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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후반기 친박계 국정장악 전략

온라인 중앙일보 2015.08.30 00:01
박 대통령 전면에 내세우는 선거전략이 새누리당의 살 길이라는 논리 확산… 보수당의 대선주자는 현직 대통령과 관계 개선이 필수라는 점도 부각


“총선, 대선도 대통령의 힘으로”

8월 25일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 반환점이다. 임기 전반은 세월호 참사와 청와대 문건 파동, 메르스 사태라는 대형 악재로 국정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 남은 기간 실기를 만회하고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절박한 처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의 완수를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이렇게 대변했다. 지난 2년 반 내내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오로지 사명감으로 하나로 일만 한다는 뜻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인생이란 한 줌, 한 점’이라는 말을 자주 되뇐다. “인생이란 게 결국 왔다가 가는 것인데 나라를 위해 일할 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한 점’,‘한 줌’이란 언어에 담는 것 같다”는 게 이 관계자의 해석이다. 이 말은 1998년 자신의 삶을 회고한 자전적 에세이집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의 제목과도 일치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짧은 기간이나마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잘살게 하고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도약하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유일한 낙”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8월 6일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 방안도 그 방편의 하나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동개혁을 중시한다고 했다. 공공개혁에 이어 노동개혁이 여권의 지상과제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측은 박 대통령에게 ‘집권 2기’는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 단임제인 한국에서 박 대통령 본인이 다시 대선에 나가 국민의 재신임을 받는 길은 없다는 말이다. 5년 임기가 다하면 그걸로 끝이다. 결국 대통령 업적에 대한 평가는 총선과 대선 등에서 대통령이 몸담은 정당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뿐이다. 그래서 이 관계자는 “국정운영과 선거(총선, 대선)는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새누리당도 원내 안정의석 확보와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도 대통령의 성공이 절실하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성공을 선거를 통해 확인하고, 새누리당은 선거를 이기는 데 대통령의 성공이 필요한 구조이므로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이런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 당청 모두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4대 개혁과 성공적인 국정운영에 힘을 모으려 한다”고 당청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당청관계가 정상화됐으며, 대통령이 하는 일을 집권여당이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구조가 정립됐다는 말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틀 뒤인 8월 8일 ‘제주특별자치도 발전포럼’의 특강에서 “내년 총선에서 표를 잃을 각오로, 심지어 정권을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꼭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여권 전반이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일사불란한 체제를 갖춰간다는 반응이 나온다.



친박계 전투의지 확인한 대구시당위원장 인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에서 둘째)는 7월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농성장을 방문했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이 피할 수 없는 국정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먼저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뒷전에 머물렀던 친박(親朴·친박근혜)계도 최근 들어 정치 전면에 등장한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권력의 메카라 할 대구만 해도 그렇다. 7월 27일 새누리당 대구 출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초선의 류성걸 의원을 대구시당위원장으로 합의 추대했다. 재선의 조원진 시당위원장이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당직과 국회직 겸직을 금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물러나는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수, 나이, 시당수석부위원장 역임 여부 등을 따져 시당위원장을 추대해왔다. 후보자들이 다 초선인 까닭에 결국 연장자 순으로 류 의원으로 교통정리됐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구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이들에 따르면 이번 시당위원장 추대는 말만 합의추대일 뿐 희망자 간 물밑접전이 치열했다고 한다. 시당위원장은 내년 총선 후보 공천과 관련해 책임당원 검증, 당내 경선 등에서 무시 못할 입김을 불어 넣는 까닭에 친박계와 비박(非朴·비박근혜)계 모두 욕심을 내는 자리였다. 처음에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비박계 김희국 의원이 시당위원장직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대구의 초선의원 7명 중에는 유승민 전 원내 대표에 심정적으로 기운 이가 많다는 진단이고 보면 비박계 시당위원장의 탄생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에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류성걸 의원이 다크호스로 등장하면서 누구로 할 것인가를 놓고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일면서 표 대결로 가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친박계의 강력한 후원을 업은 류 의원이 분위기를 장악하면서 시당위원장 인선은 추대형식으로 막을 내렸다. 시당위원장 인선은 합의 추대라기 보다는 파워게임의 산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촌평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이 대구 초선의원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각개격파에 나서는 통에 결국 김희국 의원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시당을 친박계가 점령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이런 흐름은 비단 지역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앙에서도 친박계의 약진은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7월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단행한 당직 인선부터가 그렇다. 사무총장에 친박 3선의 황진하 의원, 2사무부총장에 박종희 전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이 차지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목소리를 높인 이장우 의원은 당 대변인에 발탁됐다. 국회에서도 신임 원유철 원내대표가 친박계 조원진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에 앉힘으로써 당과 국회에서 모두 친박계가 전진 배치되는 모양새로 귀결됐다. 향후 당청관계, 국회운영 등에서 박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친박계 의원들이 발언과 행보에도 자신감이 묻어난다. 김무성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비박계 몸통을 겨냥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청와대 홍보·정무수석을 지낸 친박계 핵심 의원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8월 12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발언이 그렇다. 그는 “선거구 획정, 오픈프라이머리, 의원정수, 권역별 비례제, 석패율, 공천권 이런 부분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한없이 회의감을 느낀다”며 “선거 때마다 나온 쟁점이 마치 새롭고 개혁인 양 얘기된다”고 정치권 내 선거제도 개편과 공천 논의에 일침을 가했다.



