 이야기로 극을 풍성하게 하는 대신, 우진과 이수의 연애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서브 플롯은 배제하기로 했다. 여느 멜로영화에는 관객이 시계를 보는 시점 혹은 ‘영화 끝나고 뭐 먹지’ 하고 딴 생각하는 시점에 공식처럼 곁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식상함을 피하기 위해 사이드 메뉴 없이 메인 요리만 내는 전략을 취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원작 설정의 힘을 믿고 밀어붙인 건가.

“맞다. 계속 다른 배우가 나오는 설정 자체가 긴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극 중 총 123명의 우진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이수가 우진을 받아들일 때 느낄 감정의 진폭을 좌지우지한다. 천우희와 우에노 주리처럼 여자 얼굴로 등장하는 우진은 이수가 그를 사랑하기 힘들고 불편하게 한다. 장애물을 더욱 극대화시켜, 둘의 사랑을 더 애틋하게 보이도록 했다.”

-한편 로맨스의 결정적 순간은 박서준·이진욱 등 미남 배우가 담당한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우진이 이수에게 어떻게 해서든 더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특별한 날, 그녀를 기쁘게 해주려고 자신의 처지를 십분 이용하는 것이다. 이수에게 고백할 때도, 이수 회사 동료 앞에 나설 때도 잘생긴 남자가 되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사실 시나리오에서는 ‘잘생긴’ 정도로만 묘사했는데, 관객에게 확실히 서비스하자는 마음으로 그림 같은 남자 배우를 캐스팅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세련된 영상이 단번에 눈에 띈다.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 갖고 싶을 만큼 예쁜 물건이 줄지어 나온다. 영화 미술은 눈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극의 흐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스틸컷
  

-가구 공방의 디자이너인 우진의 일터, 가구 판매원으로 일하는 이수의 마마 스튜디오가 우아하게 그려진다.

“원작 광고의 주인공은 고가구를 복원하는 일을 한다. 그간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가구가 나오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 관객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직업으로 바꿨다. 또 우진의 공방과 마마 스튜디오는 기존 한국의 가구 매장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광고 일을 하며 스크랩해 놓은 외국 인테리어 자료를 참고했다. 마마 스튜디오의 경우, 미국 뉴욕의 첼시 마켓을 차용했다.”

-영화 주제곡 ‘트루 로맨스(True Romance)’는 영상과 꼭 맞아 떨어진다.

“임 대표가 추천한 곡이다. 영국 밴드 시티즌(Citizens!)의 곡인데, 듣자마자 엔딩곡으로 점찍었다. 원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다. 이 영화에선 가요와 미국 팝 음악이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 브리티시 모던 락의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 극 중 우진과 이수가 첫 데이트 때 음악 감상실에서 듣던 ‘아마폴라(Amapola)’는 조영욱 음악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둘이 감성을 공유하며 호감을 느끼는 순간을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세련되고 예쁜 영화가 겉모습보다 내면의 진심을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하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러게(웃음). 아마 겉으로 드러나는 게 가장 중요한 광고를 만들다 보니, 내면의 진심이라는 주제가 깊이 다가온 듯하다. 영화에서 가장 힘주어 이야기하고 싶던 건 사랑하는 이를 대하는 태도였다. 연인에게 내 진심을 얼마큼 전달하려 했는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려 했는지…. 영화를 본 이들이 연인을 향한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글=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 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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