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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고용 드물고 인턴·직무교육에 치중

온라인 중앙일보 2015.08.30 00:01
7월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대책회의.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부 방침에 짜맞춰 … 청년 실업 해소에 큰 도움 안 될 듯

국내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청년 고용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발표대로만 된다면 한국의 청년 고용 문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씩 따져보면 대기업의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현실가능성이 없거나 실제 채용을 피할 수 있는 뒷구멍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정부와 경제6단체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기회를 20만 개 이상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삼성과 현대·기아차, LG·SK 등 주요 그룹들이 내놓은 청년 고용 규모는 향후 1~4년간 모두 10만 명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대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하자 각 그룹들이 재빨리 내놓은 대책을 합한 규모다.



삼성은 8월 17일 ‘청년 일자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2년간 1000억원을 들여 3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2017년까지 신규투자를 통해 1만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1만1400명에게 청년창업 활성화 교육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그룹 전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청년 일자리 확대와 고용 안정에 나서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 압박에 발표를 했지만…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9500명을 채용하는 대대적 청년 일자리 창출 대책을 발표했다. 그룹 41개 전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이로 인해 얻은 재원 600억원으로 연간 1000명의 청년 일자리를 추가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SK그룹은 8월 5일 ‘고용 디딤돌’과 ‘청년 비상(飛上)’ 프로그램을 통해 내년부터 2년간 4000명의 인재를 육성하고 2만명의 창업교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들 청년을 교육해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기존 채용규모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청년 고용에 응할 계획이다. 대신 201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면 직간접적으로 1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올해 하반기 고용을 상반기의 2배 가까이 확대하는 등 2017년까지 총 1만7569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애초 예정보다 채용 규모를 35%가량 늘렸다. 이어 2016년에는 5140명, 2017년에는 67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2018년까지 인턴사원을 포함해 2만4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만 정규직 채용 규모 적시



하지만 대기업의 채용 계획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청년 고용 대책’이라고 발표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대부분 채용보다 교육·지원 프로그램에 가깝다. 고용을 늘린다면서 직접 고용은 피해가겠다는 속셈이다.



삼성은 3만명 고용 규모 중 1만명만 직접 고용으로 한정했다. 나머지 인원은 협력사 채용 연계형 직무교육(고용디딤돌)이나 전자판매영업·금융상품영업 인턴, 취업 교육 등으로 돌렸다. SK는 여러 가지 계획을 발표했지만 청년을 직접 고용하는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턴사원 등을 언급하지 않고 정규직 채용 규모를 적시한 곳은 현대·기아차그룹 뿐이다. 삼성 등 다른 재벌 그룹은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 규모를 구분하지 않았다. 인턴사원 등 비정규직 일자리 숫자를 채용 인원에 섞어 규모를 부풀린 것이다. 고용을 위해 그룹에서 부담하겠다는 내용도 한 달 150만원짜리 인턴사원 임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만큼을 지원하겠다거나 얼마만큼을 뽑겠다는 내용을 모두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대책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2013년 전세계적으로 5만416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하지만 이중 국내 고용은 5096명 느는데 그쳤다. 전체 고용의 90%가 해외에서 창출된 것이다. 대기업 채용이 늘어도 한국 청년들의 고용이 늘지 않은 이유다.



LG는 직간접적으로 1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13만명 신규 고용을 만들어내려면 한 명당 5000만원만 든다고 가정해도 연 6조5000억원이 든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롯데는 ‘인턴사원을 포함해 2만4000명의 정규직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인턴사원이 정규직이 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롯데그룹이 현재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약 9만5000명인데, 25%나 신규고용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 시장 포화를 우려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있는 롯데그룹이 국내 고용을 25% 이상 늘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기업들은 채용 재원을 직접 출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여론을 의식해 고용 규모를 내놓긴 했지만 그 재원을 사내유보금을 통한 투자라고 명시하진 않았다. 대부분 임금피크제로 고용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차 역시 임금피크제에 따른 재원을 중심으로 고용을 늘린다는 셈법을 내놨다. 채용은 늘리되 그룹 전체의 임금을 근로자들끼리 서로 나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글=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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