김무성·유승민으로 향하는 친박계의 총구



지난해 12월 서청원 최고위원(왼쪽에서 셋째), 김태환 의원(왼쪽에서 둘째)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친박계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당 대표경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지금도 줄기차게 강조하는 공천의 대원칙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김 대표에게 오픈프라이머리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30년 넘게 정치권에 몸담은 이 최고위원이 발언의 민감성을 간과했을 리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김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를 놓고 ‘빅딜’ 가능성을 탐색해온 현실에서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는 발언이라 더욱 그렇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의 룰에 대해 함부로 예단하지 말라는 친박계의 의사표시로 들렸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이 최고위원은 나아가 휴전선 지뢰폭발 사고와 관련해서도 “방향을 알지 못하고 아군 진지에 대고 입에서 혀로 설탄(舌彈)을 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음을 날렸다. 유승민 의원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하사 두 명이 중상을 입은 다음날 통일부장관은 회담을 제안했는데 정신 나간 짓 아니냐’, ‘청와대 NSC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 등 청와대와 정부를 질타한 것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됐다.



대통령 정무특보이자 친박계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수위도 예사롭지 않다. 윤 의원은 8월 11일 지뢰폭발 사고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가 우리 군의 경계태세 실패를 지적한 것에 언급,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북한군 지휘부이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적군이 아군을 공격하면 그 적군을 겨냥해야지, 아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것은 결코 옳은 판단이 아니다”면서 “이러한 표적 오인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즉시 바로잡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을 바라는 김 대표로서는 껄끄럽기 그지없는 발언들이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뒤로 현안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던 서청원 최고위원도 목청을 높여간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재벌그룹의 이전투구는 국민에 대한 역겨운 배신행위”라고 사주 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야당의 공세에도 “급한 것은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어려워진 서민경제 회복”이라며 “야당은 국정원 문제로 정치쟁점화 할 때가 아니다”고 빗장을 걸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서 최고위원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발언을 즈음해 국세청과 공정위는 롯데그룹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기민하게 반응했다. 당·정·청이 하나가 돼서 돌아간다는 인상을 남기는 장면이다.



친박계의 행보를 보면 정치 이슈는 물론이고 국가적 현안까지 두루 언급하면서 국정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8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여권 내 파워게임은 친박계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이후 새누리당의 역학구도는 친박계의 주도권이 강화되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 중진 김태환 의원은 “과거 엇박자를 내던 당청관계가 지금은 소통도 원활하고 안정화됐다”면서 “앞으로도 당청이 슬기롭게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항후 국정운용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메르스 사태, 당청 갈등 등 불안 요인이 다 정리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8월 25일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게 돼서 다행이다. 새로이 총리도 오고 여권 전반이 진용을 갖췄으므로 박 대통령도 좌고우면할 필요 없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한계에 달한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노동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여권은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악재에 시달렸다. 잇단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청와대 수석의 항명 파동, 당청 간 불협화음 등으로 박근혜 정부가 조기 레임덕에 빠져든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전방위 국정장악에 나서면서 이런 시각은 일순간에 자취를 감췄다. 친박계와 각을 세운 의원들도 요즘은 그쪽에 줄을 못 서서 안달이다.



청와대의 집안단속도 강화했다. 지난 7월 전후로 내부 정보유출 사실이 적발된 청와대 행정관 세 명이 옷을 벗었다. 일부는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알려졌다. 사실 청와대 안에서도 차기 주자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청와대에 오래 있을수록 당으로 돌아가기 어려우므로 적당한 기회를 봐서 복귀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이 각종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일도 잦았다. 청와대가 이들 행정관을 자른 것은 내부 단속을 통해 느슨해진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친박은 몰락하지 않았다, 자중했을 뿐”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연호하는 유권자들. 박 대통령은 보수층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처럼 정권창출의 주역이면서도 비박계에 밀려 절치부심하던 친박계가 요즘 물을 만난 듯한 분위기다. 이런 기류 변화와 관련해 이정현 최고위원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역대 정부치고 특정계파가 떼로 몰려다니면서 정권의 과실을 따먹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게 우리 정치 현실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파벌정치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현 정부 들어 친박계는 계파 정치를 극도도 자제했다. 이걸 놓고 친박의 몰락이니, 비박계의 득세로 몰아가는 건 참으로 한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통상 집권 3년차는 권력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한마디로 하늘을 찌른다. 박 대통령은 권력의 속성과 생리를 잘 안다. 통제할 것은 통제하고 활용할 것은 활용하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스타일이다. 친박계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자중하는 상황이라고 이 최고위원은 설명했다.



친박계의 이런 자신감은 40% 안팎을 오가는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서 비롯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8월 첫째 주 여론조사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9.5%에 달했다. ‘8월 14일 임시 공휴일 지정’ 등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40%에 육박하는 대통령의 ‘오뚝이 지지율’은 친박계에게 심리적 위안을 줌과 동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지율 복원력의 비결을 이렇게 해석했다. “정권 출범 후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게 세 번 있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청와대 참모 문건파동, 올해 메르스 사태 후 지지율이 확 빠졌다. 청와대 문건 파동은 언론 취재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대통령도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가깝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뚝뚝 떨어졌다. 종편을 비롯한 언론에서 하루 종일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고 국민도 거기에 몰입하니까…. 그래도 분위기가 진정되면 지지율이 회복이 된다. 지금도 보듯이 40%를 향해 치고 올라가지 않는가. 박 대통령의 진정성·순수성·지속성 때문에 가능하다. 의원시절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것도 같은 이유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도 “박 대통령의 경우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지지율의 진폭이 작은 게 사실”이라며 “이는 다른 대통령보다 고정 지지층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40% 지지율은 내년 총선과 그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정국주도권 행사를 보증하는 수표와 같다. 당장 내년 총선에 나설 새누리당 후보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여권 내 차기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이 2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더블스코어를 기록하는 박 대통령은 총선에서 보수 고정 지지층을 규합하고 투표장으로 이끄는 새누리당의 핵심 자산이다. 친박계는 새누리당에 표를 안겨줄 정치인이 박 대통령 말고 또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박근혜 마케팅’이 아니었다면 지난해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 올해 4·29 재보선 등에서의 새누리당 승리도 없었다고 확언한다. 김태환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 없이는 승리할 수 없으며, 이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누굴 당선시키지는 못해도 떨어뜨릴 수는 있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연호하는 유권자들. 박 대통령은 보수층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구의 초선의원들이 친박계 시당위원장 탄생에 동조한 것도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결과라는 게 지역 정치권의 시각이다. 정치인이 박 대통령과 힘을 가진 쪽(친박계)의 의중을 따르는 건 인지상정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의중을 거슬러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만 해도 새누리당 대구 초선 의원들은 비박계 대표주자로 나선 유승민 의원을 지지한 사람들이다.



대구시당위원장 선출 과정은 앞으로 있을 당내 권력 투쟁의 한 단면을 예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이를 테면 김무성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상향식 공천제도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여야 후보자 공천 과정에 100% 국민이 참여해 각 당의 후보를 뽑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권력자나 계파의 수장이 특정 후보를 지역구에 내세우는 자의적 공천은 불가능해진다. 김 대표는 물론이고 친박계나 청와대의 입김이 스며들 여지는 거의 없다는 말이 된다. 김 대표는 손에 피를 묻힐 필요 없이 오픈프라이머리 승자들에게 공천을 줌으로써 자기 세력을 확대할 수 있다. 반면, 임기 후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세력이 절실한 청와대와 친박계는 상향식 공천에 모든 걸 내맡길 수는 없는 형편이다. 친위세력을 구축하고 반대세력을 견제하자면 전략공천이 불가피하다.



총선 후에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줄어들까? 더 이상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을 일 없는 의원들이 청와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자기 정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총선 이후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한다는 시각이 정치권에 나도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단호하게 ‘NO’라 반박한다. 다음은 예민한 사안이라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핵심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총선 이후 의원들이 ‘지는 해’와 같은 청와대를 등지지 않을까?



“말하자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겼으니 대통령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다음 대선은 어떻게 치를 건가? 나는 지금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누구를 당선시키지는 못해도 떨어뜨릴 수는 있다고 본다. 아무리 레임덕이라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권력이다.”



만약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그럴수록 새누리당은 대통령과 힘을 합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선을 치른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박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을 바라기는 하는 걸까?



“말을 안해서 그렇지 당연히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희망할 것이다. 아직은 시간도 많고,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고, 시기도 아니지만 마음으로는 100% 정권재창출을 기대할 것이다.”



청와대의 협조 없이는 대선 도전이 어렵다는 메시지다. 보수진영에 막강한 지지층을 가진 박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새누리당의 후보가 되기도 어렵거니와 대선 승리도 요원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지지 쏠릴 것”



8월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당 지도부.




이처럼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에까지 미치리라고 믿는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성공의 51%는 정권재창출에 있다”며 정권재창출과 성공적 국정운영이 동면의 양면임을 강조한다. “박 대통령은 견고한 30~40%의 고정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야권의 문재인, 박원순 두 주자의 지지율 합계가 박 대통령 그것에 못 미친다. 김무성 대표 또한 20% 수준이다. 박 대통령이 신뢰하는 주자에게 보수층의 지지가 쏠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여권 차기 주자의 조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먼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박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박 대통령과의 신의도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신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친박계는 차기 대선주자 선정과정에도 자신들이 깊숙이 관여하리라는 예감을 갖는 듯하다. 정권 후반기 국정과제인 4대 개혁을 완성하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다.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진 않는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과거 ‘팬덤(fandom, 광적인 지지층)’을 가진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조차 임기 말에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층을 말년까지 유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통상 임기말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걷는다”면서 “대통령선거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새 인물을 찾는 작업이므로 차기 주자는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야 득표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기 쉽다”고 말한다.



결국 키워드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다.



이에 대한 친박계의 확고한 믿음이 임기 후반 박 대통령 국정장악의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2년 반 동안 박 대통령이 전임자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길을 걸어왔으므로 막판에도 대미를 장식하리라 강조한다. 박 대통령은 공약을 남발하지 않았고, 선거 과정에서 사람에게 빚진 일도 없으니 자리를 챙겨주지 않았으며, 주변에 권력형 비리를 저지르는 친인척, 측근을 두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정치보복과 설화(舌禍)도 없고, 대북·대외 정책 역시 국민 공감대를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5년 임기 내내 그 누구에게도 휘둘림 없이 대통령 스스로가 중심을 잡고 일관성 있는 국정을 펼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다르다. 지지율 역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등 역대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친박계의 원로격인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도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이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른바 실용주의자, 상황을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특이한 캐릭터 소유자다. 원칙과 신뢰의 철학을 조금도 흔들림 없이 지켜왔다.” 소통이 안 된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박 대통령이 매번의 선거에서 예외 없는 승리를 거둔 이유를 이 방법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말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부터 박 대통령을 가까이한 친박계의 한 분석가는 박 대통령이 전무후무한 유형이라는 데 주목하라고 말했다. “대통령 되기 전에 18년 동안 청와대 생활을 한 대통령, 조직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은 대통령은 과거에는 없었고, 앞으로도 나올 수 없다.” 역대 대통령이 예외 없이 임기 말 지지율 관리에 실패했다지만 박 대통령만은 예외일 수 있는 근거로 본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의 ‘독특한’ 인생역정과 정치력이 박근혜 정부를 이끌어 간다는 말이 나옴 직하다.



-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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